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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배하는가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20>

현재 한국 경제는 차단벽으로 높이 가로막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재벌계 경제와 일반계 경제가 그것이다. 재벌로 불리는 수십 개의 대기업집단이 한국 경제를 통째로 지배하고 있다. 2011년에 4대 재벌의 총매출액은 삼성 203조9000억 원, 현대차그룹 129조7000억 원, SK 97조 원, LG는 90조6000억 원이다. GDP의 50%를 넘게 점하고 있다.

또 대부분 재벌에 속하는 대기업들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며 세계적 기업들로 변신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매출액은 2011년에 전해(2010년)에 비해 22.6%나 늘었고 당기 순이익도 전해에 비해 무려 64.6%나 늘었다. 2011년 당기순이익이 66조6000억 원인데 이는 2007년의 33조8000억 원에 비하면 거의 두 배 정도이다. 재벌계 기업들은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벌 총수들의 배당금은 천문학적이다. 2012년에 정몽구 씨는 456억 원, 정몽준 씨는 308억 원, 이건희 씨는 285억 원을 받았다. 기업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대기업 주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해외주주들도 해마다 엄청난 배당액을 챙긴다. 국내 일반주주들도 마찬가지이다.

재벌계 기업의 임직원도 엄청난 연봉을 받는다. 삼성전자의 등기임원이 받는 연봉은 1인당 평균 59억 원이고 임직원 평균 연봉은 9000만 원에 달한다. 현대자동차도 평균 8900만 원이다. 다른 재벌계 기업들도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러니 이들 재벌 기업에 발을 디디든가 연을 맺기만 하면 파라다이스에 들어서는 셈이다. 그래서 이 부문에 속하는 사람들은 흥청거리며 살고 있다.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들은 거의 여기에 속해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일반계 경제에 속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찬밥신세이다.

재벌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폐지되며 제멋대로 몸집을 불려 왔다. 35개 대기업집단은 계열기업을 2007년 4월의 812개에서 2011년 4월에 1205개로, 393개를 늘렸다. 4년 사이에 원래 있던 것의 약 50% 정도를 늘린 것이다. 엄청난 식욕이다. (2012/3/28 '공정거래위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 변동사항' 참고)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기가 찰 정도이다. 신성장동력 부문은 4.5%에 불과하고 75.5%가 부동산업 등 서비스업이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자영업 부문까지 진출하고 있다. 커피집, 빵집, 순대, 청국장 등 대기업들이 한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업종들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렇게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한층 심화되며 국민경제를 나락으로 밀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은 빈사상태에 빠지고 있으며 이들과 재벌계 기업들과의 충돌은 더 잦아지고 있다. 그러니 지탄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재벌들은 사회적 책임은 나 몰라라 한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내 배만 채우면 된다는 이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고용에서도 2009년에 165만 명 정도로 전체의 고작 12.3% 정도만 담당하고 있다. 거의 늘리지 않는다. 하다못해 고용 면에서도 별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과 함께 살겠다는 의사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렇게 국민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며 정치, 사회적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08년에 삼성구조조정본부의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낱낱이 폭로한 삼성의 비리와 부패구조는 그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 지난 2007년 11월 5일 김용철 변호사가 서울 동대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비자금 폭로 2차 기자회견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재벌은 우선 광고시장을 통해 언론을 장악함으로써 언론 논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수언론은 물론이나 진보언론들도 그 눈치를 아주 안 볼 수 없는 처지이다. 2009년에 4대 재벌이 광고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57%이다.

그러나 정치적 논조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신문의 경우 그 영향은 더 뚜렷하다. 삼성그룹이 2009년에 각 중요 신문들의 광고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보수신문들이 33.85%이고(<동아일보> 10.44%, <조선일보> 12.47%, <중앙일보> 10.94%) 중도적인 <한국일보>가 4.54%이다.

