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 시간 3월 19일 오후 10시 15분, 대 이라크 개전 발표와 함께 이 전쟁이 “세계를 심각한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고 이라크 무장해제를 통해 이라크 인들의 해방을 달성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것이다. 무고한 이라크인 들의 대량학살을 가져올 것이 분명한 “21세기 아메리카 제국주의 식민지 점령전쟁”을 성전(聖戰)으로 강변한 침략국가의 기만적인 논리였다. 그것은 “전범(戰犯)의 위증(僞證)”이다.
3월 19일 밤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는 대 이라크 침공 관련 보도에 열을 올리면서 이 전쟁은 이미 12년 전 유엔의 결정에 따라 이라크의 결의안 위배 응징을 위한 군사적 제재의 당연한 후속 조치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도 없는 야만적인 전쟁에 대한,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선전도구로 나선 미 언론들의 적나라한 거짓말이었다. 전쟁은 “폭력의 미학을 위해” 거짓의 대량생산을 요구한다는 역사적 경험이 또다시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기만**
이와 동시에, 미 언론들은 미국의 초첨단 무기 시스템의 우월성을 자랑스럽게 보도하고 있다. “학살의 기술”이 발달한 것을 과시하는 집단적 광란의 극치다. 그로 인해 짓밟히고 목숨을 앗기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희생자들의 공포와 절규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고 있으며, 이른바 “제거해야 할 이라크 지도부에 대한 공격”으로 미국의 바그다드 폭격은 옹호되고 있다. 인류적 양심은 사라지고 안보와 자유를 빙자한 <국가살해(killing the nation)>의 구호만 범람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지금 대학살의 은폐를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인들의 희생은 이른바 “부수적 손실(collateral damage)"로 불리고 있다.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피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그렇게 ”부수적으로 죽어도 좋은“ 생명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걸 누가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 손실은 도대체가 복구될 수 있기나 한 것인가?
선제공격론은 <증명될 수 없는 가상 위협에 대한 군사력 동원을 허용하는 백지수표(carte blanche)>이다. “대량학살 무기를 가진 나라의 위협 앞에서 그대로 있는 것은 자살행위에 다를 바 없다”며, 이를 실천에 옮긴 부시정권은 이제 그 자신이 다름 아닌 대량학살 무기임을 전 세계에 입증하고 있다. 이라크 주변에 배치된 미국의 가공할 무장력은 누가 세계 최대 대량학살 무기 보유자인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하여, 무장해제의 대상은 다름 아닌 미국이며, 유엔의 평화적 해결노력을 유린한 미국은 침략자의 모습으로 온 인류 앞에 그 정체를 완연히 드러내고 있다.
***대량살상 무기는 다름 아닌 미국 자신**
폐기 농축 우라늄의 산물로서, 그간 사용을 부인해온 열화우라늄 탄환은 이제 미국의 공식 무기가 되었는 바 이것은 일종의 소형 핵무기로서 제1차 걸프전쟁과 코소보 전쟁, 그리고 지난 번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에서도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사선으로 인한 암 유발과 기형아 출산 등으로 인해 가장 잔악한 무기로 지탄받고 있는 이 무기 사용을 공식화한 미국은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 약화를 노린 적의 선전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열화우라늄 탄환의 먼지가루만 들이마셔도 각종 병명을 알 수 없는 장기간의 질병에 걸리게 되어 있는 현실은 지난 1995년 프랑스의 군사전문가 피에르 마리 갈루아(Pierre-Marie Gallois)가 언급했듯이 미국이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화학-핵 전(chemical-nuclear war)>이 이미 미국 자신의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열화우라늄 무기는 사용 지역의 환경오염도 발생시킴으로써 식수를 비롯, 기타 생태계 전반에 걸쳐 단기간 복구 불가능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일명 “데이지 커터(daisy cutter)”라고 불리는 “1천5백 파운드 연료공중폭발탄 (1,500-pound fuel air explosives/FAEs)”은 방사선만 없다뿐이지 그 파괴력은 핵무기를 방불케 하는 것으로서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거대한 규모의 MC-130 전투기로부터 낙하산으로 지상에 투하되어 두 차례의 연쇄폭발을 통해 투하지점을 초토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섭씨 2천5백도에서 3천도에 이르는 열기로 인해 투하 지점 20마일 지역까지 열풍을 몰아치게 하여 호흡을 통해 장기가 타게 만들거나 눈이나 귀 등의 신체 부위가 열 압력에 의해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파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미국, 금지된 소형 핵무기 등 무차별 대량학살 무기 사용**
제네바 협정에 의해 사용 금지되었으나 지난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에서 미국이 사용한 “집속탄(集束彈/cluster bomb)”은 날카로운 조각 파편들이 초고속으로 터져 나와 사방에 흩어져 인체에 박혀 파고든 후 내장을 모두 파괴하며, 불발탄들은 지상에서 건드리면 그대로 지뢰와 같은 효과로 폭발, 무서운 살상효과를 낸다.
