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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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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

이효성의 언론마당 <20>

언론개혁에 정부가 나서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몇몇 대족벌신문을 겨냥한 개혁에 치밀한 준비도 없이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잘못하면 그들의 특권을 지키려는 추악한 저항을 언론자유를 위한 성전으로 만들어 주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소유지분 제한, 시장지배력 약화, 편집권 독립과 같이 이들 대신문의 시장질서 교란과 권력남용을 막고, 사주와 그 대리인의 언론자유가 아니라 일선 언론인과 수용자의 언론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개혁조처들은 관련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국회에서의 다수의석 확보와 여론조성이라는 여건성숙이 선결되어야 한다. 여론조성에는 진보적인 언론, 시민단체, 언론학자, 언론단체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정부 차원에서 언론을 바로잡기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정부는 언론과 관련하여 여러 법적, 행정적 조처들을 취할 수 있고 취해야 한다. 예컨대,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탈세사실이 드러나면 탈세액을 제대로 추징하고, 신문의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신문고시를 강화하여 철저히 실행하되 과징금을 부과한 경우에는 반드시 징수하고, 재정이 열악한 신문들의 판매를 담당할 공동판매제를 지원하고, 언론의 다양성을 위하여 대안적 언론들을 지원 육성하고, 청와대를 비롯하여 정부 부처의 출입기자단을 해체토록 유도하고 기자실을 모든 기자에게 개방하거나 아예 폐쇄하는 일 등이다.

정부가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언론을 장악하거나 이용해보려는 마음을 버리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 정부와 언론은 유착에의 유혹을 버리고 서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에 있었던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조치나 노 당선자 측근의 누군가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의 인사 정보를 조선일보에만 흘려 특종을 하도록 한 일은 정도를 벗어난 아주 잘못된 행동이었다.

정부의 언론개혁을 위한 정책은 부정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긍정적인 것이 더 필요하다. 부정적인 정책은 저항을 불러일으키지만 긍정적인 정책은 저항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정책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안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들을 육성하여 일이다. 그런 정책은 저항을 받을 이유도 없고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언론권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긍정적인 조처의 하나가 신문공동판매제를 지원하는 일이다. 이는 자본력이 부족하여 보급소를 가질 수 없는 군소신문들의 판매를 도와 결과적으로 언론의 다양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현재 몇몇 중소신문들에 의한 공동판매제가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언론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언론정책은 독립적인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방송과 같은 온라인 언론의 육성이 될 것이다. 독립적인 온라인 언론은 이번 대선에서 족벌신문들의 의제설정과 여론조작에 맞설 수 있는 힘을 발휘했다. 앞으로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오프라인 언론조차도 모두 온라인 언론으로 생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 정부는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과 그 보급에 큰 공을 세웠다. 차기 정부는 이를 발판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콘텐츠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런 콘텐츠 사업 육성책의 일환으로 독립 인터넷 신문이나 방송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부처의 기자실을 모든 기자들에게 개방하거나 아예 폐쇄하고 대신 브리핑을 정례화함으로써 출입기자단의 해체를 유도하는 것도 언론의 다양성과 권력분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다. 그렇게 되면 출입기자단을 구성한 소수의 엘리트 언론사들이 누리고 있는 정부라는 주요 정보원에의 접근에서 특권적 지위가 사라지고 군소언론, 신생언론을 포함하여 모든 언론들이 공정한 취재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정책과 함께 언론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활동을 고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비대하고 남용되는 권력은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들의 언론 모니터링 활동과 시민들에 대한 언론교육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은 자칫 잘못하면 이들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어용단체라는 비난을 받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이 없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 언론감시단체의 활동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비판능력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어야 언론감시단체도 활성화될 수 있고 언론도 함부로 일탈적인 행태를 보이지 못한다. 따라서 언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국민들의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등학교의 교과과정에 언론을 올바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언론교육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언론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일환으로 신문과 방송간의 상호비판을 고무할 필요가 있다. 어떠한 권력이든 비판받지 않는 거대권력은 위험하다. 방송은 방송대로, 신문은 신문대로 거대권력이 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상호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방송에 대한 신문의 비판은 비교적 많은 편이나 신문에 대한 방송의 비판은 거의 없다. 신문비판을 제대로 하는 방송은 최근의 MBC 뿐이다.

국가기간방송인 KBS야말로 권력을 남용하는 신문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개혁을 주창했던 정권에서 KBS가 언론개혁에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국민들의 개혁열망에 의해 탄생한 노무현 정권에서 KBS는 어떤 매체보다도 언론개혁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 개혁선도의 한 자락이 과도하고 남용되는 권력이 되어버린 대신문들의 일탈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일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권력을 비롯해서 어떠한 권력이든 과도하고 남용되는 권력은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몇몇 대신문은 분명 과도하고 남용되는 권력이 되었고 따라서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되어 마땅하다. 정권은 선거에서 국민들에 의해 선택된 권력일 뿐만 아니라 그 남용은 선거를 비롯해서 법적, 제도적으로 여러 견제장치가 많은 책임 있는 권력이다. 그러나 이들 언론권력은 국민들에 의해 선택되지도 않은 자의적 권력인데다, 그 남용에는 법적, 제도적 견제장치도 별로 없는 책임 없는 권력이며, 그나마 겉으로는 공익을 표방하며 속으로는 사익을 추구하는 세습적 권력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은 이 무책임하고 자의적이고 세습적이고 사익추구적인 언론권력을 여하히 견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용가능한 정당한 법적, 제도적 조처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대안언론을 육성 발전시키고, 언론단체와 시민단체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언론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매체들의 상호비판 특히 공영방송의 신문비판을 고무해야 한다. 그리고 여건이 성숙한 경우에는 법개정을 통해 핵심적인 개혁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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