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위해 주한미군이 중립화되면, 한미동맹도 저절로 중립화된다. 한미동맹의 주력군인 주한미군의 중립화는 곧 한미동맹의 중립화이다.
중립화 통일과 맞물린 미군철수-평화유지군化가 실제로 이루어지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정세의 대변동이 불가피하다.
주한미군이 평화유지군 성격으로 바뀌면 한-미간에 어떤 변화가 뒤따르게 될 것인가? 세종연구소 백종찬 실장은 한미연합 방위체제의 근본적인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백 실장은 "전시작전 통제권도 한국으로 넘어와야 하고 정전협정에 근거한 유엔사도 해체될 수밖에 없으며 남북한 장군급 회담이 남과 북, 미국의 3자간 대화로 바뀌는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실장은 이어 "꼭 철수나 감축이 아니라도 평화유지군 성격의 주한미군 중립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유지군 체제 그 뒤 남북 정상이 이번에 합의한 [6ㆍ15 선언에 따라] 국가연합 단계로 이행하면 남한 내 미군은 철수하는 과정을 밝을 수밖에 없다"(이철기 교수)는 주한미군의 '먼 장래'도 이야기되고 있지만, 안보와 직결된 민감한 문제인 만큼 주한미군 처리는 간단치 않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평화유지군화나 철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험한 산으로 여겨지는 것은 미국의 세계전략이다. 김창수 씨는 "주한미군의 지위변경은 미국의 세계전략이 바뀌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차영구 정책기획국장도 "평화유지군은 한-미동맹 관계가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조계완, 43)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단계적인 이행을 위해 주한미군의 중립화(미군철수-평화유지군化)가 이루어짐과 거의 동시에 한미동맹이 중립화되어 동맹관계가 무의미해진다. 한미동맹 관계가 끝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립화통일 이행전략의 묘미이다. 주한미군의 중립화ㆍ한미동맹의 중립화 동반현상을 단계별로 가속화하는 중립화통일 이행전략을 수행할수록 한미동맹의 존재의미가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이러한 속도감각을 떠올리면서 한미동맹의 중립화에 대하여 논의해보자. 이 논의는, 필자가 이미 제시한「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을 원용하면서 이루어지는 게 좋을 듯하다.
필자가「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에서 논술한 3단계의 한미동맹 변환, 즉 ① 한미동맹의 유연화/ 미군 없는 한미동맹(제1단계) ② 미국과 우호 관계(제2단계) ③ 미국 등의 모든 외세와 친선관계(제3단계)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김승국, 224~230)
1. 제1단계; 한미동맹의 유연화/ 미군 없는 한미동맹
1) 한미동맹의 유연화
21세기 한국의 안보외교 전략은 유연성 있는 동맹의 정치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공동안보 질서를 구축하는 데 창의적 역할을 추구한다는 두 가지 지침에 근거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유연화는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내 물리적 배치에 의존하는 종속적 군사관계 중심으로부터 탈피하여, 양국 간의 정치 전략적 정책조율에 중심을 두는 가운데, 한반도와 그 주변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대한 한국 자신의 정치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성을 갖는 체제로 변화해가는 것을 말한다.
한미동맹을 유연화 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다. 첫째, 한미동맹을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내 물리적인 현존과 동일시하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 한미동맹을 주한미군의 존재와 분리시키는 사고전환이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동반할 것이다. 먼저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 그리고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결정력과 지배력이 직접적이고 수직적인 것으로부터 간접적이고 보다 수평적인 것으로 전환되는 토대가 된다.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한미동맹의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한 주한미군을 전제하지 않는 한미동맹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군사적인 것보다 정치외교적인 접근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쪽으로 변화하게 만든다. 현재의 한미동맹이 내포한 군사 중심적 경직성을 극복하고, 유연한 정치 전략적 동맹의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연화한다는 것의 두 번째 의미는 동맹 개념 자체의 유연화를 가리킨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이면,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들 이외에 다른 나라들은 가상적(假想敵)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2) 미군 없는 한미동맹
현재 미국은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일본 및 호주, 태국과 쌍무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일본에서와는 달리 호주와 태국에서는 연락단 수준으로 각각 110명, 450명이 주둔하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나토 회원국의 경우에도 모든 동맹국가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미군의 주둔은 동맹관계의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다.
따라서 현 냉전형 한 ‧ 미 동맹을 '미군 없는 정치동맹'으로 재정의한다는 시나리오는 미군의 한국 내 시설의 자유로운 접근, 유사시에 대비한 합동군사훈련, 군사고문단의 체류 등은 보장하되 주한미군은 지상군이나 공군 할 것 없이 완전히 철수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군사기지나 훈련장을 둘러싼 마찰이나 주둔경비의 분담도 필요 없는 한 ‧ 미동맹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처럼 굳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키지 않고 정치적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이다.
함택영 교수는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한미군의 기본임무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 역할로부터 동북아의 안정을 보장하는 균형자(balancer)의 역할로 전환될 것이다. 한국방위를 한국군이 주도하고 주한미군이 보조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방위는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지원하는 역할분담이 예상된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남북한의 화해협력이 진전되어 북한의 위협이 감소되면 한미연합 사령부(CFC)체제의 구조변화와 더불어 주한미군의 역할 및 규모에 대한 재검토가 제기될 것이다. 향후 주한미군의 주둔 여부 및 규모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정세, 한미 양국의 국내 정치경제적 여건과 국민여론, 한국군의 규모 및 전력 등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비록 한국이 앞으로 전개될 미 ‧ 중 대결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선택하든가 혹은 중립국이 되어 한미동맹을 종식시킬 개연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은 얼마든지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함택영 「전환기 한미 군사동맹과 자주국방」『동북아 연구』제8권(2003) 31쪽.)
대미 일변도의 안보협력 관계를 재고함으로써 통일조국의 독자적이고도 평화지향적인 정책과 철학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민과 정부 모두의 '위기관리' 체제와 안보외교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심리적 ‧ 정책적 대미의존을 극복하고 군사협력 관계에서 '보조적 역할'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특히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책능력의 배양과 국민의 자주적 안보의식이 요구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이 없는 한국의 안보'를 구상하고, 장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의 유용성도 냉철하게 재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 제2단계; 미국과 우호 관계
제2단계에서는, 이미 주한미군이 철수한 상태이므로,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우호 조약을 맺을 수 있다. 북한-러시아, 북한-중국 간의 우호 조약에 준하는 한-미 우호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남북한이 주변 강대국과 각기 우호조약을 체결하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상황은, 남북한 교차승인과 맞물려 평화국가 연합 건설의 시너지 효과를 연출할 것이다.
3. 제3단계; 미국 등의 모든 외세와 친선관계
통일을 위한 주변국의 평화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등 모든 외세와 친선관계를 유지하는 통 큰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통 큰 외교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동맹(한-미-일 군사동맹을 대체한 평화동맹)'에 가입하며, '동아시아 판 EU'를 창설하는데 앞장선다. 이러한 노력 없이 연방제 통일 국가에 대한 평화보장을 원만하게 받아내기 힘들 것이다.
위와 같은「한반도의 평화 로드맵」에 따른 3단계의 한미동맹 변환을, 중립화통일 이행전략과 맞물리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용 자료>
* 김승국『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 조계완「"중립화로 긴장을 풀어라"」『한겨레 21』제316호(20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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