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일간지 논설위원이 노무현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 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빗대 “좌파, 친북, 반미주의자들이 국가이익을 해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또 주한미군이 완전철수한 뒤 일본이 독도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 한국군은 일본군에 대참패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DJ정권, 좌파·친북·반미세력 조장”**
문화일보의 윤창중 논설위원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평화통일포럼(대표 김장환·민주평통 서울부의장)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현재 좌파, 친북, 반미운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남남갈등’ 문제는 단순히 국내적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안보, 외교, 경제 등에 걸쳐 국가이익에 중대한 해악을 미치고 있다는 관점에서 조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세미나 자료집에 실린 발제문에서 “언론인으로서 미국이 과연 한국의 좌파, 친북, 반미운동에 대해 어떤 인식과 자세를 갖고 있는지를 취재해 본 결과, 이런 움직임이 더이상 미국의 정책 결정에 어떠한 고려 요인도 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예컨대 (미국은) 지난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했다 해도 반미감정은 한국에서 피할 수 없는 조류의 하나로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또 반미문제 등 남남갈등을 현 정권이 국내정치에서는 지지세력을 확대유지하고, 대미외교에 있어서는 협상력을 높이려는 데 이용하려 한다고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은 ‘남남갈등’을 설명해 가는 과정에서 이를 “김대중 정권의 유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정권은 좌파, 친북, 반미감정을 자신들의 햇볕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지지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며 “김정일 정권의 통일정책을 거침없이 지지하는 친북언사가 넘쳐나고,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주적개념 철회 등 북한의 대남통일 전선을 복사한 주장들이 홍수를 이루었는데도 이를 사실상 침묵으로 방조하거나 뒤에서 조장하는 인상까지 풍겼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또 “그 결과 좌파, 친북, 반미세력은 한국에서 커다란 정치적 세력으로 성장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이념적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에 무차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정권이 경제를 망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국가 정통성, 역사적 정체성 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현 정부, 차가워진 미국 움직임 못 읽어”**
윤 위원은 이어 김대중 정권의 영향을 받은 현 정부가 이미 차갑고 냉정한 강대국의 전형적인 자세로 바뀐 미국의 움직임을 못 읽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위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와 관련해 한국정부를 고려치 않고 통보형식을 취했던 미국의 태도를 설명한 뒤 “미국의 이같은 정책적 입장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이 무엇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한국의 철없는 좌파, 친북, 반미주의자들은 미국이 이미 반미감정에 초연한 입장에서 정책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변화도 알지 못한 채 그저 기승만을 부리고 나올 것이고, 그럴수록 미국은 더 쿨한 입장에서 정책결정을 내리려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싸우면 한국 참패할 것"**
윤 위원은 미군 완전철수시 일본이 독도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 한국군이 참패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윤 위원은 “미군이 완전 철군에 가까운 결정을 내린 뒤 만약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분쟁이 외교적 분쟁차원을 넘어 군사적 충돌까지 비화된다면 무차별 패배가 자명한 한국의 군사적 대응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을 자제시키기 위해 아무런 대응책도 취하지 않으면서 침묵해버리면 한국은 최대의 시련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위원은 미국이 한국에 취할 경제제제적 압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위원은 구체적으로 △미국에 부품을 수출해 유지하고 있는 몇몇 한국 그룹의 미래 △미국 포드사가 자동차 타이어 수입선을 한국이 아닌 동남아로 옮길 경우 한국 타이어 재벌의 미래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해 가는 중동석유를 보호하지 않을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가 반미감정을 단순한 흥밋거리나 이념적 풍조의 하나 정도로 인식하기보다 이를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같이 한미관계가 최악으로 악화될 경우 실제 이런 시나리오들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좌파, 친북, 반미감정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입장을 정해야 하느냐하는 문제는 결국 국가이익이라는 대국적 관점을 정해야 하는 문제이고 현실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현백 교수 “국가 상호작용 단순화 논리 놀라워”**
윤 위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함께 토론에 참석했던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복잡한 국가간 상호작용을 이렇듯 단순한 논리가 풀어나가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교수는 3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모임에서 이러한 (매도적)발언이 나온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웠다”며 “남남갈등을 풀어나가는 해법이 어떻게 한국-미국간의 관계 설정에만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이 또한 의문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또 “그 자리에서도 지적했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한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며 “국가간 상호작용이 과거보다 역동적으로 변한 상황에서 오히려 미국에 우리 입장을 알리고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윤 위원이 내세운 가상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앞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근거가 있는 주장을 폈으면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윤 위원의 발언내용에 대해 “개인 생각을 밝히는 것에 대해 말릴 이유도 없지만 촌평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윤 위원은 지난 81년 한국일보 입사를 시작으로 언론계에 입문, KBS·세계일보를 거쳐 99년부터 문화일보에서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 위원은 김영삼 정부시절이었던 92년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97년 대선 당시에는 여권후보였던 이회창씨의 언론특보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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