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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재심위, 성폭력 교수 구제수단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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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재심위, 성폭력 교수 구제수단으로 전락"

교수성폭력근절연대회의, "대학사회의 교수 봐주기 여전"

최근 성폭력 가해교수들이 대학에서 중징계를 받은 뒤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의위원회(이하 재심위)의 재심을 통해 징계가 취소되거나 수위가 낮춰져 피해 학생 보호와 대학 사회의 반성폭력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재심위는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 7조의 규정에 따라 '교원의 징계처분 및 기타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대한 재심'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써 성폭력 사건 자체보다는 징계절차와 과정에 중점을 둔다.

***교육부 재심위, 성폭력 가해 교수의 구원 수단으로 전락 우려**

<사진 기자회견1>

교수성폭력근절을 위한 여성주의자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재심의가 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해교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심 결정을 내려 많은 성폭력 가해교수들이 이 제도를 '구제'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동국대 K교수와 서강대 H교수는 대학에서 해임징계를 받았으나 재심위가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각각 정직 1개월과 파면취소로 징계감량을 낮췄다. 파면당한 서강대 K교수는 민사, 형사 재판 때는 판사 앞에서 매우 반성한다고 진술했으나 8월의 파면결정에 불복, 1달 만인 9월에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품위유지는 못했을망정 해임할 정도는 아니다?**

동국대 K교수의 징계수위를 낮춘 재심위 결정서를 보면 '성추행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같은 행동은 국가공무원법 제 63조(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으나 '쌍방 당사자의 연령, 관계, 사건장소 및 상황, 성추행의 동기나 의도 등의 유무, 청구인의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인 것인지 계속적인 것인지의 여부 등'을 고려해 볼 때 교수 신분을 박탈할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해임 부적절의 근거로 성폭력 사건과는 무관한 K교수의 성실한 근무, 동료 교수들의 선처 호소 서명을 제시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 비대위의 김하얀씨는 "재심결정이 피해자중심 원칙에서 벗어나 청구인인 가해자 입장에서 내려지고 있다"며 "이런 결정은 성폭력 관련 전문가 한 명도 없이 이루어진 재심위원의 구성에서 기인한 측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같이 특수한 사건에 대해서는 위원회 구성에 전문가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원징계처분등의 재심에 관한 규정 제 11조 4항에서는 '재심위원회는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특별한 학식이나 경험이 있는 자에게 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의뢰 또한 위원회 판단에 의해 이루어져 참고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심위의 결정에 학교나 피해학생은 절대적으로 따라야만 하는 반면 가해 교수는 재심의 결과에 행정소송을 통해 재심결정을 거부할 수 있다. 제 10조 2항 및 3항에서는'교원은 재심위 결정에 대하여 60일 이내에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재심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이익한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재심 규정이 있어 가해교수의 입장에서 재심의 신청은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놀랍군, 앞길이 구만리 같은 자네가"**

가해교수가 피해학생에게 한 말이다. 가해자의 동료 교수는 "국내에서는 먹고 살 길이 더 이상 없을 테니 미국에 가서 공부하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의 김한선혜씨는 "교수 성폭력은 교수가 학생들의 성적, 진학, 논문, 취업에 있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관계에서 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일어나기 때문에 신고 자체가 어렵다"며 "사건 처리가 되더라도 피해학생이 다시 가해 교수에게 수업과 지도를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는 물론 동료 교수들까지 2차 가해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 피해자의 학습권 침해가 극심하다"고 설명했다.

피해학생들은 중요한 논의에서 제외되거나 프로젝트를 받지 못하는 일부터 논문지도나 통과의 불가능으로 진로 계획을 포기하는 등 2차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서강대 K교수의 피해학생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온 몸에 두드러기가 발병하기도 했다.

***대학사회의 교수 봐주기 여전하다**

김한선혜씨는"교수 성폭력의 특수성은 성폭력을 행사해도 신분 보장을 받는 교수의 지위와 피해 사실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학업과 취업에 절대적인 위협을 받는 학생의 지위의 불평등한 권력구조에 있다"며, "성폭력에 관한 문제의식의 사회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소극적인 사건 조사와 재심위의 가해교수 배려는 대학 사회에서의 성폭력을 방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예방교육>

서강대학교 여성위원회 마이씨는 "교육부는 각 대학에 성폭력 사건 처리와 예방 교육과 관련지침을 발표하고 있으나 정작 교육부에 속한 교원징계심의위원회는 각 대학의 성폭력 해결 노력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학교 당국도 반성폭력 학칙을 제정은 했지만 운영이 전무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고 이에 대해 교육부나 여성부도 별다른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어 피해 학생 보호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심위 관계자는 "재심위는 성희롱 사건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 징계과정중 절차가 잘못됐기 때문에 그것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연대회의 측이 4일 발표한 성명서의 요구사항이다.

하나. 서강대학교 H교수의 사건과 관련해, 서강대학교 당국은 이후 징계 재논의 과정에 있어서 징계의 수위를 변동하지 않아야 한다.

하나. 재심위는 성폭력 사건의 해결과 관련한 기본적인 원칙을 인지하고, 재심의 과정에서 피해자 또한 사건에 관해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하나. 재심위는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심의를 할 경우, 전문 자문의원의자문을 참고로 하고 그 의견을 반드시 최종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하나. 교육부는 성폭력의 문제점과 특수성을 전혀 인지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재심위가 성폭력 문제 해결에 역행하는 상황을 중지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03. 11. 4

<교수성폭력근절을위한여성주의자연대회의>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서강대학교 여성위원회, 서울대학교 관악여성모임연대, 서울시립대학교 성폭력없는학교만들기운동본부,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연세대학교 문과대 여성주의 모임 모반, 이화여자대학교 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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