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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궤변 '무조건 나홀로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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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궤변 '무조건 나홀로 파병'

김영희, "한국은 파병동기가 순수하니 무조건파병해야"

터키-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방글라데시 등 미국이 대규모 파병을 요청한 나라들의 파병 거부로 한국군만 '나홀로 파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의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가 한국군 혼자일지라도 '무조건 파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가 이번에 내세운 '무조건 나홀로 파병'의 근거는 한국군만이 '파병 동기의 순수성'에서 이라크인에게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하나의 궤변이 탄생한 셈이다.

***"미국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의 설거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김영희 대기자는 22일자 오피니언면에 '이라크에 가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실었다.

그는 이 칼럼 서두에서 "파병 논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표류하고 있다. 파병 논쟁은 이라크 사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증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방부 등 파병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의 이라크 정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이라크 사정을 보자. 일반 이라크인, 다수의 이라크인은 일단 전후의 생활이 짜증스럽다.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고 종전이 선언된 지 반년이 지났건만 전기와 먹을 물이 없고, 치안이 불안하고, 일자리가 없어 살길이 막막하다. 바그다드가 함락되던 날 후세인의 동상을 끌어내린 바로 그 이라크인들의 입에서 "이게 뭐야!" "미국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 행세만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불만의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라크인의 그런 불만을 후세인 잔당이 보고만 있을 리 없다. 백성의 불만이 강물이라면 게릴라는 물고기다. 거기에다 알카에다 훈련소 출신의 테러 분자들과 이라크 군대 해산으로 졸지에 갈 곳을 잃은 40만 이라크군의 일부 후세인파 장교가 있다. 그리고 도시마다, 고을마다 이해를 달리하는 부족들이 있고, 다양한 이슬람 종파 간의 권력.이해 싸움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라크는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국방부 등 파병론자들의 주장과 비교하면, 비교적 객관적 상황인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김 기자는 이같이 이라크 정황이 나날이 혼미해주고 있는만큼 한국군이 반드시 이라크에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답은 분명하다. 전기와 수돗물이 들어오고, 신변에 위협이 없고, 일자리가 생겨 이라크인의 생활이 안정되면 게릴라와 테러리스트들이 설 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 이라크에 주둔할 한국군의 역할이 있다. 끊어진 다리를 놓고, 파괴된 학교를 고치고, 길을 닦고, 전신주를 세우고, 상하수도를 놓아주는 것이다. 미국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의 설거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라크인을 위해 전쟁이 초래한 역경을 덜어 주러 한국군이 가는 것이다."

그는 이라크전을 "미국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바른 정의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미국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에 한국군이 왜 동원돼야 하는가에 대한 그 어떤 합리적 설명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이라크인을 위해 전쟁이 초래한 역경을 덜어 주려 한국군이 가는 것"이라는 논리 비약을 했다.

그는 한국군이 이라크에 가서 할 일을 "끊어진 다리를 놓고, 파괴된 학교를 고치고, 길을 닦고, 전신주를 세우고, 상하수도를 놓아주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한국국이 할 일이란 비전투병인 공병대가 할 일이다. 지금 미국이 노무현 정부를 압박, 사실상 굴복을 받은 상태인 이라크 북부 모술지역으로의 대규모 전투병력 파병과는 앞뒤가 안맞는 주장이다.

김영희 기자가 만약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하기 위해선 그는 먼저 "이라크에 전투병 파병을 반대한다. 만약 보내야 한다면 공병대 등 비전투병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폈어야 마땅하다.