반면 진보 쪽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2007년에는 각각 5.45%와 5.17%를 차지했으나 2008년과 2009년에는 전연 없다. 다른 재벌들도 비슷할 테니 결국 광고가 정치여론을 보수 쪽으로 몰아가는 주된 매개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재벌계 대기업들에 대한 우호적 여론의 상당 부분도 여기서 비롯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매일 같이 재벌 기업에 대한 홍보성 기사나 영상, 또는 광고를 접하게 되니 특별히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지 않은 한 세뇌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자금을 빌미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 차떼기 등 불법 선거자금은 대개 재벌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평시에도 그 유착관계는 계속 유지된다. 재벌이야말로 한국 사회 부패의 가장 중요한 몸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보수정당들이 재벌에게 유리한 FTA 법안 같은 것을 통과시키지 못해 안달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면 민생법안들은 몇 년씩이라도 구석에 처박혀 먼지를 덮어쓰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법안에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고위관리들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재벌 관련 사안에는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상시적인 인맥관리를 하고 있는 재벌에게 밉보이면 승진 가도에서 탈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퇴직 후 재벌계 기업의 임원으로 옮겨 계속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현직에 있으면서 얻는 경험과 정보를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제공하며 편파적인 일 처리를 한다. 재벌을 감시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까지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공익보다 사익이 앞서니 공정한 국정처리가 가능할 리 없다. 많은 고위관리들이 상시적 부패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법조계도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소속 변호사들을 통한 로비활동으로 재벌에게 유리한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 범법을 한 재벌 총수치고 실형을 산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유전무죄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다.

학계에도 친재벌적인 학자들은 쌓이고도 넘친다. 재벌을 옹호하는 발언이나 글을 써주는 대가로 알량한 연구비를 몇 푼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에게서 학자적 양심을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게다가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들은 최전선에서 재벌의 이익을 지켜줄 뿐 아니라 이런 사회적 영향력을 재생산하는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 고위관직에 있던 사람들이 로펌에 들어갔다가 재벌 기업 임원으로, 또 경제부서 장관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도 재벌과 한통속이 안 될 수 없다.

말하자면 현재의 재벌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수출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로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됨에 따라 경제가 완전히 수출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그 결과 내수가 줄어들며 이것이 다시 서민경제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또 불공정거래를 통해 고용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고사시키고 있으며 그리하여 양극화를 만들어내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력 집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저지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재벌들이 너무 비대해지며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뿐이 아니다. 재벌의 강력한 힘을 규제하지 않으면 고용이나 노동, 복지, 임금, 교육 등 어떤 정치, 사회적 개혁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작년에 이익공유제를 하자고 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주장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이익공유제라는 말을 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운 적이 없다'고 한마디로 자르자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다. 결국 정운찬 씨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런데 그런 일조차 재벌총수의 말, 단 한마디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어떤 중요한 개혁도 불가능하다는 말과 마찬가지이다. 지금과 같이 재벌이 과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한 국가가 정상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초과 이익공유제에 대해 반대 발언을 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 ⓒ연합뉴스

그럼에도 한국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재벌에게 우호적이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재벌들이 한국인을 먹여 살린다고 막연히 믿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TV, 자동차 등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생산하여 국제시장에서 당당히 겨루고 수출을 많이 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또 그런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재벌계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소득은 그쪽 사람들이나 외국인 주주들만의 차지이다. 협력회사나 하청회사, 또 그 노동자들은 오히려 불공정 거래를 통해 가혹하게 착취당한다. 일반 국민들이 재벌로부터 이득을 얻을 건더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일반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피해까지도 유발하는 재벌을 옹호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므로 그럴 단계는 이미 지났다. 총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중요한 논란거리의 하나가 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또 현실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은 처음에는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더니 이제는 훨씬 뒤로 후퇴했다. 그래서 단순히 재벌의 탈법, 불법을 근절하겠다는 수준으로 핵심인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모른 체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민주통합당은 재벌 지배구조 문제를 다루고는 있다. 그래서 출자총액제도 재도입,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 행위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이명박 정권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수준의 이야기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구색으로만 재벌개혁 이야기를 할 뿐 진정으로 재벌개혁을 하겠다는 열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니만치 이 문제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그래서 재벌의 각종 행위에 대한 규제 강도가 매우 높고 재벌해체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30대 기업집단을 3000개의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의욕은 좋으나 방안의 현실성에서는 보완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사실 재벌개혁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권력집단을 상대하는 것이므로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국민의 강력한 요구와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강력한 정치력으로 결집될 때만 가능하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그 정도 지지율로는 어림도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재벌의 부정적인 요소가 너무나 크게 작용하므로 그 제어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국민들을 설득하여 뜻을 하나로 모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또 그래야만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 이제 그쪽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분명히 왔다고 생각한다.

* 민족미래연구소에서는 한국혁명넷을 개설하고 '한국혁명'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나아가 참여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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