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무회의을 통과한 민법개정안의 구체적 효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애매한 '가족'개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민법개정안의 주요내용은 호주에 관한 규정(입적, 복적, 일가 창립, 분가) 삭제와 호주 승계(아들→손자→딸→아내) 폐지, 자녀의 성과 본의 선택, 변경 가능성 인정이다.
이 안이 국회의결을 거쳐 2년 후 법적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재혼자녀의 고통과 혼외자녀에 대한 차별이 없어 진다. 또 장기적으로는 여성이 시가의 일원이 되어 권위에 대해 복종해야 되는 가부장적 관념의 해소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민법개정안 '옥의 티'**
그러나 호주를 바탕으로 규정된 가족개념이 '삭제'되기로 했으나, 개념 재수정으로 '대체' 됐다. 새로운 가족의 범위는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하는 그 형제자매'다.
법무부는 "일반인의 법 감정과 가족 해체 등의 우려를 고려해 새롭게 규정했다"고 하지만 유림 등의 반발을 의식해 애초 삭제안에서 한걸음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장모 혹은 처남도 함께 살면 가족이 되지만, 시누이, 올케 등 형제, 자매의 배우자는 가족이 아닌 게 되는 등 현실의 가족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기존 호주제에서도 호적에 올라 있는 사람만을 가족으로 규정해 결혼한 딸이 가족이 아니게 되는 등 민법상의 가족개념과 현실과의 불일치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다.
이렇게 타당치 않은 민법상의 가족범위 규정을 삭제하지 않고 억지로 재규정함에 따라 또 다시 현실상의 가족과 괴리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정된 ‘가족 범위’ 조항은 규정되지 않은 가족을 부정하기 위함이 아닌 급작스러운 삭제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들어간 것”이라며 “가족개념이 삭제되지 않았다고 해서 ‘개인별 신분 등록제’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호적제가 사라지게 됨에 따라 여성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개인별 신분등록제와 가족부 등을 대안으로 검토, 유예기간(법안 공포 후 2년) 내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여성계,‘개인별 신분등록제’만이 대안**
애초부터 여성계는 호주제 폐지의 대안으로 '가족별 호적 편제'가 아닌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거론해 왔다.
'가족별 호적 편제'에서는 혼인한 부부 공동의 새로운 가족부에 자녀가 속하고, 이혼이나 재혼시 자녀들은 친권자(부 또는 모)가 속한 가족부에 기록된다.
반면 '개인별 신분 등록제'에서는 개인 한 명이 자신의 신분 등록표(현재의 호적)을 갖게 된다. 여기에는 각 개인의 출생, 혼인, 사망 등의 신분변동 사항만 기재하고 부모, 배우자, 자녀는 간단한 신원만으로 친족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 사생활 노출이 최소화된다.
신분변동 사항만 명기되는 개인별 신분등록제의 경우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족 뿐 아니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가족(한 부모 가족, 일인가족, 재혼에 의한 복합가족, 미성년 가장가족, 비혼모 가족, 동거 가족, 동성애자 가족)을 '비정상'이라고 하는 사회적 편견을 불식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현재 한국에서는 개별가족이 사회보장의 책임을 지고 있어 법적으로 규정된 '정상가족'에 속하지 않은 구성원이 복지에서 소외되고 있다. 개인별 신분등록제는 '가족'과 관계없이 개인의 당연한 권리로 사회보장 시스템이 운영되야 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받기도 했다.
새로운 가족 범위 규정이 호주제 관련조항 삭제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조항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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