***국방부의 대규모 파병론에 동조하기도**

하지만 그는 이런 주장을 펴지 않고, 도리어 정반대로 현재 국방부가 주장하고 있는 1만명 규모의 사단급의 대규모 전투병 파병에 찬동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폴란드형 사단의 지리멸렬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적게는 30명을 보낸 나라까지 포함한 21개국으로 구성된 폴란드형 사단은 언어도 제각각, 무기도 제각각이어서 지휘도 통제도 제대로 될 리 없다. 다국적군의 명분에 맞는 다양성을 살리자고 작전의 효율성을 희생한다면 파병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이는 최근 국방부 파병론자들의 "파병할 바에는 화끈하게 1만명 규모의 사단을 파병해 다국적군이 아닌 독자군의 형태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주장이라 하겠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대규모 파병을 기대했던 터키-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방글라데시 등이 잇따라 파병 철회 방침을 밝히자 만만한 한국에 대해 파병규모를 1만명 규모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방부 일각에서는 이같은 주문에 부응해 '1만 파병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희 기자의 주장은 따라서 이같은 미국 및 국내 친미파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파병 동기'가 순수하니 다른 나라는 파병을 안해도 한국군만은 파병해야 한다?**

김 기자의 '무조건 나홀로 파병론'은 다음 대목에 이르러서는 점입가경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터키,파키스탄의 잇따른 파병 거부사태를 접한 미국 및 국내 파병론자들이 크게 당황해하며 대응논리 부재로 고민하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는듯, 한국만이라도 반드시 파병해야 하는 나름대로 창출해낸 '대응논리'를 다음과 같이 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파키스탄도 파병을 거부하거나 재고한다는데 우리가 왜 가느냐는 주장도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이라크 입장에서 보면 가장 경계할 나라가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다. 그것은 우리가 안보상의 위기에 처해도 중국과 일본의 한국 파병을 환영하지 않을 것과 같은 이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 서남부 지역에, 터키는 북부 쿠르드 지역에 관심 이상의 이해관계를 가졌다. 파키스탄은 같은 이슬람 국가라는 점에서 파병이 자유롭지 않다. 파병 동기의 순수성에서 한국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라크에 가야 한다."

그는 한국군이 반드시 가야 할 이유로 '파병 동기의 순수성'을 들었다. 한마디로 말해 소가 웃을 일이다.

한국군 파병의 동기가 뭐가 순수한가. 언제부터 한국이 세계각지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과 국민 혈세를 퍼부으면서 파병을 했단 말인가. 한국이 언제부터 '지구촌의 정의의 슈퍼맨'이었단 말인가. 김 기자는 진정 이번 노무현 정부의 파병 결정이 외압에 기인한 게 아니라 이라크 국민의 고통에 눈물 흘리는 '우리의 순수성' 때문에 단행됐다고 믿고 있단 말인가. 한국군이 파병하면 침략군 미군과 동일시 '살해'하겠다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경고를 그는 듣지도 못했단 말인가.

이 정도가 되면 김 기자의 주장은 '주장'의 차원을 넘어선 '궤변'이라 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 조건 붙이지 말고 무조건 파병해야"**

이렇게 어지러운 파병논리를 편 그는 글의 마지막을 예의 한승주 주미대사가 피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무조건 파병' 주장으로 맺음함으로써, 그가 한대사와 맥을 같이 하는 '무조건 친미론자'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한승주 대사는 지난주 급거귀국해 부시 정부의 험악한 분위기를 전함으로써 노대통령의 급작스런 파병결정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행사한 인물로 알려지는 인물이다.

"파병과 조지 W 부시 미 정부의 대북정책 완화를 연계하겠다고 한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청와대 사람들의 근시(近視)와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것은 이라크 파병의 명분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행위다. 파병의 명분은 어디까지나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군의 활동이 성공적이면 북핵 문제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저절로 커질 것이다. 미국의 대북 자세 완화는 파병의 조건으로써가 아니라 파병에서 강화될 발언권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라크 특수(特需)도 마찬가지다. 우리끼리 계획하고 계산할 필요는 있어도 대외적으로 이라크 복구에서 떨어질 떡고물을 바라고 파병한다는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일보는 이같은 김영희 기자의 칼럼외에 이날 지면에 무조건 파병론자로 유명한 국방연구원의 송영선 연구원등의 대담을 실음으로써 '무조건 나홀로 파병'이 신문의 일관된 입장임을 분명히 밝혔다.

만에 하나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돼 우리 젊은이들이 죽고 팔다리가 끊겨 불구자가 되고 했을 때, 과연 중앙일보는 어떤 논리를 펼 것인지 지금부터 차갑게 지켜볼 일이다.

