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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야당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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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야당지' 선언

방사장, "한국사회 중심 지탱해온 우리신문 철학 못바꿔"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던 조선일보가 노무현 정부의 출범에 앞서 신년사를 통해 사실상의 '야당지' 선언을 하는가 하면, 국세청을 상대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내는 등 본격적인 야당지의 행보를 시작해 주목된다.

***"한국사회의 중심을 지탱해온 우리 신문 철학은 바꿀 수 없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 2일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해야"란 제목의 신년사에서 "가장 변하지 말아야 할 원칙은 조선일보가 지켜온 신문 제작의 기본 노선과 철학이라고 확신한다"며 "최근 저희들의 노선과 논조에 적지 않은 도전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의 중심을 지탱해온 저희 신문의 기본 철학을 시류에 맞추는 식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이어 "우리는 권력의 부패와 탈선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언론의 바른 길을 가야 하며, 정확하고 공정한 기사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야하는 언론의 정도(正道)를 지켜야 한다"며 "이런 사명을 다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야당지 노선을 천명했다.

방 사장은 또 "조선일보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잘 구별하는 총명함이 지금처럼 절실한 시기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이 기대하는 변화의 바람은 그것이 슬기롭게 선배들의 축적된 경륜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회사 발전을 위해 조직의 에너지를 최대 한도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구성원의 단결을 촉구했다.

방 사장은 이에 앞서 '변해야 할 것'으로 ▲독자들이 모든 것을 판단할 능력이 있다는 겸손한 자세 ▲경영의 투명성 확보 ▲신문경품 제재 등 신문시장 변화에 대비한 현대적인 마케팅 기법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같은 방 사장의 '변해야 할 것' 제시는 야당지 노선을 분명히 걷기 위해 탈세나 과잉 경품경쟁 등으로 정부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는 의미로 언론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도 '조선일보의 한사람 한사람이 비판정신 지키며 나아가야'란 건배사를 통해 "여러분 선배들이 걸어왔던 것처럼 '조선일보의 한사람 한사람이 원칙을 지키면서 언론의 사명인 비판정신, 그리고 견제능력을 공고하게 지키고 견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금년도 일"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야당지 노선을 분명히 했다.

***"한국 사회에 거센 변화의 새 바람이 불어닥쳤다"**

방 사장은 그러면서도 이번 대선에 표출된 '거센 변화 욕구'에 적잖이 부심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한 예로 방 사장은 "한국 사회에는 거센 변화의 새 바람이 불어닥쳤음을 여러분 모두가 느낄 것이다. 조선일보에도 젊고 유능한 사원들의 새 바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회사의 바람직한 변화에 필요하다면, 그 어떤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을 여러분께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원들의 복지수준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보장하려고 힘껏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는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를 회사 부근의 보육시설에 위탁 보육하는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원들에 대한 물질적 최고대우를 통해 질풍노도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림없는 사내 단결을 이루겠다는 경영방침으로 해석가능하다.

***조선일보 야당지 선언의 배경은?**

과거 군사정권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여당지 역할을 해온 조선일보의 야당지 선언은 노무현 정부 출범후 조선일보가 어떤 형태로든 언론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판단과 동시에, 조선일보가 경제적으로 자립기반을 확실히 갖췄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방 사장이 신년사에서 "한국ABC협회의 조사결과 독자들로부터 1위 신문이라는 공인(공인)을 당당하게 받았으며 2위 신문과의 격차도 확대됐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자신감의 표출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지난해 3천7백억원 정도의 광고매출을 기록해 3천2백억원 광고매출에 2백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2001년 실적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각각 3천2백억원, 2천7백억원 정도의 광고매출을 올려 전년에 비해 20% 정도인 약 5백억원씩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2001년 각각 8백16억원과 5백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내용적으로는 조선일보에 크게 못미쳤다.

언론계에서는 조선일보가 국세청을 상대로 과징금 취소청구 소송을 낸 것도 돈 때문이 아니라, 야당지로서의 법률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국세청이 2001년 세무조사에서) '95년도분 법인세 등 1백18억원을 부과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조선일보는 소장에서 "세무서가 지국 직원 모집 광고비 등 판매 부대비용과 퇴직급여 추계액에 근거해 예치한 단체퇴직 보험료, 소프트웨어 개발비 등을 손금에 산입하지 않고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01년 국세청이 세무조사 후 법인과 계열사 대주주 일가에 3백23억원의 추징세액을 부과하자, 이의신청과 국세심판원을 통해 14억여원의 감액처분을 받았다. 이번 소송을 통해 법인세와 부가세 등을 추가로 감액받을 경우, 탈세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6억원이 선고된 방상훈 사장의 2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당지가 되려다 실패해 야당지 선언한 게 아니냐"**

언론계는 방상훈 사장 및 방우영 회장의 발언이 의미하는 것은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직후 언론계에 한동안 회자됐던 "몇년 더 고생합시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김대중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에게도 비판적인 논조를 고수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니다는 것이다.

