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혁명] “100년을 좌우한다” 선진국들 투자경쟁**
***美, 한해 R&D 31조원 쏟아부어…英은 300여 기업이 주도**
미국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카운티. 인구 90만명도 채 안되는 작은 군(郡ㆍcounty)이지만, ‘유전자 자본의 중심지(gene capital of the world)'로 불린다. 전세계 정보통신기술(IT)의 핵심이 미국 서부 산타클라라카운티의 실리콘밸리라면, 바이오(bioㆍ생명공학)기술의 핵심은 몽고메리카운티에 있는 ‘DNA앨리(alley)’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이 가져올 엄청난 산업혁명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지금 전세계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농업ㆍ산업ㆍ정보기술혁명에 이은 바이오산업혁명은 향후 100년을 주도할 미래산업의 성장엔진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혁명의 선두주자는 역시 초강대국인 미국. 미국의 2001년 총연구개발비는 119조원. 이중에서 바이오산업연구개발비는 30조8000억원으로 전체연구비의 26%를 차지했다. IT분야 연구비 2조4000억원보다 무려 13배나 많았다.
이같은 막강한 정부지원에 힘입어 미국기업들은 바이오산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1980년 7명의 연구원으로 출발한 바이오벤처기업 ‘엠젠’의 경우 올해 미국 제약업계 10위로 올라섰다. 암젠은 1990년대초부터 지금까지 빈혈치료제 ‘에포겐’과 감염예방제 ‘뉴포겐’ 단 두 제품으로만 연간 5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중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암젠의 시가총액은 80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55조원)를 훨씬 능가하는 금액이다
일본ㆍ독일ㆍ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정부 연구개발비 중 바이오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이들 국가들은 인간게놈지도 작성에서는 미국과 영국에게 밀려났지만, 실제 산업화에서 앞장서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싱가폴과 중국은 최근 해외에서 바이오연구인력을 대거 국내로 스카웃하며, 바이오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노리고 있다. 미국생의약연구회(SBR) 안창호 회장은 “IT산업혁명에서 후발국이었던 한국이 현재 강국으로 부상했듯이, 바이오산업혁명 대열에서도 이탈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2002.12.31 조선일보
날이 갑자기 추워졌네요. 대한(大寒)이 소한(小寒)에게 놀러왔다가 얼어죽었다는 옛 속담이 실감날 정도로 이번 소한 추위는 매서웠습니다. 그 속에 한 해가 저물었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작년 세밑에는 전세계적으로 복제 인간의 탄생 논란으로 시끄러웠지요. 인류의 두 손이 자연의 법칙을 거부한 채, 다른 방식으로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데까지 왔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가능성에 전율했으니까요.
생명 공학은 더 이상 소수의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 결과는 인류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오늘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시작하는 새로운 칼럼으로서 그동안의 흐름을 좀 정리해 보고 그 속의 생명과학의 위치를 좀 생각해 볼까 해요.
여러분, 사과 좋아하시나요?
칼럼 쓰다 말고 갑자기 왠 사과 얘기냐구요?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인데 서양 문명의 흐름은 서양 문명은 사과 4개로 압축될 수 있다고 해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서양 문명을 이루는 4개의 축은 뭘까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에 의하면, 지금의 서양 사상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기독교의 헤브라이즘, 고대 그리스의 헬레니즘, 민주주의 사상, 그리고 과학 기술, 이렇게 4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4가지 사상 모두에 ‘사과’가 관련된다고 해요? 어떻게?
<그림 1> 선악과의 유혹에 빠진 아담과 이브
첫 번째 사과는 태초에 낙원에 있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가 낙원인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거칠고 메마른 땅으로 던져진 것은 그들이 신의 말씀을 어기고 선악과(善惡果)를 따먹었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선악과는 특정한 과일 명칭으로 나오진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사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 최초의 원죄를 표현한 그림들도 대부분 벌거벗은 인간이 나무에서 사과를 따서 맛있게 먹는 장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낙원을 포기할 만한 맛, 그런 맛이 사과에 담겨 있을 정도라고 옛 사람들은 생각했나 봐요.
두 번째 타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의 사과’입니다.
<그림 2> 파리스에게 황금 사과의 심판을 맡긴 세 여신
그리스 신화에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것이 화가 나서 신들의 연회장에 황금 사과를 하나 던졌습니다. 사과 겉 표면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자를 새겨서요. 과연 불화의 여신답게 그녀의 사과는 콧대높고 도도한 여신들이 자존심을 걸고 한 알의 사과를 놓고 한 판 쟁탈전을 벌이게 합니다.
제우스의 아내이자 결혼과 가정의 주관자인 헤라, 제우스의 가장 총애하는 딸이자 전쟁과 예능을 관장하는 아테나, 그리고 아름다움하면 결코 빠질 수 없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맞붙은 거죠.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던 다른 신들은 이 골치아픈 문제를 인간의 손에 맡기기로 합니다. 아무런 선입견도 이해관계도 없는 인간이 이런 류의 판단에는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요.
