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48개국 노사정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95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다양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인 '고용관계에 관한 권고안'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최종 채택됐다.
이번에 채택된 '권고안'은 각국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각국에 정책지침을 제안하는 '권고'라는 한계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으로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LO의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이번의 '권고안' 채택에 대해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따른 노동자 보호의 문제에 대응하여 새로운 국제 노동기준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첫 결실"이라며 "앞으로 각국에서의 다양한 실천과 노력을 통해 또다른 국제적 노동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권고안'은 '고용관계와 관련된 판단지표가 하나 이상 존재하는 경우 고용관계 추정 규정 도입(제11조 (b))', '고용관계의 판단과 관련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단체교섭의 촉진(제18조)', '간접고용과 같이 다수의 사용자가 존재하는 경우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기준의 정립(제4조 (c))'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근거를 담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도 명시하고 있다.
참여국의 정부가 2표, 사용자 측과 노동계가 각 한 표씩 행사할 수 있었던 이번 표결에서 '권고안'은 찬성 329표, 반대 94표, 기권 40표로 최종 채택됐다. 우리나라의 양대 노총은 찬성 표를, 사용자 측인 경총은 반대 표를 던졌고, 정부는 기권했다.
조준호 위원장 "한국은 여전히 노동탄압 국가"
한편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이번 ILO 총회를 통해 "공무원노조 탄압, 비정규직 양산, KTX 여승무원들이 겪는 불안정 고용의 문제 등 한국의 노동현실은 대단히 엄혹하다"고 강조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총회의 정치연설을 통해 "한국의 노동현실은 실제로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하는 기준과 권고안에도 못 미치거나 여전히 정부가 이행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장기투쟁 사업장이 연일 벼랑 끝에서 절규하고 있고 공무원 노조가 정부로부터 모진 탄압을 받고 있다"며 "신자유주의의 희생양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거 확산되고 있고 사회양극화 문제는 민중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하여 노동자와 민중은 결연한 의지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고립된 투쟁이 아닌 국제적 연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공동의 의제를 마련하고 기민하게 대응하자"고 말했다.
이번 ILO 총회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장대익 한국노총 부위원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 등 노사정 인사가 대거 참석했으며 박대규 민주노총 건설운송노조 위원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로서는 최초로 ILO 총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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