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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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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진실

[기고] 통합진보당 파동의 원인 이해하기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 사건과 그 뒤에 이어진 이정희 대표의 새로운 모습에 온 국민이 놀라고 있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진보정당 내에서 왜 이런 부정선거가 일어나는가, 게다가 명백해 보이는 부정선거에 왜 반성을 하지 않는가 하는 놀라움이다. 이 과정에서 총대를 맨 진보의 아이콘 이정희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파동의 주요한 특징은 당권파에 대한 공격이 난무할 뿐 그들 편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민한 정치 문제가 발생하면 학자 논객들의 입장은 늘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맞서게 돼있다. 그런데 지금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나누어 보면 일방적인 비대칭 구조이다.

당권파가 물러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면서 모든 언론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이 왜 버티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말들만이 전해질 뿐 그들이 버티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한쪽은 일방적으로 때리고 다른 쪽은 얻어맞는 가학증과 피가학증의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결과 총선에서 얻었던 당지지율이 반토막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국민들이 균형잡힌 판단을 하도록 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도 알려져야 하는 것 아닐까.

비례대표후보 선정을 위한 당원투표를 하는 정당은 통합진보당밖에 없다.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은 공천심사위원들이 모여서 순위를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다. 사실상 지도부의 각계파가 나눠먹기식으로 결정한다. 이러한 정치환경에서 통합진보당은 당원투표로 결정하는 진일보한 민주주의를 실시해왔다. 이번 파동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다보니 생긴 진보의 숙명이라는 점이 알려진다면 당지지율이 그처럼 급전직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당내외의 빗발치는 비판에도 당권파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이상 그들이 완강하게 버티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부정선거 전부터 있었던 관행이다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의장은 5월 3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서 사태의 원인으로 "기존의 잘못된 관행" 등 몇가지를 말했다. 이에 대해 손석희는 "기존의 잘못된 관행이라면 과거에도 그렇게 하셨다는 말씀인가?"라고 날카롭게 되물었다. 이에 대해 이의엽은 말을 얼버무렸다.

이런 것이 그들의 딜레마이다. 오래된 관행이므로 정체성의 일부인데도 대중에게 당당하게 말을 못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면서도 반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로 그들의 입장에 서보면 말하기가 아주 난처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자칫 그들 입장을 설명하는 게 그들을 욕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점잖은 사람들 앞에서 때가 낀 배꼽을 드러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할 때가 됐다. 당권파들이 이미 점수를 너무나 많이 잃어서 더 잃을 것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동일 IP로 대리투표 했다는 사실도 그들의 배꼽이다. 대학생 당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강의 때문에 친구에게 대신 투표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한 친구가 두세명의 친구들 이름에 서명까지 하고 투표를 한다. 선거관리인도 동지적 관계이며 서로 알고 지내는 당원이므로 묵인한다. 그러나 정부보조금을 받는 공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거인명부 즉 당원명부를 공개하라는 유시민 대표의 요구에도 그렇게 하겠다는 말이 없다. 혹시 당원 중에 정당활동이 금지된 공무원 신분의 당원이 포함돼 있기때문이 아닐까. 다른 정당이 중앙선관위 위탁선거과에 일임하는 것과 달리 자체관리해온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그렇든 아니든 간에 이런 판단을 할수 있다. 선거관리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인데 이들은 훈련받지 않은 아마추어였다. 부실 선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들에는 불법 요인들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거론하기조차 조심스럽다. 반박논리를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다. 이정희 대표는 이런 난처함을 노무현의 상황과 비교해서 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야유뿐이었다.

송두율 교수는 언젠가 자신의 역할은 북한의 언어를 서방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박한 사투리를 세련된 표준어로 바꿔서 말하는 일이란 것이다. 진보당 당권파의 입장을 설명해주는 "언어"가 필요하다. 이글에서 그런 언어를 찾아보려 했다.

민주주의냐 권위주의냐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는 정치의 주체를 구분하면서 극우 온건우익 온건좌익 극좌라는 네가지 축을 설정했다. 이들 중 극우와 극좌 등 극단주의자들은 권위주의적이며 민주주의의 규칙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극우파들이 보이는 행태를 통해서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나 우파는 본능적 직관적이어서 이런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이론이 강한 극좌파는 상대적으로 이성적이어서 이런 특성이 감춰져 있을 뿐이다.

