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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샹빠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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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샹빠뉴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7>

포두주 하면 프랑스 와인이 단연 으뜸이다. 포도주 생산량이나 수출액이 세계 1위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포도주는 대중용에서 고가품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맛이나 향도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칠레나 이탈리아 포도주도 유명하지만 그래도 포도주 애호가들에게는 프랑스 포도주를 빼고는 포도주를 이야기할 수 없다.

프랑스산 포도주 중 가장 대표적인 종류는 ‘보르도(Bordeaux), 샹빠뉴(Champagne), 그리고 부르고뉴(Bourgogne)’이다. 이 세 포도주의 종류는 모두 지명이다. 프랑스산 포도주는 모두가 생산지의 지명이 포도주의 종류이다. 가령 ‘위스키’는 지명이 아니라 술이름이고 맥주의 경우도 ‘하이네켄’처럼 회사이름을 붙이는 게 보통이지만 포도주의 종류는 모두가 생산지이름이다.

물론 네고시앙(판매상)이나 생산한 샤또(성)의 이름을 같이 표기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포도주의 종류를 말할 때는 모두가 산지의 지역명이다. 샹빠뉴는 샹빠뉴 지방의 포도주이고, 메독은 메독 지방의 포도주다. 꼬냑이나 부르고뉴, 보졸레 등도 모두 생산지의 이름이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샹빠뉴를 삼페인이라고 부르고, 부르고뉴를 버건디라고 영어식으로 부르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샴페인은 그중에서도 샹빠뉴 지방에서 나는 발포성 백포도주를 가리킨다라는 특별한 정의를 내리는 사람도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샴페인과 샹뺘뉴는 차이가 없다. 삼페인이건 샹뺘뉴건 모두 상뺘뉴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를 말하며 모두가 발포성의 백포도주이다. 샴페인은 샹뺘뉴의 영어표기일 뿐이다. 버건디 역시 부르고뉴에 해당하는 영어이다.

포도주 중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으로 통하는 포도주는 샹빠뉴이다. 프랑스인들도 서민들은 샹빠뉴를 자주 접할 수 없다. 결혼식이나 특별한 축제 때에나 맛볼 수 있는 고급술이 바로 샹빠뉴이다.

샹뺘뉴 지방은 원래 양질의 포도주 산지였는데, AD 92년 로마 황제가 이탈리아산 포도주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을 염려하여 포도밭을 파괴했다고 한다. 그러나 약 200년의 공백기가 지난 후, 3세기경에 다시 부활하여 그리스도교 사제가 재배법을 개량한 결과 석회질 지질에서 생산되는 좋은 향기의 술로 다시금 유명세를 회복했다. 샹뺘뉴(샴페인)는 마개가 빠질 때 나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이는 거품이 특징인 술이다. 그래서 축하연에서 빠지지 않는 축하주이며 알코올 도수는 13.4도이다.

한편, 프랑스 유학시절 독일에 유학중이던 후배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다.
꿈이 소박한 독일의 청년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름다운 이태리 여자와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고급 독일차를 타고 프랑스 식당으로 가서 샹뺘뉴와 함께 프랑스 고급요리를 먹는 것이라는 거다. 그만큼 이태리 여성의 미모나 독일차의 우수함에 견줄 만큼 프랑스의 요리와 포도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포도주는 프랑스인들에게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그들이 숭고하게 생각하는 음식문화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포도주가 다양한 것은 프랑스 요리가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연어요리를 먹을 때는 샹파뉴를, 고기요리를 먹을 때는 보르도ㆍ부르고뉴산의 적포도주를, 보통 생선요리와 먹을때는 상세르, 소뮈르 등의 백포도주를 곁들여 마신다는 것은 불문율과 같은 식습관이다. 또한 지방마다 요리와 포도주가 조합을 이루고 있다.

세계로 수출돼 프랑스 산업의 효자노릇을 하는 포도주의 70%는 보르도, 샹빠뉴, 부르고뉴산 포도주이다. 앞서 말했듯이 포도주의 이름은 포도주가 나는 산지의 이름을 딴다. 샹뺘뉴가 샹빠뉴인 것은 발포성의 백포도주이기 때문이 아니라 샹뺘뉴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샹빠뉴 지방의 고급 술인 샹빠뉴를 영어식으로 발음해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군다나 뻥뻥 터지기만 하면 샴페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프랑스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상빠뉴가 무언가를 축하하기 위해 마시는 일회용성 포도주라면, 두고 조금씩 마시는 고급독주로는 꼬냑과 아르마니악이 으뜸이다.

하지만 이런 고급 포도주는 공항 면세점에서나 인기있는 술이고 실제 매 끼니 때마다 반주로 포도주를 고집하는 프랑스인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애용하는 포도주는 단연 보르도와 부르고뉴이다. 사치를 모르는 서민들이라고 해도 집집마다 포도주 창고 하나 쯤은 두고 매년 새로운 포도주가 나오면 각종 포도주를 사재기해두었다 기분에 따라 이것 저것 꺼내 별의별 감탄사를 동원해가며 포도주를 음미하는 모습은 프랑스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이다.

프랑스인들의 포도주에 대한 애정은 맹목적이다. 어릴 때부터 그들은 부모로부터 포도주 음미법을 배우며 애음을 강요(?)당한다. 프랑스인 친구가 권하는 포도주를 맛보고 어떠냐는 그의 질문에 그냥 ‘쎄 봉(좋다!)’ 이라고 감탄사만 연발하는 것은 오히려 실례이다. 포도주의 종류가 천을 헤아리니 천이면 천, 다른 형용사를 구사하며 포도주의 미묘한 맛을 묘사할 줄 알 때만이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물론 굳이 우리가 그들을 만족시켜야 할 의무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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