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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둘러싼 미 강ㆍ온파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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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둘러싼 미 강ㆍ온파의 투쟁

윤재석의 지구촌 Q&A <27>

Q)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김정일 정권 붕괴 메모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3자회담이 결정되기 전에 작성해 조지 W 부시 정권 수뇌부에 돌렸다는 이 메모의 파문은 앞으로도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은데요.

A) 당장 23일의 베이징 3자회담 진행과 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문제의 메모는 우선 김정일이 통치하고 있는 북한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비록 중국의 중재 아래 만나는 것이긴 하지만 모처럼 6개월만에 마주하는 북미간의 대좌가 허사로 돌아가거나 한반도의 정세가 훨씬 악화될 우려마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3자회담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메모 작성의 주체와 메모 확산주체의 성격에 비추어 이같은 추론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Q) 우선 메모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 보고 싶습니다.

A) 이번 메모의 골자라고 할 수 있는 ‘김정일 정권 축출’은 부시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악의 축 국가에 대한 미국의 최종 목표는 정권교체(regime change)입니다.

부시는 악의 축 발언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김정일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시해 왔고 미 행정부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메모도 북한에 대한 단순한 압박용 수사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미국의 대이라크 침공이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럼즈펠드를 중심으로 한 부시 행정부내 매파(hawks)는 연이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면서 3자회담 개최 결정 자체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메모 공개는 회담 개최에 불만을 갖고 있는 매파가 회담에 영향을 주기 위해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매파는 23일의 베이징 3자회담이 그동안 미국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다자회담 주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일 뿐아니라 중국의 역할에 비추어 북한측이 주장해 온 양자회담을 수용한 것으로 보고 강한 불만을 품어 왔기 때문입니다.

Q) 메모의 내용에서 다소 황당한 부분도 있죠?

A) 메모 내용중 특이한 점은 중국의 협조를 얻어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겠다는 것인데요.

럼즈펠드는 이 메모에서 “현재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어떤 시도에도 동조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것이야말로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의 오랜 혈맹이자 대형(大兄)으로 최근들어 북-미 대화의 중개자 역할을 해 오면서 회담 장소까지 제공한 중국이 미국을 도와 북한 정부 전복 기도에 동참할 것으로 보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는 것이죠.

“북한이 무너지면 난민들이 중국으로 밀려오고 중국 국경에 서방 동맹세력이 포진해 사면초가 형국이 될 텐데 중국이 이를 용인하리라는 것은 난센스"라는 것이 동북아 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Q) 하지만 럼즈펠드의 메모를 황당한 것으로만 치부하기엔 만만치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던데요.

A) 이 메모는 북한과의 대화에 반대하는 국방부 팀이 작성했지만 무력 행사가 아닌 외교적 압력을 통해 북한 정권을 교체할 것을 촉구하는 다분히 이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북한의 정권교체는 공식적인 정책이 아니다”면서 “일부는 국방부 비밀 메모가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의 논의용으로 마련됐을 뿐이라고 애써 무게를 두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시와 럼즈펠드는 공식적으로는 지금은 북한에 대해 외교수단을 강구할 때이며 군사행동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자세를 보여와 이번 메모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김정일 정권의 붕괴가 미국의 목표”라는 이 메모의 주요 논점은 국무부가 지금까지 “우리는 김정일 축출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확신시켜온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3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김정일 정권 축출이라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이번 메모 파문에서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Q) 이번 메모 파문을 3자회담의 결정과정에서 럼즈펠드 진영이 왕따당한 데 따른 보복성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죠?

A)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先) 핵포기’ 입장에서 후퇴해 북-미-중 3자회담을 결정하기까지는 부시 행정부내 강온파간 정책대립이 있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런 가운데 부시는 럼즈펠드가 이라크 전쟁에 몰두하고 있던 지난 3월말 중국으로부터 3자회담을 제의받자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이를 추진하라고 지시하고 파월이 부시로부터 최종 재가를 받았으며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럼즈펠드에게는 부시가 회담 개최결정 사실을 통보하는 것으로 끝냈다고 합니다.

이는 그를 비롯한 매파들이 북한에 대한 강경 노선을 선호해 와 북한과의 회담 자체를 반대했기 때문에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킬 경우 자칫 저항을 받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죠.

결국 부시는 북한과의 대좌와 관련한 의제에서 비둘기파(doves)의 손을 들어준 셈이니 럼즈펠드로서는 분통 터질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럼즈펠드의 분노는 그의 17일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날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가진 ‘장병과의 대화'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에 지불할 대가는 없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공언해 온 부시와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Q)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 매파 참모인 럼스펠드와 온건파 참모인 파월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Q) 큰 덩어리로 보면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관련해서 럼스펠드와 파월의 1차 대결은 이라크 정책이었습니다.

딕 체니 등 신보수주의자들과 함께 1997년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라크 점령 계획을 추진한 바 있는 럼즈펠드는 줄곧 무력 사용을 주장해 온 반면에 파월은 당초 ‘유엔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 내 정치적 역학관계가 강경파로 확실히 쏠리면서 럼즈펠드는 체니와 함께 주도권을 잡았고, 파월은 자신의 당초 입장을 포기하게 됩니다.

대이라크 침공 작전 역시 럼즈펠드는 파월이 1991년 걸프전 당시 써먹은 ‘파월 독트린’대신 럼즈펠드식 ‘첨단무기전쟁’으로 단시간내에 이라크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라이벌인 파월에게 완승을 합니다.

그런 럼즈펠드 입장에서 2차전격인 대북 정책 추진에서 파월에게 밀렸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사건인 것이죠.

Q) 부시 행정부내 강온파의 갈등이 격화되면 북미 대화에서도 난맥상이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죠?

A) 파월과 럼즈펠드로 상징되는 미국 내 강온파 사이의 분열은 3자 회담을 비롯한 북미 협상의 난항을 예고하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입장이 상당한 괴리를 표출하고 있는 현실 못지 않게, 미국 내부의 입장 차이 역시 수렴되기 힘들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 내 강온파 사이의 힘의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라 북미 협상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3~94년 핵 위기 당시에도 이러한 현상이 여러차례 나타난 바 있습니다.

우려되는 일은 파월을 비롯한 대북 협상파들은 소수이자 힘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부시의 수뇌 참모진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정도가 파월을 지원할 수 있는 인물들이지만, 딕 체니 부통령,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럼즈펠드 진영에 비해서는 영향력과 무게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부시의 성향이 파월보다는 체니-럼즈펠드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입니다.

따라서 북핵문제와 관련된 북미간 대좌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내 강온파간의 갈등이 이모저모로 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고 특히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태도가 벼랑끝 전략으로 나올 경우 매파의 등쌀에 부시도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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