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 광화문에 2천여명의 시민들이 고 신효순ㆍ심미선 양 추모 촛불집회를 하던 날, 멀리 프랑스 파리에서도 비가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백50여명의 유학생,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해 지난 7일에 이어 21일 2차 촛불추모집회를 벌였다.
독자 홍갑표씨가 지난 7일 촛불집회 소식을 전해온 데 이어, 24일 재차 파리에서 촛불추모집회에 참석한 친구에게 받은 메일을 프레시안에 보내와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두 번째 타오른 '마들렌느 광장의 촛불'**
파리의 이유진 친구가 또 소식을 전해 왔다. 이 소식을 여럿이 공유하고 싶어 여기에 싣는다. 박영신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아래는 메일의 내용이다.
학노(鶴老)야,
보내준 '소파관련자료'를 고맙게 받았다.
그저께(21일 토요일) 오후 3시에 마들렌느 광장에서 촛불시위가 또 있었다. 주최 인은 이번에도 박영신 선생과 그의 친구들이었지. 약 1백50명이 참가했고, 카톨릭의 신부님도 개신교의 목사님 세 분도 나오셨다. 원불교의 교무님과 불자(佛子)들이 나와서 북과 꽹가리로 사물놀이를 보여주었고, 2, 30대의 젊은이들은 '아리랑', '아침이슬', '님의 침묵',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의 노래를 숙연한 가운데 불러 빠리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선명하고 신선한 태극기를 펄럭이는 여학생도 있어서 참으로 성공한 촛불시위였지.
여기에 김태환 목사님이 낭독한 추도사를 보낸다.
항상 건강해라.
***추도사**
효순아! 미선아!
지난 초여름 6월,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을 외치며 월드컵 승리의 열기에 들떠 있을 때, 너희는 잔인한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무참히 죽어갔구나!
그리고 6개월이 지 난 지금, 우리는 때늦기는 했지만 너무 아픈 마음으로 너희들을 추모하며 너희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동안 우리는 너희의 죽음을 너무 몰랐었다. 아니 제대로 알려고 조차하지 않았다. 고국에서 너희들의 죽음에 대한 추모열기가 솟아오르자 '설마, 고의로 그랬겠어?' 무덤덤한 마음으로 안됐다고 생각하며 내 친구가 아니요, 내 동생이 아니요, 내 딸들이 아니었기에 생각 저편으로 치워 두었었다. 용서해라! 미선아! 효순아!
한창 꿈 많은 열네 살의 나이에 너희를 향해 달려오던 장갑차에 쫓겨 도망치다 넘어질 때 얼마나 무서운 공포에 휩싸였었니? 길가에는 너희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뚝이 가로막았으니 앞으로 달려가다 넘어져 장갑차 철바퀴가 너희 다리를 깔아뭉갤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니? 기절하여 넘어졌을 텐데 뒤로 물러나던 장갑차가 다시 달려와 너희 온 몸을 깔아뭉갤 때는 이미 고통을 넘어 억울한 피가 너희 몸에서 쏟아져 길가를 적셨겠구나!
그런데 너희를 깔아 죽인 그 사람들은 죄가 없다고 한다. 왜냐구? 그들의 강대국 미국사람들이라 힘없는 우리나라를 도와주려고 와서 저지른 일이라서 괜찮대.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니? 설마 저 미국사람들은 장갑차 철 바퀴가 너희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너희는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길이었다고 했니? 친구에게 줄 생일선물로는 무엇을 샀었니? 그 친구가 예쁜 곰 인형 아니, 토끼인형을 좋아한다고 했니? 예쁜 수첩을 사서 첫 페이지에다 '우리 영원히 변치 말고 좋은 친구가 자!'라고 썼었니?
그런데 그 미국군인이 친구 선물까지도 깔아 뭉개버렸겠구나? 너희의 아름다운 우정과 너희의 꿈까지도... 그 친구들이 너희가 오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다는데. 그러나 너희가 그 길에서 영영 오지 못할 길로 떠나고 말았을 줄이야 나중에서야 알고 울음을 터뜨렸단다.
효순아! 미선아!
그러나 이제 너희의 억울하고 고통스런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우리 한국 국민들이 마음을 모았단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우리를 돕는다는 빌미로 거리낌 없이 저질러온 미국군인들의 온갖 횡포와 죄악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일어섰단다. 채 피워보지 못한 인생을 억울하게 끝마친 너희의 피 값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 자주국가가 되고 자주국민이 될 수 있도록 저 미국사람들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단다.
아마 하나님께서 너희의 억울한 죽음을 속상해 하시며, 저 미국인들이 세계 도처에서 저지르는 독선과 교만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온 세계에 고발하고 계신가봐.
미선아! 효순아!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거라! 채 이뤄보지 못했던 수많은 꿈들을 하나님께 말씀드려 하늘나라에서 더 아름답게 피워내거라. 아직 살아남은 우리는 이 땅에서 너희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새롭게 결단하겠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뿐만 아니라 이 땅위에서 거짓 평화의 이름으로 잔인한 테러를 행하는 미국인들이 되지 않도록 저들을 책망하며 심판하련다.
엄마 아빠의 품이 아직도 그리울 효순아! 미선아!
이젠 하나님의 품에서 평안을 얻거라. 우리가 기도하마. 너희의 평안을, 그리고 아직도 너희가 살아 돌아오는 꿈으로 잠을 못 자며 오열하시는 엄마와 아빠의 평안을 위해서. 하나님의 품에서 안녕!
2002년 12월21일 파리에서 너희들을 추모하며 함께 모인 한국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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