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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정국(盧亂政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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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정국(盧亂政局)

발전적 변신인가, 자멸적 배신인가?

정국의 앞날이 노랗다. 이른바, 안개정국이 아니라 <노란정국(盧亂政局)>이다. 이 모든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에 노(盧)무현 대통령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체의 난마(亂麻)와 같은 현실 앞에서 우리는 수습하기 쉽지 않은 격렬한 혼란을 예상한다. 노무현 정권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위기가 너무도 일찍, 게다가 매우 근본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체의 특권을 혁파할 <개혁>과 패권적 외세 및 냉전수구세력을 극복할 <자주적 평화>를 화두로 역사의 밑바닥에서 일어났던 노풍(盧風)의 본질을 체화(体化)하지 못한 대통령 노무현을 향해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 노풍(怒風).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위기는, 무엇보다도 역사의 요구에 따른 정치적 소신과 결단의 의지를 갖지 못한 채 자신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우선하고 있는 최고 권력자에 대한 엄중한 물음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어떤 대답을 마련해나갈 것인가에 따라, 그리고 어떤 철학적 의지를 제시하고 관철시켜 나가려 하는가에 따라 정국의 향방은 결정되어 갈 것이다.

***노풍의 패러다임, 그 두 축의 흔들림**

혁명적 변화를 예감하게 했던 노풍(盧風)으로 정치적 부상을 한 대선 후보 노무현을 떠받친 패러다임의 두 축은 (1) 특권을 해체하는 서민, (2) 반(反) 평화적이고 강대한 패권체제에 굴복하지 않는 자주적 평화의지였다. 그러나 이미 2번째의 자주적 평화의지는 미국에 대한 “패배주의적 투항”으로 그 결여 내지 부재가 확증되다시피 했다. 그는 여러 가지 구실을 내세워 자신의 방미 성과에 대한 다소 구차스러운 변호를 했지만, 과연 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왔는지 스스로 이해하고 있기는 하는 것일까 하고 의문을 표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노무현 대통령은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에게 반미를 요구했던 것이 결코 아니다. 약소국으로서 어쩔 수 없는 저자세가 요구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 백성들이 이해심이 부족하지 않다. 때로 분위기 상 준비했던 발언보다 오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거기에 있지 않다. 민족의 생존권에 대한 주도권 자체를 스스로 말할 수 없이 훼손한 것을 외교라고 내세워 돌아온 그의 식견과 자세에, 우리 민족의 앞날을 이대로 맡길 수 있겠는가 하는 통절한 회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위기의 정체이다.

6월 6일 방일을 앞두고 이미 그는 일본의 가공할 군사대국화의 길에 대하여 일체의 우려나 제동의 의지도 보이지 않을 것을 밝혔다. 이 또한, 미국과 일본이 노무현 정권을 통해 동북아시아에 군사주의 질서를 관철할 수 있는 길을 깔아나가는 데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명실상부한, 제국주의 패권체제의 하수세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매판권력이 되는 것을 뜻한다.

서민 패러다임을 의미한 첫 번째 사항도 이번 재산문제와 관련한 논란 속에서 더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서서 경위를 소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그 경위의 정당성 이전에 그가 서민이라는 패러다임에는 결코 어우러질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 더욱 문제이다. 그는 서민을 내세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서민의 고통을 함께 안고 가는 절절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도리어 그는 서민적 삶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로 기득권 세력들과의 어깨동무하기에 바빴다. 내치에서나 외교에서나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에게 기대되고 요구되었던 패러다임의 핵심을 모두 “대통령이 되고 보니까”라는 말로 걷어치우고 말았다.

***발전적 변신인가, 자멸적 배신인가?**

명확한 설명이나 납득할 만한 설득력, 절차적 논의가 일체 없는 매우 일방적인 변신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발전적 변신>이 아니라, <자멸적 배신>이 되고 있다. 거기에서부터 그의 비극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본래 그의 모습이 그런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하고 선택하고 만 비극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령, 남북 정상회담을 겨냥한 특검 정국은 남북대화구조의 봉쇄 및 해체라는 미국의 한반도 패권전략과, 김대중 라인 제거라는 노무현 세력의 정파적 목적이 정확하게 일치한 결과이다. 민족문제를 종파주의적 계산으로 다룬 대표적인 정략적 발상의 본보기이다.

그로써, 노무현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이들은 이 시대에 실현시켜야 할 정치적 가치와 비전의 제시는 없는 채, 오로지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 확대와 정파적 헤게모니 관철만이 최대의 관심사라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역사의 요구를 중심에 놓고 개혁-자주-평화 세력의 포괄적 연대를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대선 당시의 민심의 선택에 대한 분명한 배반이다. 그 결과는 고립과 실패의 자초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현실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가능하게 한 후보 단일화론에 대한 그의 입장정리는 적대적으로 일관해 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론에 담겨 있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충정은 수구냉전세력의 승리를 막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는 요구를 대변하는 다양한 세력의 통일적 결합에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자당 후보를 흔든 세력쯤으로 격하하고 있지만,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후보의 진퇴도 받아들이겠다고 먼저 공언했던 것은 노무현 당시 후보 자신이었다. 그 공언을 그는 책임 있게 마무리짓지 못했고, 지지율은 계속 떨어져나갔던 참담했던 그 시기의 상황을 겸허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솔직한 자기성찰과 환골탈태의 결의가 아니면...**

이 모든 상황에 대한 겸손한 성찰과, <노무현>으로 규정된 정치적 정체성의 회복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대안적 미래를 요구하는 노풍(怒風)을 막아내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단지 노무현 정권의 혼란과 위기로 그치지 않고 수구냉전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분투했던 모든 이들의 미래를 궁지에 몰아놓는 일이 될 것이기에 더욱 우려가 깊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과 그를 지지하는 핵심세력들은 오늘의 정국이 왜 이렇게 표류하고 있는지 먼저 자기성찰을 할 일이다. 더 이상의 책임전가나 아직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식의 논리는 실망을 더해갈 뿐이다.

부디, 노무현 정권의 앞날을 걱정하고 아끼는 이 나라의 생각 깊은 원로와 지식인들, 그리고 종교인들을 비롯하여 민족의 앞날과 관련하여 귀기울여야할 분들을 모시고 뼈아픈 이야기를 들으라.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각성과 변화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빈다. 그런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결의가 없다면, 이 나라는 매우 새로운 혁명적 시기를 향해 진입해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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