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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파업에 대처하는 MB의 뭉개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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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파업에 대처하는 MB의 뭉개기 전략

[김주언의 '언터처블'] 25일 '공정언론을 위한 1박2일 국민희망캠프'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이른바 '실용'을 내세우며 '실용 정부'를 자칭했다. 그러다가 대통령 이름을 딴 '이명박 정부'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임 초 내각 인선 과정에서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 인사가 대거 발탁되면서 '고소영 정권'으로 불렸다. 이후 종부세 감면과 부자 감세 등의 정책으로 강남지역 부자들만을 위한 정권이라는 의미로 '강부자 정권'이란 말이 등장했다. 유명 탤런트들의 이름을 딴 익숙한 별명들은 널리 인구에 회자됐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이 거듭되면서 별칭은 무수히 늘어났다. '먹통 정권' '네탓 정권' '꼼수 정권' '양치기 정권' '모르쇠 정권' '3법(불법, 탈법, 편법)도사 정권'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좋지 않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 '먹통 정권'은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한 채 일방적 독주를 꼬집는 말이다. '네탓 정권'은 연평도 포격사건을 전임 정부의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는 등 일단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여기에 원칙과 정도를 외면하고 꼼수를 동원하여 국민을 속이려는 수법이 등장하면서 '꼼수 정권'이란 별칭이 붙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동원한 온갖 꼼수가 이를 반증한다. 이솝 우화 속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걸핏하면 북한의 도발 위협을 들고 나와 붙은 별명은 '양치기 정권'이다.

임기 말에 들어서 쏟아져 나온 측근비리는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말을 탄생시켰다. 이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랑했다가 누리꾼이 맞받아쳐 인터넷을 달군 말이다. 끝없이 쏟아지는 측근비리의 행태는 불법, 탈법, 편법 등 온갖 수법이 동원된 비리 백화점이기 때문에 '3법도사 정권'이란 말이 붙었다.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이 대통령은 "측근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에도 측근비리는 고구마 줄기처럼 달려나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사과는커녕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재래시장의 오뎅(어묵)도 이제는 싫증이 났나 보다. 그래서 등장한 말이 '모르쇠 정권'이다.

▲ 2009년 6월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에서 오뎅을 먹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시장에서 오뎅과 떡볶이를 먹는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는 2010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청와대

이제는 여기에 '뭉개기 정권'이란 별칭을 더해야 할 것 같다. 사상 유례없는 언론노조의 연쇄 파업이 넉 달이 되어가는 데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번 연쇄 파업의 근본원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을 방송사 사장으로 내려보내 언론을 장악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원인제공자인 이명박 정부는 뒷짐만 쥐고 있다. "노사 갈등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변명 아닌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을 따름이다. 전임 정부가 임명한 사장을 쫓아낼 때는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 모든 국가기관을 총동원하여 일사불란하게 전광석화처럼 일을 처리했으나 '나 몰라라'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정연주 전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없는 죄도 만들어 얼토당토않은 배임죄로 기소했다가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로 체면을 구겼다. 그런 검찰은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는 물론, 부동산 실명제 위반 등으로 여러 차례 고발했으나 꿈쩍도 않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행위 때문에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적반하장으로 경찰은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영장이 기각되는 바람에 또 한 차례 망신을 당했다. 경찰은 '방화범은 놔두고 화재신고자를 잡아들이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비난을 자초했다.

