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핵 위기, 중·러가 거중조정 나서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핵 위기, 중·러가 거중조정 나서야

윤재석의 지구촌 Q&A <14>

Q) 12월1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를 통해 핵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사용후 핵연료 봉인과 감시 카메라 등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북한핵 위기는, 열흘 후인 22일 북한 당국이 전력생산에 필요한 핵시설들의 정상가동을 위해 동결된 핵시설들에 대한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작업을 하겠다고 선언해 미국에 대한 핵 압박을 한 계단씩 높여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A) 북한당국은 23일부터 24일에 걸쳐 영변 5㎿e(메가와트) 원자로, 폐연료봉 저장시설, 핵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해 IAEA가 설치한 봉인제거에 이어 평북 영변의 핵연료봉 제조공장에 대한 봉인제거 및 감시카메라 작동불능 조치를 취함으로써 핵동결 해제선언 이후 모두 4곳의 시설에 대해 동결해제 조치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제조공장안 창고에는 8천여개의 폐연료봉이 저장돼 있는데 이 연료봉으로부터 25㎏의 플루토늄 239를 추출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경우 핵폭탄 4~6개를 제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2단계 조치로 영변 원자로 재가동에 앞서 25일부터 핵연료봉 저장창고에 있는 새 핵연료봉의 원자로 이동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핵연료봉을 원자로에 장전은 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연료봉 장전작업을 시작할 경우 지난 94년 제네바 기본 합의에 따라 가동 중단된 이 원자로가 연료봉 장전 및 시험운전 등을 거쳐 1~2개월내에 재가동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Q) 북한측이 봉인 및 감시카메라 제거조치를 취한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2개 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강경 발언으로 맞섰죠. 이른바 윈윈(win-win) 전략을 재천명한 건데요.

A)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23일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대테러전과 이라크, 북한에 대한 전쟁을 동시에 추구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는 그것을 할 완벽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럼즈펠드 장관은 “우리는 두개의 대규모 지역분쟁에서 싸울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한쪽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한 뒤 다른 쪽을 신속하게 패퇴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현재 미국의 이라크전 준비 때문에 대담해졌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거론하며 “미국이 이라크 전과 대테러전 때문에 북한문제에 관해서는 무력사용에 의존할 가능성이 낮아졌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이 이라크에 대한 세계의 관심 때문에 대담해졌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믿을 이유가 없다”면서 “만일 (북한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실수”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아울러 그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무력사용도 하나의 선택사항이냐는 질문에 “국방부의 업무 중 하나는 모든 종류의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는 일"이라고 무력사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Q) 그렇다면 미국이 현재로서 두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것을 모두 승리로 이끌 수 있는지요? 즉 윈윈(win-win)전략이 가능한 것인지요?

A) 아쉽게도 럼즈펠드 장관의 23일 발언은 실효성이 별로 없습니다.
우선 미국이 대규모 지역전에서 이기려면 항공모함 4~5척을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이 투입가능한 항모는 총 보유 항모 11척중 8척에 부과하다고 합니다.

이중 해리 트루먼호와 콘스턴레이션호 등 4척이 이미 지중해와 인도양에 투입돼 있고 실제로 대이라크 공격이 시작될 경우 1~2척을 추가 투입해야 할 형편입니다.

특히 미 국방당국은 한동안 채택해 왔던 윈윈전력이 더 이상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윈플러스(win-plus)전략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즉, 중동지역(이라크가 가장 확률이 높음)에서 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한반도에서도 무력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동지역에다 화력을 집중해 이를 조기 종결토록 하는 한편, 동시에 한반도에서는 북한 전력의 준동을 저지하는 수준으로 버티다가 중동에서 전쟁을 종결하는 즉시 여력을 한반도로 집중 투입한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럼즈펠드 장관의 23일 발언은 북한의 엇나가는 최근 행보에 쐐기를 박기 위한 엄포 수준의 발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북한측이 이처럼 핵 압박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속셈은 어디에 있는지요.

