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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만성질환 관리, 누가 방해하나 했더니…"

[기고] "의사단체는 환자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를 막지 말라"

관리만 잘 하면 평생 건강할 수 있는 만성질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에 걸린 환자도 '관리'만 잘하면 평생 건강하게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관리'라고 해봐야 한 의원을 정해서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받고 약을 꼬박꼬박 먹는 것이 전부이다. 문제는 이렇게 간단한 '관리'조차도 잘되지 않는 것이다.

만성질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합병증 발생률이 대폭 증가하게 되는데 고혈압은 3배나 증가하고, 당뇨병의 경우에도 2.3배나 증가한다. 그렇다면 만성질환 관리가 잘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만성질환 환자가 정기적으로 의원에 와서 진료받게 하고 약을 잘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누구 해야 할까? 바로 동네의원 의사다.

본인도 2009년부터 고지혈증 약을 매일 아침 복용하고 있다. 원래는 식후에 복용해야 하지만 식전에 복용하는 호르몬 약 때문에 식후에 자주 잊어버려서 작년부터는 식전에 호로몬 약과 함께 복용한다. 본인은 집에서 200m 거리에 있는 동네의원에 매월 1회 방문해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에서 한 달 치 약을 구입한다. 진료 때 의사는 처방전 발급해주는 것 외에 간혹 "약 꼬박꼬박 드세요"라고 한마디 해준다. 이게 전부이다. 이렇게 나는 동네의원에서 만성질환인 고지혈증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만성질환 환자 중에는 본인과 달리 정기적으로 의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이 의원 저 의원 옮겨 다니는 환자도 많다. 당연히 의원의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합병증 발생으로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동네의원의 체계적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만성질환관리제' 시행

그래서 정부는 동네의원에서 만성질환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년 1월부터 의료계, 시민사회환자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제도개선 협의회'(이하,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함께 논의했고 지난 1일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포스터 ⓒ건강보험공단
'만성질환관리제'는 만성질환인 고혈압·당뇨로 투병 중인 환자가 의원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 다음 진료부터 해당 질병의 진찰료 본인부담금(1회 방문당 920원)을 경감받고 질환관련 정보제공, 상담 및 교육, 자가 측정기 대여, 합병증 검사주기 알림서비스 등 건강지원서비스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이다.

'제도개선협의회'에서 시민사회환자단체는 선택의원 등록제와 등록된 의원을 환자가 선택해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 의원도 만성질환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의 '선택의원제'를 주장했으나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선택의원 등록제를 포기하고 환자가 의원을 선택해 이용만 하면 선택된 의원과 환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한발 양보했고, 명칭도 '선택의원제'에서 '만성질환관리제'로 변경했다. 환자가 원한 것은 동네의원의 만성질환 관리의 질적 향상이었는데 결국 1회 진료당 진찰료 920원 경감받는 할인제도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와 반대로 대한의사협회가 제안한 '경증질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제비 인상안'은 시민사회환자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10월 1일부터 51개 경증질환자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외래 약제비를 30%에서 40~50% 인상하는 제도를 시행되고 있다.

일부 지역의사회, 회원들에게 환자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방해를 조직적으로 교사

그런데 지난 1일부터 '만성질환관리제'가 시행되자마자 대한의사협회와 일부 지역의사회들이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거부를 요청하고 있고, 군포시의사회에서는 회원들에게 고혈압·당뇨 환자들이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지 못 하도록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만들어 배포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의사들의 이러한 집단행동은 고혈압·당뇨 환자들이 만성질환관리제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와 의료비를 절약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들의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한번 환자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환자가 하나의 의원을 정해 고혈압·당뇨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소액이지만 의료비도 절약 받으려고 의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그런 환자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신청을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과연 의사로서 할 행동인가?

대한의사협회와 지역의사회가 만성질환관리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환자 개인정보 누출 위험, 보건소의 개입 여지 등을 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의원의 수익감소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혈압·당뇨 환자의 병원비 경감 혜택까지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게다가 환자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대한의사협회와 일부 지역의사회가 나서서 '환자들이 만성질환관리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설득시켜라'고 행동지침까지 내린 것이다. 짧은 진료시간 때문에 환자의 동네의원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는 마당에 진료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이 할 일이 아니다.