공영적 지배구조를 가진 언론사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단순히 '뭉개기'로 끝나지는 않는다. 간접적인 경영 압박을 통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400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 중인 연합뉴스는 뉴스 공급량이 평상시에 비해 30퍼센트 정도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연합뉴스에 의존했던 많은 언론사들이 신문 및 방송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기사게재 계약을 한 언론사들이 게재료의 삭감을 요구한 것은 일면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합뉴스에 제공하는 연간 250억 원 정도에 이르는 정부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구독료'라는 명복의 지원금을 무기로 노사 양측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꼼수정권'의 꼼수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서울신문은 사장 선임 문제가 난관에 부닥쳐 줄곧 표류하고 있다. 사장 등 임원의 임기가 끝나 지난 4월 초 임시주총을 열어 신임사장을 선출하려고 했으나, 청와대 낙하산 인사논란으로 사장 공모절차가 무산됐다. 임기가 만료된 임원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의 지적대로 "청와대가 꽂으려고 한 인사에 대해 반발이 워낙 심하고 낙하산 인사에 대해 혐오 때문에 직원들이 세게 나오니까 우스운 모양새가 돼버린 것"이다. 청와대는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사장에 앉히지 못할 바에야 서울신문의 경영이 마비되더라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서울신문은 민영화했지만, 60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정부 기관이 소유하고 있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현재 지분구조는 우리사주조합 39퍼센트, 기획재정부30.49퍼센트, (주)포스코 19.4퍼센트, KBS 8.08퍼센트, 기타 3.03퍼센트이다. 정부가 61퍼센트, 사원이 39퍼센트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달 사장 공모를 앞두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부 측 주주 대표들에게 자신의 고교 선배를 서울신문 사장으로 앉히라는 오더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신문 노조는 청와대 낙하산 논란이 확산되자, 노보를 통해 강력 반발해왔으며 파업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논란의 불씨는 계속 남아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뭉개기 전략'은 대리인들의 행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MBC, KBS, YTN 연합뉴스 등 파업 중인 공영적 구조의 언론사 사장들은 하나같이 낙하산 사장들이다. 이들은 모두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정부에 편향적인 보도로 언론 보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시켰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이유이다. 수개월에 걸친 퇴진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이들은 오히려 노조를 '말려 죽일' 궁리만 하고 있다. 노조 기금과 노조 간부의 개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고, 노조를 상대로 '쟁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파업 참여자에 대한 징계와 해고는 물론, 보복 인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용기자'라는 낯선 이름의 비정규직 대체인력을 채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노조와의 대화창구는 꽉 막혀 있다. 협상 테이블을 걷어치우지 않은 곳은 연합뉴스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꿈쩍 않고 방치하고 있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사 파업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언론장악 불법사찰 문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방송사 파업은 불법이고 정치파업"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뭉개기 정권'의 또 다른 버팀목이라고나 할까. 박근혜 전 위원장은 연합뉴스가 파업 중인 사실도 모르고 있어 '인의 장막'에 둘러싸인 구중궁궐의 '얼음공주'라는 비난을 샀다.

그동안 "노사문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방송통신위원회 내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도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 3명을 제외한 야당추천 2명이 이제야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충식·양문석 상임위원은 "권력의 부정부패를 감시·견제해야 할 방송이 거꾸로 방송사 사장의 부정부패로 인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김재철 MBC 사장의 즉각적인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이계철 위원장과 홍성규 부위원장, 신용섭 상임위원은 이들과 대립하고 있으며 방통위가 임명한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위원회 소환을 거부하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 지난 7일부터 MBC 노조와 KBS 노조는 여의도광장에서 '희망캠프 농성'을 벌이고 있다. ⓒMBC 노동조합 제공

'뭉개기 정권'의 뭉개기 전략은 파업에 참여 중인 언론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무노동·무임금' 때문에 수개월 동안 수입이 없는 이들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은행 대출창구를 드나들었으나 이제는 은행마저 대출을 꺼린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지만, 어쩔 수 없이 공사장을 찾아 아르바이트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전혀 굴복할 기미가 없다. 일부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했지만, 파업 대오는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강고한 투쟁 열기가 이들을 감싸고 있다.

'희망캠프'가 쳐 있는 여의도 광장에는 매일 밤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MBC, KBS, YTN, 국민일보(연합뉴스는 별도) 캠프 외에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의 텐트에도 밤새도록 불이 밝혀진다. 파업 중인 언론인들은 비장감보다도 문화제를 즐긴다. '분노하라'고 외쳤던 프랑스의 노(老) 혁명가 스테판 에셀의 절규처럼 '분노'는 하지만, 비장하지는 않다. '즐기면서 혁명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뭉개기 정권'의 뭉개기 전략에 대응하는 전술은 파업 자체를 즐기면서 승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이제 언론인들의 공정언론을 위한 투쟁에 시민도 대거 참여한다. 25일 밤에는 1000여개의 텐트가 여의도 공원을 수놓을 것이다. '공정언론을 위한 1박2일 국민희망캠프'가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이날 저녁 7시부터 26일 낮까지 열린다. 여느 파업 투쟁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록 페스티벌과 영화감상, 시민걷기대회, 북마켓 및 북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자우림 등 유명가수는 물론, 영화감독 등 문화인과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낙하산 사장 퇴출'과 '공정언론 쟁취'를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것이다.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 바로 세우기' 투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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