보비오 이론으로 설명하려면 당권파를 극좌파로 규정해야 하는데 이것도 난처한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유권자 정서에 비춰보면 극좌파로 규정되면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뿌리를 찾아보면 80년대 극우정권에 맞서 극좌에 자리를 잡은 것은 사실이다. 그 뒤에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우경화를 거듭해서 지금 극좌와 중도좌의 사이에 서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당원들이 모두 자리를 옮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초심을 간직한 사람들이 당내에서 힘이 세다. 이 연장선에서 말해보자.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쉽게 말하면 그들이 옳다고 여기는 이념으로 독재를 하겠다는 말이다. 모순어법으로 말하자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나쁜 일을 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목표의 정당성이 수단을 정당화해준다고 믿는다. 이런 생각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훼손이 이뤄진다.

오사카 경법대 양관수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 세상은 투명하고, 정직하고, 상식적 수준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비합법적 지하투쟁을 하던 수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으로 변한 지 오래되었다. 과거에 통용되었던 음습한 공작수법은 단절해야 한다."

과거 러시아혁명 시기에는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가 은행강도를 해서 자금을 징수했다거나 일본좌파는 비행기 납치도 거행했다. 당권파 주요 인사들의 기억에 이와 같은 사실들이 남아있을 수 있다. 양 교수의 발언은 이런 기억조차 지워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당권파의 강경한 버티기를 엔엘의 특성으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오랜 동안 엔엘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몸으로 체화된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피디는 어떤 국면에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될 일을 선택하며 앞으로 나간다. 이에 반해 주체사상파인 엔엘은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판단하면 타협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밀어붙인다.

당권파가 병법의 기본인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세고취화(勢高取和)와 같은 유연한 전술을 구사 못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념적 구분에 따른 규정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당권파 이해를 위한 참고자료로 보면 될 것 같다.

당권파의 이런 여러 가지 특성은 당내에서 패권주의로 나타났고 이것을 몸으로 겪어온 사람들은 피디쪽이다. 그들은 이번과 같은 일을 겪을 때마다 정치적으로 타협하고 봉합해왔다. 그런데 새로이 한 솥밥을 먹게 된 식구들이 문제였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자유주의자들에게 이런 일들은 너무나 놀랍고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진보당내 민노계와 국참계의 동상이몽

이번 파동은 국회의석을 한석도 얻지못한 국민참여당계의 반격으로 시작됐다. 부산지역의 국민참여당계 지역위원장의 문제 제기가 도화선이 됐다. 이정희 대표는 비례대표 여성순위 1번과 2번의 결정과정에서 그리고 남성순위 2번과 3번이 바뀌는 결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 두 경우 모두 국민참여당계 후보가 뒤로 밀렸다. 불만이 목구멍까지 차있었던 참여당계 당원들에게 당내 질서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몇몇 당원들이 작심하고 터트린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은 진보신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여당을 끌어들여 당세를 넓히려고 했다. 이들에게 국민참여당은 정치적인 이용대상이었다. 그 결과 이번 총선에서 얻은 13석중 대부분을 당권파가 차지했다. 국민참여당의 진보통합에 반대해온 당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독자노선으로 나갔어도 2010년 지방선거 당시의 당지지율 5%대를 유지했다면 비례의석 2-3석을 얻었을 것이다. 이 주장이 근거가 있다면 민노계와 마찬가지로 국민참여계도 욕심이 문제라고 할수 있다. 더 많은 의석을 얻기 위해 진보통합에 나섰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당권파는 리버럴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자유주의자들은 당원 개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 당의 정당한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 국민참여당 시기에 이런 일은 부지기수였다. 결국 엉뚱한 데서 일이 터질 개연성이 있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두 그룹은 지금 분당이라는 파탄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자가 대의가 아닌 실리를 위해 결합되었으므로 실리를 못 챙긴 쪽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참여계 수장인 유시민 대표의 입장에서는 분당이 부담스럽다. 당내외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통합했는데 불과 여섯달만에 참담한 실패로 종결이 되면 정치적 책임이 너무 무겁다. 가는 곳마다 분란을 일으킨다는 오명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가 파탄으로 끝나서 분당이 된다해도 해산된 진보신당의 당원들이 유시민과 손을 잡을 것 같지도 않다. 진보신당이 끝까지 통합진보당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레프트와 리버럴이 함께 하면 안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지붕 세가족인 엔엘 피디 리버럴 등이 모두 작은 집을 한 채씩 장만해서 제 식구들끼리 오손도손 살면 어떨까. 그리고 필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모여서 연대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한다면 지금과 같은 풍파가 일어날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진보진영에서는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지금 진보통합당이 깨지면 우리사회가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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