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손가락 새까매지고, 사람 죽는데"…방사선 이용 기관 85% '안전 사각지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손가락 새까매지고, 사람 죽는데"…방사선 이용 기관 85% '안전 사각지대'

[토론회] 산업현장 방사선 안전규제의 한계와 개선방향

2019년 7월 서울반도체에서 일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대학생 현장실습생 이모 씨의 손이 새까매졌다. 외주업체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방사선 안전장치를 풀고 작업하다 피폭당한 것이었다. 이 씨는 이후 우울증으로도 고통 받았다.

2024년 10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두 명이 기흥사업장 안에서 방사선에 피폭됐다. 그 중 한 명은 한때 손가락 7개를 절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도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자와 지인들의 삶에 평생의 아픔을 남기는 방사선 피폭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할까. 이를 논의하기 위해 반올림, 환경운동연합 등이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과 함께 3일 국회에서 '산업현장 방사선 안전규제의 한계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 삼성전자 기흥공장 피폭 피해자의 손. 전국삼성노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방사선 이용기관 85%가 안전 규제 사각지대

방사선 산업안전과 관련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방사선 이용 기관에 대한 안전 규제 공백이었다.

법적으로 방사선 이용 기관은 허가기관과 신고기관으로 나뉘며, 허가기관에 더 강한 안전 규제가 적용된다. 예컨대, 허가기관은 작업자에 대해 방사선 측정, 건강진단, 피폭관리, 교육훈련, 기록비치 등 의무를 지지만, 신고기관에는 이런 의무가 없다.

원자력안전법 시행규칙상 신고기관으로 분류되려면 용도 혹은 용량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엑스선 분석·가속이온주입·수화물 검색 등 용도로 방사선 장비를 사용하거나, 170킬로볼트 이하 가속관 최대전압·시간당 10마이크로시버트 이하 표면방사선량률 용량의 방사선 장비를 사용하면 신고기관이 된다.

이에 따라 신고기관으로 분류된 방사선 이용기관의 비율은 2025년 기준 전체 1만 465곳 중 85%가량에 달한다.

▲ 방사선 이용 기관 중 허가기관과 신고기관의 안전규제 차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발제자들은 이처럼 넓은 방사선 이용 기관 산업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위원은 특히 용량 기준에 대해 "가속관 최대전압 170킬로볼트는 높은 기준이 아니다"라며 "처음에 규정을 만든 사람 말을 들어보니, 안전성보다는 규제인력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용량 기준뿐 아니라 방사선 발생장치의 수량이 몇 대 이상이면 허가기관으로 분류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 피폭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만 해도 700대 넘는 방사선 장비를 이용하고 있지만, 신고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도 "경북대의 한 연구에 의하면 2024년 기준으로 지난 5년 간 총 222건의 방사선 안전사고가 있었다. 주당 0.85건의 사고가 지금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사선 이용기관 안전 규제 사각지대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또 △노동부에 방사선 전담부서 신설 △방사선 관련 검사·교육받을 권리 강화 △쉽게 안전장치가 해제되는 구형·위험기기 폐기 방안 마련 및 중소사업장 안전관리 강화 △방사선 산재사고에 대한 엄격한 중대재해법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문제 해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측 관계자들은 인력 부족, 전문성 확보 등에 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임종윤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안전과장은 과 안에 규제를 실제로 담당하는 인력이 8명뿐인 상황을 언급하며 "한정된 규제 자원을 기반으로" 한 상황에서 특정대수 이상 방사선 장비 이용기관 특별점검, 사업장 컨설팅·안전 관련 안내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형욱 고용노동부 산업보건정책관 서기관은 "근로감독관이 (방사선 피해) 시뮬레이션이나 방사선 기기의 원리 등을 이해하고 조사하고 현장에 적용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를 보고 자문을 받으며 이를 바탕으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사업장을) 점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토론 시간에는 정부기관의 적극적 태도를 주문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김혜정 시민환경연구소 상임이사는 "교육이나 컨설팅, 특별점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인력·예산 부족을 해소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 부처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반올림이 생기고 이 문제를 제기한 지 20년이 됐다. 황유미 씨(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 반도체 노동자) 때도 이야기했고, 박지연 씨(2010년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 반도체 노동자) 때도 이야기했다"며 노동부에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고민과 책임있는 태도를 요청했다.

▲반올림이 만든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달력. 4월에만 7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반올림 홈페이지 갈무리.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