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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불법사찰 '몸통은 그분' 밝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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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치권, 불법사찰 '몸통은 그분' 밝혀낼까?

[분석] 검찰 수사 결과 보면 '국정조사' 쟁점 보인다

민간인 불법 사찰의 '총체적 부실 수사' 후폭풍으로 청와대와 검찰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14일 민주통합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민간인 불법 사찰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을 당론으로 정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 규탄 대회를 열었고, 김한길 최고위원, 박영선 'MB·새누리 정권 부정부패청산특위' 위원장, 우윤근 법사위원장 등을 앞세워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민주당의 총공세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검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받을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서도 "(검찰 조사 결과는) '탁 치니 억'했다는 수사 결과가 연상된다(정두언 의원)",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정권마다 행해진 불법 사찰을 뿌리 뽑아야 한다(정몽준 전 대표)"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국정조사를 끌어내기 위해 민주당은 "참여정부 때 민간인 사찰도 원하면 국정조사 대상에 넣겠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또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할 경우 "탄력적으로 상임위 조정 협상에 응할 것"이라며 '딜'을 제안하기도 했다.

확실한 점은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검찰의 부실 수사 결과 발표를 되짚어 보면 향후 정치권이 지향해야 할 쟁점은 더욱 명확해졌다. 검찰이 손을 털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 '2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 민주당에 의해 '불법 사찰 윗선'으로 지목당한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사찰 윗선은 박영준·이영호 아닌 이명박 대통령?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사찰의 '윗선'에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증거 인멸 등 은폐의 윗선에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이 있다. 이들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고향 출신 공직자들이 모여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불법 사찰의 도구로 만들고, 보고 라인까지 무시하며 '청부 사찰'까지 감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몸통은 이명박 대통령이고 그 하수인은 권재진 법무부장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부름센터만도 못한(박영선 의원)" 이번 검찰 수사는 불법 사찰의 진상은 물론 은폐 의혹의 진실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실상 불법 '사조직'으로 출범하던 때인 2008년 8월에 작성된 '지원관실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에 "VIP에 일심으로 충성한다"는 내용이 등장하고 "VIP 보고는 지원관실→BH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으로 한다"는 보고 체계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장진수 전 주무관도 "EB(이영호 비서관)는 VIP에게 직보하는 사람"이라고 증언했지만, 이같은 모든 정황에 대해 검찰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로 면죄부를 줬다.

조사도 부실했다. 당시 대통령실장인 정정길 전 실장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당시 민정수석인 정동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전화로 조사를 끝냈다. 모두 보고받은 적 없다는 진술을 했고, 검찰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불법 사찰 은폐 의혹과 관련해 임태희 전 실장에 대해서도 서면 조사를 했고, 현재 수사 책임자인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정치권이 풀어내야 할 숙제는 이같은 보고서의 진위 여부, 이명박 대통령 및 주변 핵심 참모들의 개입 여부다.

"관봉 5000만 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가능성 99%"

▲ 장진수 씨가 공개한 5000만원 관봉 사진 ⓒ팟캐스트 '이털남'제공
불법 사찰만큼 중요한 부분이 불법 사찰 은폐 의혹이다. 총리실 하드디스크 파기 등 물리적인 증거 인멸을 넘어, 실제 사찰을 담당하지 않았던 장진수 전 주무관 등을 '사찰 공범'으로 몬 후 2억 1000만 원에 달하는 금품을 동원한 조직적인 회유에 나선 부분 등은 민간인 불법 사찰만큼이나 중대한 범죄 행위다. 1973년 미국의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한 결정적 이유 역시 도청이 아니었다. CIA를 동원한 은폐 조작 때문이었다.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 시도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손을 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장진수 전 주무관이 "관봉 형태로 5000만 원을 받았다"고 한 부분이다.

당시 이 돈을 전달한 인사는 류충렬 전 총리실 관리관이었다. 류 전 관리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S라인'인맥이자 민정수석실 소속이었던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준 돈"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류 전 관리관은 "(돌아가신) 장인이 마련한 돈"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돌아가신 장인이 일반인은 구경하기도 힘든 관봉 형태의 돈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류 전 관리관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 두 사람의 진술이 불일치한 점에 대해 조사했어야 하지만 검찰은 사실상 이를 무시했다.

관봉 형태의 현금 뭉치는 추적이 매우 쉽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 조차 "관봉을 인출한 은행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그러나 "600여 명을 계좌추적했다"고 밝혔던 검찰은 "의심가는 부분을 찾아내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박 의원 측은 "그만큼 검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전직 총리 출신인 이해찬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관봉 돈다발은 청와대 특정 업무 추진비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청와대에는 월 10억 원씩 특수업무추진비 있는데 영수증이 필요없는 돈"이라며 "제가 총리할 때 보면 관봉 찍힌 채로 지급된다. 99% 청와대 특정 업무 추진비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대통령실장을 지낸 적이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문재인 상임고문도 "관봉 출처는 민정수석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이 관봉의 출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태희 전 실장은 자신의 측근 이동걸 전 노동부 정책보좌관을 통해 진경락 전 총리실 과장에게 '금일봉'을 하사한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임 전 실장이 이에 연루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이를 부인했고, 검찰은 더 이상 조사하지 않았다.

은폐 의혹과 관련된 부분은 관봉 5000만 원 등 일부 명확한 증거가 남아 있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실시된다면 그 출처 등을 밝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청와대의 '물타기 시도', '검찰 개혁'도 도마에

청와대가 겉으로 "송구스럽다"고 해놓고, 뒤로는 일부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노무현 정부 시절 사찰 문제를 비중있게 다뤄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것 역시 문제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전에 이뤄진 일이어서 "청와대가 수사 결과를 미리 알고 물타기를 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사례를 자세히 밝혀 놓았다. 이를 부각시켜 달라는 게 청와대의 '청탁'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수 언론은 참여정부 시절 사찰과 관련된 기사를 내보내지 않거나 축소했다. 대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집중 부각시켰다. '청탁'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

2차례에 걸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 검찰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문책 등과 관련된 부분도 추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검찰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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