언론계는 조선일보가 야당지의 길을 선언하고 비판정신을 유지하겠다는 한 대목은 잘못이 아니라고 보고있다. 언론의 기본정신이 권력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선언에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번 대선때 보인 특정 기득권 권력집단에 대한 애착과 편중을 자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여당지가 되려다 실패하니 야당지 선언을 한 게 아니냐"고 차가운 평가를 하기도 했다. 요컨대 무조건적인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만으로 국정혼란을 야기시키고 국민갈등을 부채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가 어떤 야당지의 길을 갈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다음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2003년 신년사 전문.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해야**

사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1년전 오늘, 우리들은 수십년 동안 계속해오던 시무식의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당시의 변화가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었던 것을 여러분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그때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시무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1년이라는 짧은 세월은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1년 사이에 뭔가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우 여러분,
조선일보는 지난해 누구보다도 독자들을 우리 신문의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선언했고, 저희는 ABC협회의 조사결과 독자들로부터 1위 신문이라는 공인(공인)을 당당하게 받았습니다. 2위 신문과 격차도 확대되었습니다.

저희는 독자서비스센터를 개설해 독자들의 불만과 제언, 제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또한 한국 언론의 질적(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미디어연구소를 발족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쇄하는 공장을 부평에 건설해 창간 이후 발행 지면을 최대로 늘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이 그만큼 강화됐다는 반증입니다. 사원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우 여러분,
그러나 지난 1년간의 변화는 2020년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향한 기나긴 변신 과정의 시작일 뿐입니다. 지난해 어색하게 변화를 시작했던 단계에서 과감하게 도약하여, 새해에는 본격적인 변화를 행동에 옮겨야 할 한 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미디어 소비 시장의 주인공은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생각도 과거의 틀 속에서는 좀체 해석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제 독자 위에 군림하는 태도로 지면을 제작하는 시기는 아닙니다. 독자들을 가르치고 훈계하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합니다.

독자들이 모든 것을 올바르게 판단할 능력이 있다는 겸손한 태도야말로, 조선일보가 독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기자와 논설위원 여러분들의 각별한 마음가짐과 분발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사우 여러분,
올해 조선일보는 사회공익기구로서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는 우선 신문사 경영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수용하기 위해 회사의 경영 내용을 대폭 공개하고, 외부의 전문가들을 과감히 경영에 참여시켜 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겠습니다.

무질서와 과당 판촉 활동으로 얼룩졌던 신문 판매시장에서 올해는, 어쩌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커다란 변혁의 물결이 밀려올지 모릅니다. 이에 대비해, 우리는 독자들에 관한 데이터를 보다 과학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것이며, 다른 첨단 업종에서 실행하고 있는 현대적인 마케팅 기법을 도입할 것입니다.

사우 여러분,
올해 많은 변화가 진행되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변하지 말아야 할 좋은 원칙과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인재(인재) 중시의 철학입니다. 조선일보를 이렇게 키워온 것은 최고의 인재들을 넓게 끌어 모은 경영 철학이 면면히 이어져왔던 덕분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올해도 회사 내의 전도양양한 인재들을 육성하는데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며, 훌륭한 외부 인재를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에 영입하는 것은 물론, 업무 파트에도 유능한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지면을 빛내거나, 실적이 남보다 좋은 사원들을 우대하는 각종 평가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겠습니다. 저는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원들의 복지수준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보장하려고 힘껏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는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를 회사 부근의 보육시설에 위탁 보육하는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할 것입니다.

사우 여러분,
그러나 가장 변하지 말아야 할 원칙은 조선일보가 지켜온 신문 제작의 기본 노선과 철학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최근 저희들의 노선과 논조에 적지 않은 도전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의 중심을 지탱해온 저희 신문의 기본 철학을 시류에 맞추는 식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권력의 부패와 탈선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언론의 바른 길을 가야하며, 정확하고 공정한 기사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야하는 언론의 정도(正道)를 지켜야 합니다. 이런 사명을 다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극복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사우 여러분,
조선일보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잘 구별하는 총명함이 지금처럼 절실한 시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기대하는 변화의 바람은 그것이 슬기롭게 선배들의 축적된 경륜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회사 발전을 위해 조직의 에너지를 최대 한도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선을 뛰는 기자들과 회사 안에서 지휘하는 데스크, 임원 간부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대화를 가져야 합니다. 사내 토론과 논쟁은 무엇보다도 빛나는 지면, 펄펄 뛰는 기사를 만드는 데 초점이 모아지기를 바랍니다.

한국 사회에는 거센 변화의 새 바람이 불어닥쳤음을 여러분 모두가 느낄 것입니다. 조선일보에도 젊고 유능한 사원들의 새 바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는 회사의 바람직한 변화에 필요하다면, 그 어떤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을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사우 여러분,
'변화해야 한다'고 말로만 강조하고 싶지 않습니다. 올해는 조선일보의 커다란 변화를 위해 모든 사원이 행동하는 한해가 되도록 굳게 다짐합시다.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여러분들 가정에 새해에도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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