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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숙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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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숙명이 아니다"

<새 책> 이냐시오 라모네의 '21세기 전쟁'

"시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권력을 갖고 있으며, 시장의 권력에 저항할 수도 없다"

"정보를 가진 사람이 시장을 지배한다. 궁극적으로 과학 기술력이 경쟁의 승부를 결정하며 기술을 스스로 생산하는 사람만이 이 시대의 궁극적인 권력자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송 생명과학단지 기공식 연설에서 펼친 소위 '시장권력론'이다. 명색이 한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가 최고의 권력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권력이동은 이미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 월간신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사장 겸 주간이며 파리 7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이냐시오 라모네는 21세기의 권력은 이미 국가 단위를 떠나고 있다고 단언한다.

"세계적 기업들의 힘의 팽창 앞에서 전통적인 대항권력(국가, 정당, 노조)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펴낸 새 책 <21세기 전쟁>(최연구 옮김, 중심 펴냄)'에서 "정치체제의 다양성 뿐 아니라 국가의 자주성을 무시하며 지구촌 구석구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제의 세계화는 새로운 식민주의 시대를 열었다"고 지적한다. 일반인들은 거대기업 앞에 무기력하게 특권을 잃어가는 국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거인 기업, 난쟁이 국가**

"식민주의 시대 정복과 팽창의 주체는 국가였지만, 21세기 세계의 지배자들은 복합기업, 사유화된 산업 및 금융 그룹들로 금융시장, 전 지구적인 미디어 그룹, 커뮤니케이션 고속도로, 정보산업, 유전자 기술 등을 제어하는 자들이다"

라모네는 이렇게 적은 수의 세계 지배자들이 이토록 강한 힘을 가진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며 이러한 자본과 힘의 집중은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정보 및 테크놀로지 혁명의 영향으로 엄청나게 가속화되었다고 말한다.

국가 정복보다는 시장 정복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주도하는 세계화는 지구적인 약탈과 환경착취, 남반부 국가의 대량실업, 고용불안등 사회적 불안정을 대가로 이루어진다.

이제 시장은 모든 인간 활동을 제어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띤다. 예전에 일정 분야(문화, 스포츠, 종교)는 시장의 범위 밖에 있었으나 이제는 시장의 영역에 흡수되었다. 시장 논리는 사회를 구매력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누기 때문에 사회적 (그리고 세계적) 연대의 적이다.

남반구와 동유럽의 곳곳에서 이미 국가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권력자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축출당해 망명하고 있다. 하이퍼 테러리즘, 종교적 광신, 광신적 민족주의, 핵 확산, 조직 범죄, 마피아 조직, 금융 투기, 유행병 확산, 심각한 오염, 이상 기후, 사막화등 새로운 위험이 도처에서 출몰하고 있다.

***사회 없는 전세계적 권력의 등장**

국가권력의 공백위에 경제적 세계화를 주도하고 강요하는 권력체가 있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 세게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무역기구,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5대 기구다. 민주적인 토론에 무관심하고 보통선거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런 비공식적 권력들은 사실상 지구를 조종하고 지구 주민들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어떠한 반권력도 그들의 결정을 시정하거나 개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의회, 정당, 미디어 같은 전통적인 반권력들은 이들에 비해 너무나 지역적이거나 아니면 그 비공식적 권력들과 지나치게 공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러한 세계 집행부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세계시민 반권력을 조직할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수많은 저항세력들이 이미 그동안 국제적 연대하에 시애틀, 브뤼셀 등지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2001년부터 신자유주의가 불러 일으킨 재앙에 맞서는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틀을 논의하는 세계사회포럼이 매년 열리고 있다.

***"세계화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건 이제는 지겹다"**

리모네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현재 전세계적으로 수 많은 비정부 기구, 각종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이 연결되는 국제적인 시민 사회의 맹아가 싹트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국제 시민 사회가 부딪쳐야 할 21세기 인류의 과제는 금융투기와 극심해지는 빈부격차와 환경파괴까지 광범위하다.

<르몽드>의 자매지로 프랑스 진보 진영과 유럽 좌파들의 논쟁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의 1면 상단에 자신의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국제문제전문가답게 저자는 세계화의 재앙 외에도 급속한 증가 추세에 있는 세계 각지의 유혈분쟁 (중동, 코소보)을 파헤쳐 그 분쟁들이 세계 정치 역학 구도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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