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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와 파병론자들의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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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와 파병론자들의 '블랙 코미디'

"신용불량자들 이라크 보내야" "파병댓가 요구는 거지근성"

24일 오후 2시부터 두시간 가량 한나라당 당사 중회의실에서 열린 이라크 추가파병 관련 정책간담회는 우리나라 제1 거대정당인 한나라당과 파병찬성론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현장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일영 교수와, 대표적인 파병론자인 송영선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소장이었다.

***김일영 교수, "이라크는 이미 전투가 종료되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일영 교수는 "여론 조사를 보면 국민 다수가 추가 파병이 국익에 도움된다고 하면서도 추가 파병 자체에는 반대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여준다"며 "이는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발제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또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부 및 정치권의 소신 부족 및 국민을 설득할 정교한 논리 부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라크 주둔미군이 최근 하루 이라크에서 35차례나 교전을 벌일 정도로 이라크 정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이라크의 경우 이미 전투가 종료되었다"고 여러 번 강조하면서, "이라크에 가는 것은 전쟁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불의의 사상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인정하되, 우리는 탁월한 민사작전능력이 있어서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민사작전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이고, 폭탄테러의 위협을 작전능력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또 "미국은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한국군이 미 제101 공중강습사단과 교체해 줄 것을 강력히 바라고 있다"며 "추가파병을 결정했으면서도 시간을 너무 끌어 미국과의 신뢰에 금이 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신속한 파병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영희 대기자 칼럼 그대로 인용하기도**

김 교수는 특히 이날 발제에서 '추가파병 논리'를 어떻게 개발해야 할 것인가는 항목에서 지난 22일 중앙일보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가 쓴 문제의 칼럼 '이라크에 가는 이유'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추가파병 논리와 관련, "전투가 아니라 치안유지와 재건사업을 지원하는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국민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며 또한 "미국의 전쟁 뒤치다꺼리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주적으로 당당하게 가는 것임을 국민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여타 국가들(파병을 철회 또는 거부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주변국)에 비해 파병동기면에서 한국이 가장 순수함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영선 소장, "내가 시나리오 써주겠다는데도 한나라 의원 왜 안나오나"**

지난달 4일 미국의 파병요청이 있자마자 가장 먼저 각종 언론매체에 무조건 파병론을 폈던 송영선 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열성적으로 파병찬성론을 폈다.

송 소장은 우선 자신이 이라크 파병과 관련, "지난 3월19일 MBC 100분 토론에 나간 뒤 좋게 말하면 이라크 최고전문가, 나쁘게 말하면 진보세력에게 죽일 X이 됐다"며 "왜 민주당의 김성호-김영환의원은 파병반대 주장을 펴느라 맨날 붙어다니는데 한나라당 의원은 내가 시나리오 써주겠다는데 한분도 안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파병찬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파병 이유로 부국강병론을 편 송 소장은 부국(富國)과 관련해선 "우리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국가신인도가 올라간다"고 주장했고, 강병(强兵)과 관련해서는 "군은 실전경험이 없으면 끝이다"며 "우리는 탁상공론만 해왔으나 일본은 지난 50년동안 PKO(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나가 정보를 빼왔다"고 주장했다.

***"신용불량자들 자원받아 보내야"**

송 소장은 또 "탈냉전후 미군의 전쟁이 바뀌었다"며 "벌초는 미군이 하고 쓸고 하는 것은 다국적군이 한다"며 우리가 설거지를 하러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자하기도 했다. 송 소장은 "일단 깨는 것은 미군이 하고 전후복구 건설은 다른나라가 하는 게 패턴"이라며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송 소장은 또 파병시 자원자들도 뽑아 함께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 소장은 "위험수당만 2백만원 준다고 하면 갈려고 하는 사람 수두룩하다"며 "신용불량자 같은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송 소장은 또 파병규모와 관련해서도 "9천4백명 정도 우리가 다 보내는 게 제일 속 편하다"며 대규모 파병론을 펴기도 했다.

***TV 토론회에서 토론 하는 방법 놓고 질의응답**

이어진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토론프로그램에 나갔을 때 반대자들의 논리를 어떻게 격파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물어 이날 정책간담회는 사실상 '찬성 논리 만들기 간담회'라는 것을 보여줬다. 전날인 23일 MBC TV 100분 토론에 출연해 파병 찬성론을 폈던 이경재 의원은 정범구 민주당의원 등 파병을 반대하는 진영의 논리정연한 반박에 크게 고전했었다.

이 의원은 송 소장에게"미군과 교체되어 나가는 모습 때문에 도와주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어떻게 대응하나"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송 소장은 "테러 목표의 90% 이상이 미군인 이상 미국과 같이 작전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위험성을 인정한 뒤 "우리는 미국 위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해 가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라"고 조언해 줬다.

구체적인 대책이 아닌 원론적인 조언에 이 의원이 답답한 듯 "그 논리는 우리도 전개하는데, 미군이 나가는 것과 우리가 들어가는 것이 너무 똑 떨어진다"고 추가적인 조언을 요구했다. 김 교수는 "미군의 공백을 메우러 가는 것은 사실"임을 전제하고 "다만 지역에 따라 다른 치안의 상황을 설명해줘라"라고 조언했다.

***송영선, "파병했다고 미국에게 어떤 것을 내놓으라는 것은 거지근성"**

계속해서 이 의원은 실익과 국익이 없다는 반대론자의 주장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송 소장은 "파병을 했기 때문에 미국에게 바로 어떤 것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거지 근성"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뒤 "장기적인 보험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답변에 답답한듯 이 의원은 "반대론자들이 국익과 실익이 없다는 주장을 펴는데 이에 우리도 뭔가 보여 줘야 할 것 아니냐"며 "2차 중동 특수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느냐"고 발제자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이에 송 소장은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만 해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파병 지지 빨리 해야 한나라당에도 유리"**

파병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발제자들의 발언도 이어져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부분 파병엔 반대하지만 재신임 투표나 총선에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사람들은 아니다"며 "이 게임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국회의 각당의 역할분담(good cop, bad cop)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회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 당론결정시기와 관련, "신당보다 먼저 하는 것이 낫다"며 "다만 정부가 먼저 안을 제시하면 결정해 보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나라당에게 유리하다"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발언을 해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

송 소장도 "한나라당이 (신당보다) 먼저 나서는 것은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파병을 찬성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유리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파병 전반의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났어야 할 국회 거대 정당의 정책간담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과연 한나라당이 국정의 한 축인 제1 거대정당이 맞는가를 의심케 할 정도로 한심스런 모습이었다.

이 날 간담회 참석자는 10여명이었으나 두 시간여 동안 발언한 사람은 한번의 기조 발언을 했던 이강두 정책위의장을 제외하면, 두 명의 발제자와 이경재 의원 세 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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