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군이 외국인 테러용의자들을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구금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합법성 여부를 미 연방대법원이 심리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이 있지만 다행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죠?
A) 미국의 최고재판소인 연방대법원은 10일 미 당국이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위해 싸운 혐의로 아프가니스탄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붙잡아 미국의 조차지인 쿠바의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억류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합법성을 심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같은 결론은 지난 3월 구금자의 변호사들이 연방항소법원에 낸 관타나모 포로 수감의 합법성 여부를 가려달라는 제소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은 이를 판단할 사법권이 없다"고 판결한 데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재심을 요청한 후 나온 것입니다.
Q) 현재 관타나모에 억류중인 사람들은 얼마나 되나요?
A) 이른바 ‘캠프 델타’로 명명된 관타나모 수용소엔 650여명이 구금돼 있는데요. 쿠웨이트인 12명과 프랑스인 6명, 영국인 2명, 호주인 2명 등도 있습니다. 미성년자도 3명이나 되는데 그중 1명은 13세라고 합니다.
Q) 잡혀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A) 미군당국은 이들이 9.11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민병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체포한 알 카에다, 탈레반 또는 그 협력자들이라고 단정하고 있지만, 무고하게 잡혀온 이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국적으로 파키스탄에 살고 있던 모아잠 베그(30)는 어느날 미군 및 파키스탄 정보국요원에 체포돼 아프간의 바그람 공군기지로 갔다 관타나모로 이송됐습니다.
부친 아즈마트 베그씨는 최근에야 겨우 재판이 있을 것이라는 영국정부의 통보를 전화로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슬라마바드에서 부모와 아내와 자녀 넷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는 무고한 아들이 느닷없이 끌려가 관타나모에 수용되어 있다는 사실이 악몽과 같다고 서러워하고 있습니다.
서아프리카의 감비아로 비즈니스 여행차 갔던 영국인 2명 역시 미국첩보당국에 의해 피랍돼 바그람을 거쳐 관타나모에 수용되어 있습니다.
체포조의 실수로 13개월 억류됐다 풀려난 사이드 아바신의 경우는 황당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카불에서 택시운전기사로 일하던 아바신은 미군과 아프간 요원에 체포되었을 당시 면허증을 보여주면서 택시기사라는 신분을 밝혔는데도 막무가내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당시 택시를 타고 있던 알리프 칸도 함께 끌려가 바그람을 거쳐 관타나모에 수용됐다 풀려났는데, 카불로 돌아오니 칸이 운영하던 가게는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가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들 피해자는 주위에서 원한은 품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 카에다나 탈레반 또는 무자헤딘의 앞잡이라고 밀고해서 수천달러의 상금도 타고 자기 욕심 채우기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아프간에서 이송된 이들 외의 외국인들이 예외없이 이슬람교도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Q) 해당 국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A) 스페인의 아나 팔라치오 외무장관은 11일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과정에서 체포된 외국인들을 재판없이 쿠바 관타나모 소재 미 해군기지에 수감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며 외국인 수감자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팔라치오 장관은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돼 있는 자국인 포로 하메드 압데라하만 아흐메드(29)의 석방을 위해 미국과 심도있는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미국과 대테러 공조를 강력하게 모색해온 스페인으로선 이례적이지만 자국인 보호를 위해선 당연한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한편 영국도 부시 대통령에게 관타나모에 구금돼 있는 모아잠 베그 등 2명을 영국으로 이감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프랑스도 지난 주 미국에 관타나모에 구금돼 있는 프랑스인 6명의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Q) 설령 이들이 알 카에다나 탈레반과 연관이 있다 해도 포로 신분으로 대우받을 권리는 있는 것 아닙니까?
A)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체포되는 순간부터 이들의 인권은 완전히 무시됩니다.
관타나모 이송자들의 공통된 진술에 따르면 우선 바그람으로 이동해서 거기서 눈을 가리우고 팔과 허리에 쇠사슬을 찬 후 수면제 주사를 맞고 비행기에 올랐다고 합니다. 하루이상 비행후 관타나모에 도착하면 회복 주사를 맞고 깨어나서는 바퀴달린 침대에 묶여 이동해 닭장 같은 감방에 갇히게 되는데 24시간 불을 켜놓고 있기 때문에 숙면을 취할 수 없다고 합니다.
포로들에겐 하루 세끼의 식사와 일주일에 2~3차례의 샤워가 허용되지만 외부 출입은 일절 금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정기 의료검진시간에 한해 수감자들은 수용소내를 걸어다니는 것이 허용되지만 경비병들이 양팔을 끼고 손을 묶인 채로 이동해야 합니다.
변호사 접견도 없이 언제 풀려날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열악한 수감생활을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못이겨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미 국방부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캠프 델타 수감자 중 무려 27명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Q) 제네바 협약을 무시한다는 얘기인데요.
A) 1949년8월12일 체결된 제네바협약(제3협약) 제4조와 5조엔 각각 전쟁포로(POW: Prisoner of war)의 지위와 대우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제4조에는 “POW란 적의 무력에 제압을 당한 사람 중 민병대 또는 자원군의 구성원을 포함해 분쟁 중 한쪽 당사자의 무장병력에 소속한 사람(제1항)과, 단일 정부 또는 권력에 충성을 서약한 정규군 소속으로 포로를 억류한 권력이 인정하지 않는 정부 또는 권력의 정규군도 포함한다(제3항)"고 되어 있습니다.
또 제5조에는 “제4조가 규정한 어느 범주에 속하는 지에 관해 의심이 가는 포로들은 적정한 자격을 갖춘 재판소가 그들의 지위를 결정할 때까지 현 협약의 보호를 받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들을 불법전투원(Unlawful combatant), 적전투원(Enemy combatant) 또는 피억류자(Detainee)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들을 군사법원으로 내몰아 항소권을 박탈하고 사형도 가능한 ‘전범(戰犯)’으로 다루려는 속셈의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의 제네바 협약을 보면 아프간 포로에 대한 미국의 해석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가를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부시와 같은 텍사스주 출신의 존 코닌 상원의원은 관타나모가 미국 땅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사법권도 미치지 않는다며 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혐의자들에 대한 캠프 델타 억류 이유를 ‘테러 위험성 있는 자에 대한 예방조치’로 주장하면서 미국의 안보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인권, 생명의 보호를 대 테러전의 명분으로 내걸어 동맹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미국이 이제 자유와 인권, 생명의 탄압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11일 “미국이 저지르고 있는 기본 인권에 대한 침해로 인해 나는 매우 혼란스럽다”고 비판했을까요.
Q) 관타나모 기지 자체가 미-쿠바간 불평등 조약의 산물이라죠?
A) 미국은 1898년 미-스페인 전쟁 중 관타나모만을 처음 점령했고 1903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쿠바로부터 매년 금화 2천개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 기지를 임차했습니다.
그루 1934년 미국은 관타나모기지에 대한 영구임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면적 115㎢인 관타나모 기지는 미국의 기지중 가장 오래된 기지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해 국가평의회의장이 된 후 일어났습니다. 관타나모로부터 나가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한 거죠.
하지만, 미국은 ‘영구 임차’라며 거부했습니다.
카스트로는 기지 주변에 지뢰를 매설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불편을 심기를 드러냈고 1964년에는 기지에 대한 물 공급을 중단한 적도 있습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쿠바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군 2천8백여명이 철수할 때 쿠바는 재차 미군의 철수를 요청했지만 미군은 퇴각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주로 난민수용시설로 운영되어온 관타나모에선 오늘도 9천여명의 미군이 확실하지도 않은 혐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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