이 폭탄은 생긴 모양이 귀엽고 색깔도 있어 어린아이들이 호기심에 다가가서 건드리다가 희생당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우 미국이 공중에서 투하한 식량 포장이 이 집속탄의 노란 색깔과 비슷해 막심한 피해를 냈다고 한다. 또한 이 집속탄의 상당수가 그대로 지상에 남아 지뢰역할을 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세계 최고의 지뢰매설지역과 다를 바 없는 곳으로 변모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미국은 민간인들에게도 무차별한 피해를 입힐 각종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전쟁지역에 수세대에 걸친 희생을 강요하고 있으며, 비전투원들에 대한 대량학살을 결과함으로써 일종의 인종청소에 해당하는 잔혹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러한 전쟁을 지지, 협력하겠다고 나선 노무현 정권은 한-미 동맹이라는 현실을 내세워 파병론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정치권도 이에 발맞추어 미국의 대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지지를 표방하고 있는 바, 바야흐로 한국은 미국의 학살전쟁에 가담하는 종범(從犯)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침략전쟁 지지는 노 정권 존립의 자기부정**
대미 자주외교와 평화정책을 내세운 노무현 정권의 침략전쟁지지는 실로 정권의 존립 기반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자기부정이 된다. 노무현 정권이 이 역사의 시점에서 이 땅에 굳이 존재할 이유는 이로써 없게 되는 것이다. 침략전쟁의 하수인이 되는 선택은 우리가 노무현 정권에게 기대한 바가 결코 아니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노무현 정권의 침략전쟁 협력 선언에 분노하며, 국민들의 반전의지를 확인, 응집시키는 노력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채 굴종적 패배주의에 불과한 현실론을 내세운 정책을 신랄하게 규탄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단 한마디로 우리의 평화역량에 대한 치명적 타격이다. 미국의 야만적인 전쟁논리에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한 채 그대로 휘말려 들어가면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확립해보겠다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자 기만이다.
이번 이라크 문제를 놓고 미국은 평화를 위한 외교행위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미국에게 있어서 “외교적 노력”이란 단지 침략전쟁에 대한 세계여론의 지지 확보 로비에 불과했는데 (미국의 대북 정책도 외교는 군사적 압박을 위한 수사적 포장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미국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확약한 바 있다면서 이를 순수하게 그대로 믿자고 부시정권을 대변하는 노무현 정권의 외교사고에 대해서는 실로 경악할 뿐이다.
이미 수차례 군사적 조처도 고려대상에 놓고 있다는 침략적 발언에 대해 국가 최고 지도자가 지나가는 투의 간헐적 반박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외교적 조처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결단은 하지도 않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우리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는가? 과연 이러한 노무현 정권에게 우리 민족 전체의 생존과 관련된 최종적이고도 확고한 책임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것인가?
***이른바 “현실론”은 식민정권의 투항적 고백에 불과**
한반도의 평화를 외치면서, 인류평화의 파괴를 결과하고 있는 전쟁을 “적극 지원, 협력”하는 정권은 신뢰할 수 없다. “외교와 여론은 다르다”면서 오늘날 세계 도처와 한반도에서 뜨겁게 번지고 있는 반전여론에 대한 교묘한 능멸과 오만한 자세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그러한 권력은 평화정책을 담당할 자격을 가질 수 없다.
