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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파리에서 열린 反戰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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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파리에서 열린 反戰 촛불집회

<독자 통신>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 촉구

구랍 31일 국내에서 고 신효순.심미선양을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계속된 가운데, 세계각지에서도 교민과 유학생을 중심으로 크고작은 촛불집회가 있었다.

특히 이번 집회는 최근 북-미간 북핵 갈등으로 한반도에 전운이 드리운 가운데 열려 단순한 추모집회 차원을 넘어서 북핵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반전(反戰)집회적 성격'이 강했다.

다음은 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해외 독자들이 보내온 집회소식이다. 편집자

***일본 신주쿠 촛불 시위**

2002년 12월 31일 오후2시,동경의 신주쿠의 쇼쿠안도리 "남대문 시장"이라는 슈퍼 옆 주차장에서 유학생을 비롯하여 회사원,자영업자는 물론 일본인들과 교포 2.3세를 포함하여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전세계 동시다발 촛불파도타기는 시작되었다.

시작에 앞서 유학생 안창규씨가 일본 유학생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성명서를 불태우는 순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 행사가 바다를 건너 한국과 미국까지 우리의 뜻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재일교포 이모씨의 인사가 끝나자 행사 참가자들은 신주쿠 중심부로 거리행진을 시작하였다.

신주쿠역 서쪽출구와 남쪽출구 주변에서 벌어진 이번 집회에서는 시민들에게 "미선 효순양의 죽음에 대한 경위와 이번 집회의 의미"를 담은 전단지 배포 작업은 물론 "미국과 한국간의 미군지위협정에 대한 부당성"등을 알리는 것과 "전세계 동시다발도 진행된 이번 집회의 당위성"에 대한 홍보로 진행되었다.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 시민대상 전단지 배포와 침묵촛불시위를 통하여 한국인의 입장을 충분히 표출한것으로 하고 아리랑을 부르며 폐회하였다.

다음은 유학생들의 이름으로 오늘 발표된 성명서의 내용이다.

<성명서>

2002년 6월 13일, 모두들 월드컵 함성에 두 여중생 미선·효순이의 비명이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50년 간 이 땅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대수롭지 않은 사건에 하나로 치부하며 마무리 지으려 하였습니다. 기만적인 재판과 한국민들을 우롱하는 외교적 모습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 땅에 주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주둔군에 모습이 아닙니다. 식민지를 점령하고 있는 점령군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미군들에 범죄가 이 땅에서 자행되어 왔지만 변변한 사과조차 없었습니다. 이번 미선·효순이 사건 만해도 기만적인 부시의 사과가 다였습니다.

우리는 당당히 요구합니다. 이제 더 이상 식민지가 아님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미국에 전쟁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평화는 폭력으로 얻어질 수 없음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진정 평화를 원합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어떤 공격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린 동등한 외교를 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평화를 해치는 그런 위험한 일을 자행하지 않기를 미국에 요구합니다.
작지만 평화의 촛불을 들겠습니다. 하나의 촛불의 모여 평화의 큰 불길이 되리라 믿습니다.
미선·효순이를 추모하며 평화를 기원합니다.

2002년 12월 31일
동경유학생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세번째로 열린 촛불집회**

학노(鶴老)야,

어제 31일 밤 11시 30분에 빠리에서 세 번째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번에는 에펠탑이 마주 보이는 높고 넓다란 '트로카데로 광장'이었지.
단 네 사람의 학생이 주도한 이번의 촛불 시위는 빠리에 거주하는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호응하여 자못 이채로웠다.
조용한 촛불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김현숙, 김윤환, 신지은, 전용희 선생이었지.
"We can make the peace" "Put your arms down" "Allumons la bougie de Paix" "Stop the war" '和平' '평화' 등의 호소를 담은 짤막한 구호를 옷자락에 달고, 촛불을 하나 씩 하나씩 켜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공자의 "후생이 가외"라는 말씀을 떠올렸지. 여느 때에는 괜한 일에도 철없이 웃기 좋아하는 젊은 2, 30대의 젊은이들이 막상 "평화를 위하는" 일에 닥치면 이렇게 야무지게 척척 처리하는 것을 보고 나는 기뻤지.

촛불을 하나씩 이심전심으로 받아든 빠리 시민들은 조용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면서 침묵의 촛불시위에 기꺼이 동참하였다. 일시에 광명의 세계가 전개된 듯 300여 개의 작은 촛불이 트로카데로 광장을 아름답게 비췄다.

전쟁은 예로부터 최후의 수단이 아니냐? 전쟁은 승리자와 패배자를 만들고, 승리자의 환희와 교만은 패배자의 눈물과 증오를 불러일으키지 않느냐? 그래서 부처님은 모름지기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이르지 않았던가.

우리는 미국과 미국시민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미국이 힘을 과시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무더기로 죽이는 전쟁을 부추길 때, 우리는 결코 찬동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인류의 자유 평등 동포애에 입각한 생의 원칙과 신념이 허락지 않기 때문이지.

지금은 초강국 미국의 '한 생각'에 세계평화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에는 원래 이해관계의 전쟁은 있어도 100% 정의의 전쟁이란 없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아름다운 정의로 포장하고, 적국의 이익을 한갓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니냐? 그리고 전쟁 자체가 참담하지 않느냐?

우리 인류는 우주의 양심으로 하느님 앞에서 평등하고,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전쟁준비를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 프랑스가 자주 촉구하듯이 전쟁이 아니라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다같이 찾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전쟁은 피할 수 있고 또 피해야 한다는 것이 촛불시위에 동참한 빠리 시민들의 진지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촛불을 건네면서 "평화를 위하여 (Pour la paix)", 또 촛불을 받아들면서 "평화를 위하여"란 말을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나누었을 것이다.

새해는 더욱 건강하고 복 많이 받기를!

빠리에서 2003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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