다음은 이날 중앙일보에 실린 김영희 기자의 컬럼 전문이다.

***이라크에 가는 이유**

파병 논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표류하고 있다. 다분히 관념적으로 흐른다. 마치 찬성 쪽의 국익론과 반대 쪽의 명분론이 상호 배타적인 것처럼 팽팽히 맞섰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행여 젊은 지지층이 반발할까 걱정하고, 한나라당을 포함한 찬성 쪽은 표를 잃을까봐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엉거주춤한다. 파병 논쟁은 이라크 사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증적으로 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은 국익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파병의 명분이 약한 것도 아니다. 이라크 사정을 보자. 일반 이라크인, 다수의 이라크인은 일단 전후의 생활이 짜증스럽다.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고 종전이 선언된 지 반년이 지났건만 전기와 먹을 물이 없고, 치안이 불안하고, 일자리가 없어 살길이 막막하다. 바그다드가 함락되던 날 후세인의 동상을 끌어내린 바로 그 이라크인들의 입에서 "이게 뭐야!" "미국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 행세만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불만의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라크인의 그런 불만을 후세인 잔당이 보고만 있을 리 없다. 백성의 불만이 강물이라면 게릴라는 물고기다. 거기에다 알카에다 훈련소 출신의 테러 분자들과 이라크 군대 해산으로 졸지에 갈 곳을 잃은 40만 이라크군의 일부 후세인파 장교가 있다. 그리고 도시마다, 고을마다 이해를 달리하는 부족들이 있고, 다양한 이슬람 종파 간의 권력.이해 싸움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 불만.저항 세력을 하나로 묶는 상부 조직 같은 게 없어 테러는 비조직적이고 산발적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답은 분명하다. 전기와 수돗물이 들어오고, 신변에 위협이 없고, 일자리가 생겨 이라크인의 생활이 안정되면 게릴라와 테러리스트들이 설 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 이라크에 주둔할 한국군의 역할이 있다. 끊어진 다리를 놓고, 파괴된 학교를 고치고, 길을 닦고, 전신주를 세우고, 상하수도를 놓아주는 것이다. 미국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의 설거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라크인을 위해 전쟁이 초래한 역경을 덜어 주러 한국군이 가는 것이다.

이라크 요소 요소에 안정지대를 늘려 가는 것이 다국적군들이 맡을 임무다. 그래서 한국군이 파견될 지역의 문화적.종교적.인종적.부족적 특성에 대해 철저한 사전 조사와 학습이 필요하다. 폴란드형 사단의 지리멸렬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적게는 30명을 보낸 나라까지 포함한 21개국으로 구성된 폴란드형 사단은 언어도 제각각, 무기도 제각각이어서 지휘도 통제도 제대로 될 리 없다. 다국적군의 명분에 맞는 다양성을 살리자고 작전의 효율성을 희생한다면 파병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파키스탄도 파병을 거부하거나 재고한다는데 우리가 왜 가느냐는 주장도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이라크 입장에서 보면 가장 경계할 나라가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다. 그것은 우리가 안보상의 위기에 처해도 중국과 일본의 한국 파병을 환영하지 않을 것과 같은 이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 서남부 지역에, 터키는 북부 쿠르드 지역에 관심 이상의 이해관계를 가졌다. 파키스탄은 같은 이슬람 국가라는 점에서 파병이 자유롭지 않다. 파병 동기의 순수성에서 한국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라크에 가야 한다.

파병과 조지 W 부시 미 정부의 대북정책 완화를 연계하겠다고 한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청와대 사람들의 근시(近視)와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것은 이라크 파병의 명분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행위다. 파병의 명분은 어디까지나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군의 활동이 성공적이면 북핵 문제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저절로 커질 것이다. 미국의 대북 자세 완화는 파병의 조건으로써가 아니라 파병에서 강화될 발언권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라크 특수(特需)도 마찬가지다. 우리끼리 계획하고 계산할 필요는 있어도 대외적으로 이라크 복구에서 떨어질 떡고물을 바라고 파병한다는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영희 국제문제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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