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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을 위한 언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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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을 위한 언론의 역할

이효성의 언론마당 <16> 조중동에 바란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노무현 후보가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조직과 돈이 없이 국민들의 지지와 지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그는 명실공히 국민후보였다. 그가 국민후보가 될 수 있었고 마침내 당선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조직과 돈, 밀실협상, 지역감정으로 움직이는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 원칙과 소신, 국민통합을 주창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우리 시대가 정치권에 요구하는 바였다. 노무현 당선자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단순한 수사로서가 아니라 온 몸으로 실천했다.

그런 그가 당선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어쩌면 그의 승리는 압도적이어야 마땅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의 승리는 압도적이지 못했다. 겨우 57만표(2.3%)의 신승이었다. 물질적 이해관계 때문이든, 어리석은 이데올로기 때문이든, 무지몽매함 때문이든, 사악한 흑색선전과 유언비어에 때문이든, 맹목적인 지역감정과 반김대중 정서 때문이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노무현 당선자와 그가 표방한 것을 선택하지 않은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있다. 이들은 지역적으로 특정 지역(영남지역과 서울의 강남지역), 연령별로 50대 이상, 교육적으로는 중등교육 이하, 매체이용별로는 인쇄매체 중심의 사람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허탈하고 언짢은 마음일 것이다. 이들은 지금은 숨죽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특히 노무현 당선자가 사소한 실수나 잘못이라도 하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쾌재를 부르며 비아냥거리고 비난할 것이다. 이들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권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사사건건 노 당선자의 발목을 잡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은 이미 노 당선자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패배를 흔쾌히 승복하는 대신 인터넷에 올려진 터무니없는 개표조작설을 근거로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추하게도 '투덜거리는 패자(sore loser)'의 길을 택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앞으로 노무현 정권에 대해 어떻게 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권의 발목만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노무현 당선자가 이를 전혀 개의할 필요는 없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이미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구태를 보이면 보일수록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되고 2004년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철저한 개혁과 환골탈태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개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민주당 또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현 당선자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당의 철저한 환골탈태를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당선자가 더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노 당선자를 반대한 사람들의 허탈하고 언짢은 마음을 달래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당선자는 공약으로 그리고 당선 첫 소감으로 국민통합을 외쳤다.

국민통합은 무엇보다 자신을 반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땅히 그들에게 다가가 허전한 마음을 위로하고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을 다짐해야 한다. 일단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한나라당도 사사건건 발목잡는 일만 할 수 없게 된다.

노 당선자는 당선소감에서 지지자의 대통령이 아니라 반대자들을 포함해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반대자들의 허탈한 마음을 달래는 일이야말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국민통합의 첫걸음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1997년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그의 반대자들이 보였던 심리적 공황상태를 노무현 후보의 반대자들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노 후보가 영남출신인데다 노 후보를 반대한 유권자들의 자녀들은 노 당선자를 지지한 때문일 것이다. 노 당선자를 반대했던 유권자들이 그의 당선으로 허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리적 공황상태에까지 빠지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통합을 위해 참 다행스런 일이다.

노 당선자의 반대자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에게 노 당선자가 다가갈 수 있고, 그들이 노 당선자에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따라서 노 당선자는 자신의 반대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많이 연출하는 등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예컨데, 가급적이면 자신의 반대자들이 많은 영남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그곳의 유권자를 많이 만날 필요가 있다. 그들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에 유능한 사람이 있다면 인사에 과감하게 발탁하는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노 당선자의 국민통합 노력이 성공하려면 반대자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노력과 함께 그를 반대했던 사람들이 그에게 마음을 여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노 당선자를 반대했던 사람들은 그가 하는 얘기를 경청하고, 왜 다수의 유권자들이 그를 지지했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조중동의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노 당선자의 반대자들은 대개 조중동의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자신들의 독자들로 하여금 노 당선자에게 마음을 열도록 유도해야 한다.

조중동이 단순히 자신이나 특정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국민과 국가 전체의 이익에 봉사하려 한다면 김대중 정권 하에서 그리고 대선과정에서 보여왔던 것과 같은 지극히 편협하고 분열적이고 당파적인 논조를 지양해야 한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이들 언론은 분열의 치유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해온 세력을 지원했고 스스로도 은근히 지역간, 이념간, 세대간 분열을 조장해왔다.

이제 우리 기존 정당들만이 아니라 우리 기존 언론들 특히 조중동도 환골탈태해야 한다. 사익이 아니라 공익에 기여하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해온 자신들의 죄과를 조금이나마 씻기 위해서도 국민통합이라는 우리 정치의 최대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국민의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에 기하는 일이야말로 이들 언론을 비롯하여 우리 언론에 가장 요구되는 역할이다. 그것은 집권자와 집권세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에 우선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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