의사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환자들은 더 이상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 이렇게 자신들의 이익 앞에 환자의 건강이나 권리에는 무관심한 의사에게 환자가 어떻게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겠는가?

'만성질환관리제'는 반대하고 '경증질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값 인상'은 찬성하는 의사들

나도 작년 '제도개선협의회'에 환자단체 대표로 참석했다. 여기서 '선택의원제'와 '경증질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제비 인상안'이 함께 논의되었다. 이때 당시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공식 회의 석상에서 시민사회환자단체의 의료계 선택의원제 거부 우려에 대해 "만일 의료계에서 선택의원제를 거부하면 경증질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제비 인상도 없다"라고 분명히 얘기했었다. 그 자리에는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해 나온 위원도 있었다.

'선택의원제와 경증질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제비 인상'은 1차 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해 의사와 환자가 서로 양보해서 시행하게 된 제도이다. 작년 10월부터 '경증질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제비 인상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의료계가 선택의원제(만성질환관리제)를 거부한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환자를 기망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만 대폭 증가시킨 꼴이 된다.

의협과 의사회는 환자 대상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방해행위 즉각 중단하라

작년 시민사회환자단체들은 '제도개선협의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장외에서도 정부의 '경증질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제비 인상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작년 10월 1일 제도 시행 후에는 일정 기간 평가과정을 거친 후 대응하기로 하고 현재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4월 1일부터 이미 '만성질환관리제'가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대한의사협회와 지역의사회가 거부 선언을 하고 재논의를 주장하는 것은 옳은 대응이 아니다. 일단 제도 시행에 협조하고 일정 기간 평가과정을 거친 후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적이고 이치에 맞다.

대한의사협회와 지역의사회는 지금 당장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방해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16개 지역의사회장들이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방해 행위가 불러올 역풍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환자중심에서 현명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병들어 힘없고 돈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행동지침까지 만들어 만성질환관리제 신청을 막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지지할 대한민국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군포시의사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환자 대상 만성질환관리제(선택의원제) 행동지침

1. 65세 이상은 만성관리제(실제는 선택의원제)에 해당사항 없습니다.
: 65세 이상 분들께는 선거철이라 정부에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고 한마디씩 해주시는 센스

2. 65세 미만은 900원 정도 본인부담 할인되나 본인이 지정 관리 원하는 경우에 병원에 의사표현하고 등록 후 다음 달 방문부터 적용되므로 지금 당장 할인해 주실 필요 없습니다.
: 다음 달부터 적용된다고 안내하여 트러블 피하고 다음 달까지 일단 기다려 달라고 안내

3. 현재 의협에서 지정된 병·의원만이 아니라 모든 병·의원에서 할인 혜택이 되도록 하려고 조율 중이다. 혜택을 못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드리려는 중이니 조금 기다려 주시라고 안내
: 추 후 제대로 되면 바로 안내하고 혜택적용 할 것이라고 환자들에게 설명

4. 다른 곳은 해주는데 왜 안 해주냐고 항의하는 분들에게는
: '우리 병원만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안 하고 있다.'라고 안내하면서 현재하는 곳 병·의원이 어디인가를 확인하시고 의사회로 연락 부탁합니다. 의사협회와 정부가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홍보만 정부에서 앞서서 한 것으로 지금 협의 중이며 지정된 곳에서만 아니라 모든 병·의원에서 혜택 볼 수 있도록 의사협회에서 힘쓰고 있으며 어차피 한 달 뒤부터 혜택 보시는 것이니 조금 기다려 주시라고 설득해 주시면 됩니다. 준비도 안 된 것을 정부에서 선거철에 욕심내서 무리하게 추진해서 내용도 아직 정확히 우리도 모른다. 그리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있어서 이 부분도 해결되면 할 것이라고 안내

5. 등록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보건소에서 내용을 알게 됩니다. 등록 후 보건소가 같이 환자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추후 보건소에서 처방을 직접 내거나 하여 보건소가 주가 되고 병·의원은 보건소의 부가 업무를 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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