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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TV 디지털화 핵심은 시청자중심주의"

<기고> 현직 PD의 유럽 현장조사

최근 방송계의 최대현안중 하나가 바로 지상파TV의 디지털전송방식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97년 디지털전송방식 관련 기술표준을 미국식으로 선정했으나 시민사회단체들과 방송사 노조들을 중심으로 "미국식은 소비자 비용부담이 크고 이동수신이 안 된다"며 유럽식으로의 변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은 이와 관련, 지난달 9일부터 교수와 일선PD들로 구성된 조사연구팀을 유럽에 파견해 유럽의 디지털TV 전환관련 현황들을 조사했다. 프레시안은 이 조사연구팀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심웅섭 KBS 청주방송국 PD의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현장에 대한 조사결과에 관한 글을 소개한다. 심 PD는 이 글에서 이미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유럽의 디지털TV 전환현황을 소개하며 유럽식 전송방식이 갖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

***유럽의 디지털TV 현장을 다녀와서**

우리 국민들은 2010년이면 현재의 TV 수상기로는 텔레비전을 볼 수 없다. 그 시기가 되면 현재의 아날로그 지상파 송출을 중단하고 모든 지상파가 디지털로 송출된다. 정부는 2005년까지 시ㆍ군 지역에까지 디지털 방송전환을 마친다는 목표다.

전 국민들의 TV 시청패턴을 확 바꿀 중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을 놓고 정보통신부가 지난 97년 전송방식에 대한 기술표준을 미국식으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계속중이다. YMCA 등 시청자단체와 언론운동단체들은 미국방식이 소비자 비용부담도 많고 미래형 서비스의 하나인 이동중 수신이 안된다는 점을 들어 유럽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KBS 청주방송국에서 방송 프로듀서 생활을 해온 본인은 지난달 9일부터 10박11일의 일정으로 방송문화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각 국을 돌면서 유럽의 디지털TV 전환 현황들을 두루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조사연구팀은 서울산업대 박구만 교수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독일은 지상파가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고 점유율 70%를 넘어선 케이블과 위성의 난립 속에서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를 추진중이었다. 우리 정통부의 주장과는 달리 이동수신은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했다. 우리 조사연구팀은 독일에서 이동수신용 안테나를 단 차량에 탄 채 실제 아우토반을 시속 145Km 이상의 속도로 달렸지만 매우 선명한 화질의 화면을 눈으로 확인했다. 현지 기술진들의 말로는 160km 이상의 속도를 내도 이동수신은 완벽하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디지털화를 시도했던 영국은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인해 홍역을 치른 뒤 지난해부터는 착실하게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자국의 높은 아날로그 지상파TV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점진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들 세 나라 정책결정자들은 지상파TV를 보는 시각에서 우리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유럽에서 지상파TV는 일부 돈많은 부유층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최소한의 부담으로 전 국민에게 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청자의 기본권'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따라서 DTV 전송방식을 둘러싼 우리의 논쟁은 기술자들이 주고받는 기술적ㆍ산업적 논쟁이 아니라 소비자와 국민을 중심에 둔 전파의 공공성 논쟁으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조사연구팀이 방문한 독일 베를린지역의 방송위원회(MABB)에서는 저소득층의 셋톱박스 구입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 8유로 정도(1만원 정도)의 할부제와 함께 극빈층을 위해선 셋톱박스를 무상제공하고 있었다. 지상파TV가 전기나 수도와 같이 사회간접자본이며, 개인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노력 때문에 베를린의 디지털 셋톱박스 보급률은 지난달에 이미 베를린 전체 지상파 시청가구의 67%에 달하는 10만대가 보급됐다.

현재 디지털 셋톱박스는 케이블TV의 1년 시청료에 불과한 2백유로 안팎(25만원 정도)이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리의 KT(한국통신)과 같은 도이치텔레콤 산하 T-system에서 디지털 TV정책을 연구중인 만프레드 퀸 박사는 "지상파의 장점은 HDTV가 아니라 이동수신"이라고 단언했다. 이동수신은 케이블과 위성TV는 불가능한 지상파만의 장점이란 뜻이다. 그러나 HDTV 역시 유럽방식을 선택한 많은 나라에서 실제 방송중이라고 밝혀 "유럽방식은 HDTV가 안되거나 실제 방송하는 나라가 없다"는 우리 정통부의 지난해 국감때의 발표는 명백한 거짓이었다.

유럽방식을 선택한 호주는 이미 우리나라보다도 더 많은 방송시간을 HDTV로 내보내고 있다. 독일 정부의 지상파TV의 디지털화 추진의 핵심은 '시청자 중심주의'였다. 많은 시청자가 위성이나 케이블을 돈주고 시청하지만 시청자의 기본권인 전파수신권을 보장하기 위한 '무료 지상파' 시장을 확대해 전 국민에게 정보를 골고루 공유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는 전파와 방송을 우리처럼 단순히 산업적 논리로만 해석하지 않고 사회적 공공재로 인정하려는 유럽의 사회철학을 반영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 관료들도 이런 열린 철학을 갖췄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지난 99년 세계에서 최초로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다 3년만에 실패한 영국은 무리한 유료화 정책이 화근이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영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디지털을 모든 사람에게'라는 슬로건 하에 무료채널인 freeview를 디지털로 송출하고 있었다.

개찰구를 없애 시민들이 손쉽게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한 베를린의 지하철은 자칫 허술해 보이긴 해도 국민을 고려하는 정부와 철저하게 국민의 편의를 중심에 둔 정부의 조화 속에 보다 편리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72시간 짜리 티켓 한 장이면 그 시간동안은 낯선 이방인조차도 언제든 맘대로 전동차를 탈 수 베를린 지하철을 보면서 우리 정통부도 언젠가는 낡은 관료주의를 벗어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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