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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우리경제를 짓누를 '5대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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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우리경제를 짓누를 '5대 악재'

잘못 대처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제반 개혁도 좌절

주가가 올 거래 마지막날인 30일 대폭락하는 것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거래소 주식은 물론이고 코스닥 주가는 아예 사상최저치로 급락했다. 내년도 경제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어두운 신호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당선자가 이같은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적 위상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우리경제가 직면할 5대 시련**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미시경제팀장(44)은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도 내년 상반기에 우리경제가 겪게 될 어려움을 크게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물가가 크게 흔들리며 소비가 급랭할 가능성이다. 이라크전이 발발하면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석유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물가는 비록 단기적 현상일지라도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올 하반기부터 줄기 시작한 소비는 내년초 급랭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그나마 우리경제를 견인해온 수출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다. 세계경제의 계속되는 침체에 따른 소비감소에다가 유가급등, 원화강세 등에 따라 기업의 수익력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세번째,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다. 유가 수입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가 수출은 잘 안되는 반면에 소비성 외유나 해외유학, 사치품 수입은 계속되면서 IMF사태후 5년간 계속돼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적자로 반전될 위험성이 크다.

네번째, 노사분규 심화 가능성이다. 상대적으로 분배를 중시하는 노무현 당선자의 출현으로 노동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분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기업 실적이 양호함에 따라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번째, 북핵위기 심화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이다. 이라크전 발발 등은 세계경제가 다같이 겪는 어려움인 만큼 이 때문에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외자가 움직일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북핵위기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가할 공산이 크다. 이미 이 영향을 받아 연말 주가가 급락했다.

내년 경제상황은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적잖은 고전이 예상된다."

***많이 하겠다는 내년 기업 시설투자도 두고봐야 알 일**

유병규 팀장의 분석대로 내년도 경제상황은 한마디로 한반도 상공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는 삼엄한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례해 노무현 새 정부가 맞게 될 어려움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경제가 불안해지면 노무현 당선자가 추진하고자 할 제반 개혁도 장애에 부닥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무현 당선자도 이를 직감한듯 30일 활동을 시작한 정권 인수위원들에게 "반대입장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을 주문했다. 소모적 대립이나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의 전달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재계는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외형상 비치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 재계는 노무현 당선자 출현후 내년도 적극적 시설투자를 약속했다. 경제의 견인차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될 경우 기업의 왕성한 설비투자만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인 만큼 재계의 약속은 의미있는 약속이라 하겠다.

삼성그룹의 경우 내년에 올해보다 35% 증가한 8조8천억원의 시설투자와, 16% 늘어난 4조3천억원의 연구개발비 책정을 발표했다.
LG그룹은 올해보다 24% 늘어난 연구개발비 투자를 약속했다. 그대신 시설투자는 4조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6% 줄이기로 했다.
SK그룹은 올해보다 10.5% 늘어난 4조2천억원의 시설투자와, 20% 늘어난 6천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약속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보다 35% 증액한 3조1천1백50억원의 시설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로 내년도 투자가 이만큼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계획을 세웠다 할지라도 투자할 환경이 돼야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당초 계획보다 시설투자 계획을 늘려 발표한 것은 새 정권에 대한 일종의 성의표시로 봐야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설투자는 일반적으로 상반기에 계획을 세워 하반기에 하는 게 통례"라며 "내년도 상반기 경제에 워낙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내년 하반기나 돼야 얼마나 투자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집단소송제 도입 등 개혁입법 과정에 정부와 재계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예견되는 만큼 과연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질지는 지켜볼 일"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한마디로 말해 기업의 시설투자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중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 위험**

이렇게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예견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단기적으론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속 저성장)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저소비 저성장)으로의 함몰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미 70년대 중반과 80년대초 두차례 유가파동때 몸서리치게 경험한 바 있다. 당시는 다행히 오일달러에 힘입은 중동 건설특수와, "냉전 승리를 위해 한국등 냉전 최전방의 경제를 우선적으로 살린다"는 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에 힘입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한치 앞을 낙관하기 힘든 삼엄한 위기상황이다. 특히 우려되는 게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디플레이션으로의 함몰이다.

한국은행의 정책 관계자는 "인플레이션보다 대응하기 어려운 게 디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이란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당장 한치 앞이 불확실하다보니, 일단 쓰지 않고 보자는 식이다. 일본이 이같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12년째 허덕이고 있다.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면, 이는 다름아닌 세계공황 발발을 의미한다.

***금리라는 총알은 아껴써야**

상황이 이렇게 중차대한 만큼 내년도 경제정책은 대단한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우선 불황이 도래할 때 정책당국자가 가장 빠져들기 쉬운 함정이 금리, 환율, 재정 등에 의존하는 미봉책이다.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식이다. 하지만 유병규 팀장은 "금리 같은 매크로(거시경제) 정책수단은 최대한 아껴 마지막에 써야 할 총알"이라고 조언한다.

유 팀장은 "금리는 지금도 기업의 시설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낮다"며 "내년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금리를 낮춘다 해도 기업들은 시설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인하는 도리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솟으려 할 때 낮춰야 확실한 정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같은 글로벌 경제하에서 환율, 금리같은 매크로 수단은 점점 정책수단으로서의 효율성과 자율성이 상실되고 있는 추세"라며 "매크로 정책보다는 기업의 실질적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마이크로(미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5년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이같은 단기적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게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97년 경제위기가 금융위기였다면 앞으로 도래할 위기는 산업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 버티겠으나 앞으로 중국이 거대 경쟁자로 부상할 3~5년후에는 과연 어떻게 살아나갈지 막막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돌파구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산업위기'에 직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다행히 노무현 경제팀도 이같은 위기인식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인 김대환 인하대교수는 "DJ정부의 최대 경제 잘못중 하나는 '경쟁과 벤처'만 얘기했을뿐 3~5년후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라는 산업정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이라고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민-관이 공유하고 있는 이같은 위기의식이 어떻게 구체적 결실을 맺을 것인가이다. 이는 민-관이 '소모적 갈등'이 대신 '생산적 긴장' 관계로 발전해야 함을 의미한다.

새 정부의 머리 위에 출현한 거대한 먹장구름을 슬기롭게 헤쳐갈 지혜와 용기가 요구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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