그래서 세 여신은 양치기 파리스에게 갑니다. 하지만, 파리스 역시 뚜렷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죠. 그러자, 여신들은 각자 뇌물을 제시합니다. 헤라는 부(富), 아테나는 명예와 지위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를 선물하겠다고 합니다. 결국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넘겼고, 그녀는 약속을 지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인 헬레네가 파리스를 사랑하게끔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웬걸,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였고, 헬레네는 적국 그리스의 명장의 부인, 즉, 남편있는 유부녀였죠. 결국 이로 인해 그리스와 트로이가 맞붙은 트로이아 전쟁이 일어나고, 트로이는 전쟁에서 져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이 때 그리스 문학의 위대한 고전 ‘일리야드’가 탄생했고, 이 이야기는 이후 ‘오딧세이아’로 이어집니다. 이때, 트로이가 진 원인 중의 하나가 파리스의 심판에 앙심을 품은 헤라와 아테나가 그리스를 적극 지원했기 때문이라던군요. (역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ㅡ.ㅡ;)
세 번째 사과는 바로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빌헬름 텔의 사과’랍니다.
<그림 3>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쏘는 빌헬름 텔
한때 스위스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家)의 지배를 받았을 때, 스위스 인들은 오스트리아 관리들의 혹정에 시달려야 했죠. 이에 반기를 품은 명궁수 빌헬름 텔은 악덕 영주 게슬러에게 항거한 죄로 자신의 아들 머리 위에 사과를 얹어놓고, 그것을 활로 쏘아서 맞추라는 벌을 받게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들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고, 그래서 일부러 빗맞추면 악한 영주에게 탄압의 정당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처지에 놓인 빌헬름 텔은 고민하지만, 결국 그는 귀신같은 솜씨로 아들을 털끝하나 다침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결국에는 게슬러 일당을 몰아내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지요.
여기서 빌헬름 텔의 사과는 폭정을 일삼는 권력자에 대항하는 자유와 용기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중세 유럽에서는 의거를 할 때 한 알의 사과를 쪼개서 나누어 먹는 의식이 있었다고 해요. 마치 의형제를 맺을 때 술을 나눠 마시거나, 피를 섞는다거나 하는 의식처럼 말에요. 어쨌든 이때부터 민중들 가슴속에 심어진 자유와 불의에 대항한 항거에 대한 열망은 사과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서 현대 서양 민주주의를 깊게 뿌리내리게 했지요.
그럼 네 번째 사과는?
바로 뉴턴의 사과랍니다.
<그림 4>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해준 뉴튼의 사과
천재 과학자 뉴튼이 어느날, 사과나무 밑에 앉아 있다가 잘 익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모든 물체는 서로 잡아당기는 힘(인력)을 가진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것은 너무도 유명한 얘깁니다(사실 이 이야기는 신빙성은 좀 떨어지지만, 어쨌든 천재는 천재군요, 사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본 순간,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누가 볼까 얼른 집어 먹기에 바쁠텐데 말에요).
재미있는 것은 현대에 와서도 이 사과의 위력은 쇠락하지가 않았다는 겁니다.
현대 문명의 총아는 과연 뭘까요?
바로 컴퓨터죠. 고대로부터 역사의 변환기마다 나타나서 사람들을 변화의 방향으로 이끄는 촉매였던 사과가 21세기 정보화 사회라고 해서 그 역할을 그만둘 순 없었나 봅니다. 사과는 이제 매킨토시로 유명한 애플 컴퓨터의 로고로 다시금 새 세계로 가는 길을 열었으니까요.
<그림 5> 현대문명의 총아, 컴퓨터 산업을 이끈 애플사의 무지개빛 사과
애플 컴퓨터사는 창립 당시 21살의 스티브 잡스가 선배와 함께 겨우 자본금 7백달러를 가지고 시작한 영세업체였습니다. 젊음과 패기와 두뇌는 있었으나, 돈이 없었던 그들은 근처 사과밭의 사과 창고로 쓰던 허름한 건물을 빌려서 사무실을 꾸몄고, 그 덕에 허구헌날 사과를 입에 달고 살 수 밖에 없었을테죠.
애플(apple)이라는 회사명과 한 입 베어먹은 듯한 무지개빛 사과 로고는 그들의 젊음과 가난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뭐, 나중에 사람들은 애플사는 ‘뉴튼의 사과’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컴퓨터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던가, ‘선악의 사과’처럼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컴퓨터를 통한 진보적인 체제를 구축했다던가 하는 좀더 그럴싸한 의미를 붙이기도 했습니다만...).
문명의 발달사를 사과를 예로 들어 은유한 것이 재미있어서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내세울 만한 사과’가 없다는 것이죠.
인류의 운명을 뒤바꿔놓을 사과는 저 멀리 이브에게서 파리스로, 빌헬름 텔에게서 뉴튼으로 그리고 스티브 잡스에게까지 넘어 갔습니다. 다음에는 누구에게 사과가 넘어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인류에게 주어질 여섯 번째 사과는 생명과학 분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죠.
; by hari-hara
(harihara@pressian.com , neurotoxin@intizen.com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