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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꼬. 이래 가지고 어떻게 먹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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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게 뭐꼬. 이래 가지고 어떻게 먹고 사나"

[4.15총선-창원은 지금] 불황의 늪에 정치불신 고조

경남 창원은 도청소재지로 흔히 '경남정치 1번지'로 불린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큰 표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기괴할 정도로 고요했다. 깊게 패인 생활의 피로함이 타는 한숨으로 삐져나올 뿐, 시민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보이콧,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넘어선 증오는 창원 역시 대동소이했다.

***지기 시장 상인들, "그 라디오 꺼뿌라!"**

9일 오후 4시경, 시장은 한산하다못해 을씨년스러웠고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스톱을 치거나 이야기판을 벌이고 있다.

선거얘기를 꺼내자 파를 다듬던 이복순(52)씨는 화부터 버럭 냈다. 이씨는 "내가 10년 전엔 한나라당 선거운동 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집에 선거홍보물 오면 집어던지고 TV뉴스 나오면 꺼버린다"며 "후보들 알고 보면 나보다도 세금 안내고 군대 안가고 그런 것 보면 복장 터진다. 무엇보다 이제 진절머리난다"고 손사레를 쳤다.

김미자(58)씨는 "찍어줘봤자 뭐하나. 정치하러 들어가는 게 아니라 도둑질하러 들어가지 않나. 그 돈으로 나라 빚이라도 갚았으면 벌써 다 갚았겠다"고 거들었다.

"그럼 투표 안 하시겠네요"라는 말에 김씨는 "그래도 그 날 가봐야 안다. 또 끼리끼리 모여서 하러가자고 하면 우 가서 하고 오기도 하니깐. 나는 요번에 민노당 한번 찍어보려고 한다. 그런 사람들 되야 서러운 사람들이 좀 살지"라고 말했다.

튀김장사를 하는 심금희(46)씨는 "투표일이 언젠지 뭐가 뭔지 하나도 관심없다. 경기나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 시장 꼴을 봐라. 이게 뭐꼬. 이래 가지고 어떻게 먹고 사나"며 마침 라디오가 총선뉴스를 전하자 "그 라디오 꺼뿌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밝힌 가정주부 지영인(33)씨는 "선거 안할 거다"라며 "해봤자 뭐하나. 물가오르고 세금 올라 월급 받아 생활비 겨우 해결한다. 창원도 점점 살기 힘든 도시가 되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황혜옥(34)씨도 "선거에 정말 전혀 관심없다"며 "누가 들어가도 똑같지. 뜻 있는 사람이 들어가도 혼자서 되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엔 민노당" vs "그래도 한나라당" vs "우리당 돼야 나라가 안정돼"**

과일장사를 하는 조창호씨(42) "권영길씨가 급식조례며 뭐며 안보이는 데서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며 "이번엔 한번 밀어줄 생각"이라고 흔쾌히 말했다. 대학생인 정호식(26)씨는 "지방의회에 민노당 의원이 들어가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단 소리를 들었다. 국회에서도 그랬으면 좋겠다"라며 "젊은 사람들중에는 민노당 지지자가 많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김호선(49)씨는 "다 비슷비슷해서 한나라당 찍을 생각이다. 박근혜가 왠지 잘할 것 같다"면서도 "민노당 권영길도 고려해보고 있다. 많이 알려졌고 요번에는 (국회에)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편을 놓은지 오래라는 박재근(65)씨는 "노인 발언 운운해도 나라가 안정돼야 한다. 열린우리당 찍을 생각"이라며 "정치권이야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싸우지, 국민들은 어느 당이 되든 잘 살수 있게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창원 공단지역에서 5년 전부터 노동운동을 해온 이춘택(33)씨는 "노동자들은 권 후보에 대한 특별한 바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예전엔 불가능했던 노동자후보의 국회 입성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지지한다"면서도 "요즘 이주영 후보가 전반적인 영남권의 한나라 바람을 타고 많이 추격한 것 같아 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4명의 택시운전사, 4가지 이야기**

강원도 출신으로 창원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아직도 '영남정서'가 적응 안된다는 최상태(46)씨는 '한나라 심판론'을 펼쳤다.

"한나라당은 정말이지 구역질난다. 선거 끝나면 승복하고 협조해야지. 자기들이 선거에 나온 이유를 알아야 한다. 야당이 정부에게 협조 잘하면 국민들이 '와-정부 잘한다' 그럴 것 같나. 천만에! 협조 잘한 야당 칭찬한다. 어떻게 못 배운 나보다도 모르나. 남은 4년동안 야당이 흔들지 못하게 우리당 찍을 생각이다. 대통령의 권위적이지 않아 마음에 든다. 지금은 욕 먹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했다는 평가 들을 거다."

창원콜택시 회장을 맡고 있는 김연정(39)씨는 "한나라당에서 유능한 인물들이 공천된다"면서도 민주노동당 지지를 표했다. "격전지 운운은 언론이 조장하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 선거에 관심 자체가 없다. 창원은 여전히 한나라당 정서고 민노당 공약은 현실적이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권영길 찍을 생각이다. 목소리가 작아도 제도권 내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사업실패로 택시를 몬 지 한달 됐다는 정영진씨(45)씨는 지지정당이 없었다. "요즘 손님들은 정치얘기 별로 안 한다. 택시 노동조합장은 민노당이 되야 된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프로농구 중계방송에 열중하던 지영기(46)씨는 피곤해뵈는 안색으로 끝내 지지정당을 밝히지 않고 '창원의 어려움'만을 털어놓았다.

"선거? 투표? 허허..난 모르겠다. 창원은 뭐 공민배와 권영길 되는 거 아닌가. 권영길씨 4년동안 텃밭 잘 갈아놨다. 공단쪽과 사무실 사람들이 지지한다. 그러나 요즘 공단은 죽었다. 중국으로 공장이전하고, 불황 타면서 정리해고 늘고 일자리가 없다. 제조업이 살아서 일자리 늘어야 한다. 이런 저런 사람 다 택시업계로 오니 택시는 많은데 사람은 없다. 24시간 뛰어도 5만원이다. 남는 것 없고 골병만 든다. 운전하면서 졸기까지 한다. 창원이 유흥업소도 많이 생기고 점점 소비도시로 되면서 서민들에게 살기 힘든 도시가 되고 있다. 아파트도 비싼 것만 생기고..."

***"전반적으로 선거 분위기 안 나지만 권영길 승리 의심 안해"**

권영길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해온 대학생 김창우(29)씨는 "전반적으로 선거 분위기는 안 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권영길 후보에 대한 반응은 좋다"며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당선은 문제 없을 것"고 말했다.

권영길 후보의 수행비서인 배성무씨는 "박근혜 효과에다 이주영 후보측의 인신비방과 색깔론과 열린우리당 지지성향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견제까지 어려움은 많지만 시민들의 반응에 힘을 낸다"며 "특히 영세상인들은 세명 중의 1명은 권 후보를 먼저 반긴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지지의사를 겉으로 밝히는 사람은 보통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 지지자, 가타부타 별 말 없는 사람은 대개 한나라당 지지자로 보면 맞다는 한 창원시민의 말도 있지만 부동층이 20~30%에 이른다는 창원에서도 역시 결과는 선거당일이 돼봐야 알 것이다. 사람들의 말마따나 정말 누가 되든 천심을 잘 읽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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