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반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4일 서울역에 '이라크 파병 반대 평화캠프'를 설치하고 파병철회를 위한 장기 비상시국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역이 이라크 파병 반대를 주장하는 반전시민단체들과, 손배가압류 철폐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한 노동계의 베이스 캠프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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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즈펠드 방한하는 15일, 국민 총궐기의 날"**
국민행동측은 이날 정부가 최근'최대 전투병력 1만 명에서 2~3천명 규모의 혼성부대로 축소해도 좋을지 미국과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흘리고 있는 것과 관련, "이라크에 파견된 정부의 2차 조사단이 돌아오기도 전인 지금, 미국과 파병형태를 논하는 것은 또 다시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현재 새로운 전쟁국면에 들어선 이라크에는 어떤 형태의 부대가 가도 전투부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정부대표단이 미국에서 진행중인 밀실협의(한미연례안보협의회 준비회의)를 통해 미국측과 파병 규모를 상의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의 존엄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부대표도 "유엔과 적십자사마저 철수하는 상황에서 비전투병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비전투병 파병을 지지한 열린우리당의 당론은 기만적이다"라며 우리당을 비판한 뒤, "파병결정이 국회의결로 넘어가면 현재 국회의원들은 파병 철회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파병은 국민의 힘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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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도 이미 서울역에서 1천4백억원의 가압류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며 "손배가압류 철폐투쟁과 파병반대를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국민행동 공동위원장은 "서울역 시국농성장은 다가오는 15일 '파병결정 철회 총궐기의 날'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오는 6일부터 광화문에서의 종교인들의 집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파병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운동은 도널드 럼즈펠트 미국방장관이 파병 협의차 방한하는 오는 15일 '파병결정 철회 총궐기의 날'로 정해 전국적으로 대대적 파병반대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의 성명서 전문이다.
***파병철회를 위한 비상시국농성에 돌입하며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국민 여러분
저희는 오늘 노무현 정부의 무모한 이라크 파병이 강행되는 것을 온 몸으로 저지하기 위해 이 곳 서울역에 '이라크 파병 반대 평화캠프'를 설치하고 파병결정 철회 국민 총궐기를 호소하는 비상시국 농성에 돌입하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10월 18일 이라크 파병여부를 국민과 함께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뒤집고 밀실에서 독단적 파병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참여정부를 표방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주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은 물론 나라의 명예에 심대한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라크 시민들과 국제 평화세력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파병을 선언한 한국정부와 국민을 불법전쟁을 일으킨 미 부시행정부의 행동부대로, 미군과 다름없는 약탈자로, 최소한의 윤리적 가치기준도 없는 속물국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라크 내 반군들이 파병될 한국군에 대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현실이 이라크 시민들에게 비춰진 한국의 모습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라크는 지금 미국의 불법적 점령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습니다. 반군과 저항세력들이 점점 힘을 얻고 있고 공격도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에 자유를 주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약탈'을 위한 것임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한국정부의 굴종적 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너나 없이 이라크 파병을 거부하고 심지어 일부 파견되었던 병력들도 철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파병결정 당시 내심 의지했던 파키스탄과 터어키가 파병불가를 선언했습니다. 방글라데시, 벨기에, 포르투갈, 중국 역시 파병하지 않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오로지 한국정부만이 여단급 이상의 대규모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나홀로 파병'로 확인되는 한국정부의 근시안적인 굴종적 외교는 또 다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파견될 한국군에 대한 저항세력의 집중공격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국민 여러분
노무현 정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지금 당장 파병결정을 철회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아직도 무모한 파병결정을 철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대 전투병력 10000명 규모로 파견할 것을 검토하던 파병인력을 2-3000명 규모의 혼성부대로 축소해도 좋을지를 미국과 협의해 보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른바 혼성부대가 이라크 시민들을 위해 재건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 시민들은 약탈자인 점령군의 편에 서서 재건이니 평화니 하는 말장난을 하지 말고 어서 이라크를 떠나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본부도 철수하고 이라크 대사관직원이 협박당하는 마당에 10000명 아닌 3000명, 아니 300명의 군대를 보낸다한들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환영할 리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숫자놀음과 개념조작으로 명백하게 예견되는 현실을 숨기고 국민을 호도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형태의 파병이든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해서는 안됩니다. 정부는 차라리 민간긴급구호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이라크의 진정한 재건을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금 이 시간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준비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의 파병규모에 대한 또 다른 밀실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또다시 중대한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파병규모와 형태는 미국과 협의할 사항이 아니며 국민 앞에 책임지기 위해 국민과 먼저 협의할 사항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국민 누구와도 파병성격과 규모, 시기와 형태에 대해 상의한 바 없습니다. 심지어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 2차조사단이 이라크에 파견되어 있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파병규모를 상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우리의 주권국가로서의 존엄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노무현 정부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들은 나라의 존엄과 민주주의가 시련을 겪을 때마다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도 보여주지 못한 단합된 힘을 발휘하여 왔습니다. 긴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고비마다 국민들이 보여준 민주화 의지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해 촛불집회에서 표출되었던 온 국민의 뜨거운 참여열기는 대한민국의 자존과 주권을 다시 세우는 일에 우리 국민들이 하나되어 나서고 있다는 자부심을 우리 모두에게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입니다. 수천년 평화애호국민임을 자랑해왔던 우리가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앞장서서 자존과 독립을 위해 싸우는 이라크 시민들과 총부리를 맞대서야 되겠습니까? 우리의 젊은이들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냉소 속에 이유도 모르고 피를 흘려야 되겠습니까?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통일의 역사적 비전을 개척해나가야 할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에서도 퇴락하고 있는 부시행정부의 협박에 굴종하여 주권의 존엄과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이 언어도단의 현실을 지켜만 보시겠습니까? 전세계가 거부하는 부당한 파병압력조차 버텨내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전망을 열어나갈 수 있겠습니까?
국민여러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여 모두 떨쳐나섭시다. 11월 15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자존심, 민주주의를 위해 궐기합시다. 우리 국민의 민주적 힘과 자주 평화의 열망으로 미국의 파병압력을 막아내고 노무현 정부의 무모한 파병결정을 반드시 철회시킵시다.
2003. 11. 4.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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