그러한 권력은 결국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식민정권에 불과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제국의 폭력에 투항한 식민정권은 언제나 “종속의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채 “불가피한 현실”을 내세워 식민모국의 선택에 자신의 국가적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에 인류의 생명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반전(反戰)의 존엄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한 우리의 대대적인 평화역량의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에는 우리 모두의 결연한 반전의지와 끈질긴 불복종 운동의 확산이 절실하다. 우리가 협조하지 않으면,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참여정부도 어쩔 수 없다.
이 노력은 지금 베트남 반전 운동 이후 유례없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반전여론/반전운동과 하나가 되어 한국사회 일반이 두려워하는 미국의 대한반도 압박 정책에 반드시 중대한 제동을 거는 힘이 될 것이다. 서로에게 강력한 <반전 평화 운동의 국제적 우군>이 생겨나는 것이다. 다름 아닌 바로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대미 굴종과 패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반전을 위한 시민 불복종 운동의 구체적인 제안은 각 참여 조직과 현장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다. 참고로 다음을 제안하는 바이다.
***반전을 위한 강력한 시민 불복종 운동 전개**
1. 노무현 정권 내부의 양심적 반전인사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공개규탄하고 노무현 정권의 전쟁 지지 및 협력에 대하여 항의, 사임해야 한다.
2. 여야 정치권의 양심적인 반전인사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다시 한번 공개 규탄하고 노무현 정권의 파병결의안 통과저지를 위한 농성 시작과 함께, 당무를 집단 거부해야 한다. 반전평화 운동에 동참하는 정치인, 관리들에 대하여 사회시민단체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적극 대중들에게 알린다.
3. 사회시민단체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반전 평화 시위의 조직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공개 집회와 사적 모임에서 반전 메시지 전달이 하나의 공식 순서가 되도록 한다. 인기 대중 연예인들의 반전평화 운동 참여와, 각종 수상식이나 공개 연예 프로그램에서 반전 발언이 있도록 독려한다.
4. 각급 학교 교사들은 이번 전쟁의 부당함과 노무현 정권의 전쟁 지지 및 협력 정책에 대한 교육을 통해 평화를 애호하는 2세들의 반전평화 시위 동참의 계기를 다져나간다. 반전 평화 그림 그리기, 글짓기, 음악회, 체육회, 기타 모든 행사에 반전평화 운동의 성격을 강화해나간다.
5. 매일 정오와 오후 6시, 각종 차량은 반전 발언의 표시로 경적을 일제히 울리고 교회와 사찰은 타종을 한다. 청소년들은 이 시간, 어디든 모인 곳에서 각종 평화의 구호가 적힌 플리즈비나 부메랑을 하늘 높이 던져 평화의 염원을 표시한다.
6. 반전평화를 위한 국민 총파업 내지는 국민 총태업을 조직하여 (세계적 반전평화 운동과 연대하여) 각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비폭력 평화 가두시위를 벌인다. 오전 중에는 모두 집에서 반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명상을 하고 정오가 지나면 거리에 쏟아져 나와 반전평화를 외친다.
7. 이 모든 시민불복종 운동은 노무현 정권의 이라크 침략 전쟁 지지 공식 철회와 대미 자주 및 평화정책 선언이 있기까지 각종 방식으로 줄기차게 전개하도록 한다.
한반도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제안들을 하는 것이 어쭙지않으나, 그 대신 미국 현장에서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 전개와 그에 맞서는 반전운동의 대응과 관련한 소식, 분석을 계속 국내에 공급함으로써 우리의 반전 평화 운동 역량의 성장에 “서로 합하여 선을 이루는” 노력을 해볼까 한다.
부디 이 시대 현재, 최고의 인류적 과제인 반전과 평화 운동의 강력한 대오 형성을 통해 지구촌에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생겨나지 않도록, 강자들의 대량학살로 무고한 피가 흐르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진실과 용기를 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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