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은 ‘중용’의 전체구조에서 서론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합니다. ‘중용’ 제1장은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됩니다. 아마 여러분에게도 매우 익숙한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교라 한다.”
‘대학’의 논리구조와 마찬가지로 ‘중용’에서도 일관된 통합적 사상체계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먼저 성(性)과 도(道)와 교(敎)의 통일입니다.
주자는 주(註)에서 명(命)은 영(令)과 같은 것이며 따라서 성(性)은 곧 이치(理致) 즉 원리(原理)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교(敎)는 도(道)에, 도(道)는 성(性)에, 성(性)은 천명(天命)이라고 하는 객관적 원리로 수렴되는 것입니다. 개인은 거리낌없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법칙과 그것과 통일되어 있는 유교적 원리에 의하여 사회화(社會化)되어야 할 존재인 것입니다.
천명(天命) 즉 궁극적 원리 즉 도(道)의 대원(大原)은 하늘에서 나온 것(出於天)이라는 동중서(董仲敍)의 주장을 들어 그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개 사람이 자기의 성(性)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천(天)에서 나온 것임은 알지 못하며, 사물의 법칙이 있음은 알지만 그것이 성(性)에서 말미암은 것임은 알지 못한다. 성인의 가르침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나의 고유한 바로 인하여 제재(制裁)되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蓋人之己之有性 而不知其出於天 知事之有道 而不知其由於性 知聖人之有敎 而不知其因吾知之所固有者裁之也)"
‘중용’이 가장 중요하게 선언하는 것이 바로 리(理)입니다. 성즉리(性卽理)입니다. 리(理)는 법칙성(法則性)입니다. 이것이 성(性)입니다. 성(性)은 천명(天命)입니다. 이 성(性)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도(道)임은 물론입니다.
도(道)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따라야 하는 것 즉 솔(率)해야 하는 것이며, 솔(率)은 노(路)라 하였습니다. 이 도(道)를 따르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이 바로 교(敎)입니다.
성(性)과 도(道)는 비록 같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 기품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고 모자라는 차이가 없을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성인은 사람과 물건이 마땅히 해야 할 바에 인하여 품절(品節)하여 천하의 질서로 만드니 이것을 일러 교(敎)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교(敎)의 내용이 바로 예악형정(禮樂刑政)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악형정은 매우 사회적인 개념입니다.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와 정책입니다. 주자가 ‘중용’에 주목하고 장구한 이유가 이러한 것에 대한 재조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 법칙성(法則性)입니다. 우리의 태도가 과하든 미치지 못하든, 우리가 그 존재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상관없이 객관적 법칙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성인의 가르침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것이 우리들에게 원래부터 있는 바가 재단되어 나오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주자가 ‘중용’을 통하여 제기하려고 하는 가장 절실한 주제는 바로 도(道)의 큰 근원(根源)이란 하늘에서 명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인간으로서는 그것을 따르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당연한 도리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인간적 도리의 구체적 덕목은 예악형정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사회적(社會的) 가치(價値)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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