A) 북한의 대미 전략과 대남 전략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대미 전략의 측면에서 본다면, 조지 W 부시 미행정부 출범이후 상당기간 불편한 관계를 견지해 온 북한은 지난 10월17일 북한의 핵프로그램 추진 시인에 대한 미국 측의 전격 발표 이후 양측간 불편함의 강도가 점점 고조돼 오다가 11월 중순 대북 중유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북․미 대치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했다면서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여가다가 12월 들어서 미사일을 싣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 서산호를 미국이 공해 상에서 나포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구체화하자 북한은 핵위협을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기기 시작하는데 여기엔 미국이 대이라크 공격 수순 진전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대외정책 우선순위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남 전략의 측면으로는 대선이라는 큰일을 치르는 남한에 대해 북한의 존재의미를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우선 추정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즉, 북한으로서는 햇볕정책의 계승을 내건 노무현 후보가 “퍼주기 식 대북 정책은 안된다”는 강경책의 이회창 후보보다 호감가는 인물이었으므로 대선 구도에 어떻게든 관여하고 싶었을 터일 것이라는 거죠.

결과적으로 북한의 의도(?)대로 선호하는 인물이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여기에 대선 종료후 2개월의 과도기를 갖게 되는 남한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이니셔티브를 쥐고 한반도 정세를 끌어갈 수 있다는 점도 북한의 적극적 강경책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하겠습니다.

Q) 핵 위협을 통해 북한측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지난번 분석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북한측이 핵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주된 이유는 바로 미국에게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신호입니다. 상당히 거칠고 어느 면 무례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지만 대화를 시작하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25일자 ‘북한 관리 전면전 위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최근 핵동결 해제 조치들은 절망의 행동이며 북한은 필사적으로 미국과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고 단정한 바처럼 북한의 목표는 미국과의 대화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한 체제 유지입니다.

Q) 이번 사태를 놓고 지난 1993-4년 한반도에 몰아닥쳤던 핵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부터, 북한측의 최근 강경 행보가 스스로의 체제 유지를 위한 벼랑끝 전술에 불과한 것이므로 미국과의 협상 재개가 이뤄질 경우 의외로 쉽게 해소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A) 북한이 핵연료봉 봉인제거와 감시카메라 제거 등의 조치에 관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사유는 전력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성입니다.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해 턱없이 모자라는 전력을 채우겠다는 주장인데요.

미국이 대북 중유공급을 중지한 상황에서는 어느 면 지극히 당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핵위협의 수준을 높이면서도 IAEA 감시요원들의 활동에 그다지 제약을 가하지 않고 있는 것을 봐도 이들의 행보가 위협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워싱턴포스트 25일자 기사를 다시 한번 살펴보죠. 이 신문이 인용한 일본 다쿠쇼쿠대학의 북한 전문가 시게무라 도시미쓰는 "그들(북한)은 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체의 생존이다. 그들은 전쟁을 일으킬 (재정적)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이어 “이것은 절망의 행동”이라면서 “그들은 필사적으로 미국과 관계를 향상시키고 미국을 협상 탁자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이 말처럼 그렇게 큰 위협은 아니다”는 빌 램멜 영국 외무차관의 말도 인용했습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최선의 분석은 북한 정권은 국제적인 충돌을 하겠다고 결심한 정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Q) 하지만 럼즈펠드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미국이 취할 대북 입장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A) 미국은 10년만에 다시 맞게 된 북핵위기를 해결하는데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단순히 북핵문제만 현안으로 대두되었던 지난 93~94년의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대테러전쟁과 대이라크 전쟁을 주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불거졌다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내놓은 ‘북핵 사태: 미국의 정책 선택방안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다음의 몇 가지로 대별해 발표했습니다.

USIP가 내놓은 미국의 가능한 대응전략은 ▷관용(tolerance) ▷제한적 협상(limited negotiation) ▷ 포괄 협상(comprehensive negotiation) ▷보복(retaliation) 등 네가지입니다.

⑴ 관용의 경우,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 개발시설을 가시적이고 규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체할 때까지 직접 북한과 대화에 들어가지 않는 관망적 접근법을 취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때 대북 문제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을 통해 북한을 간접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이 방법은 미국 행정부로 하여금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미국이 이라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과, 한국의 새 대통령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주며 즉각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미래에 북한 정권과 대화 선택방안을 남겨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북한이 영변에서 추가적인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고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확충할 수 있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등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원상으로 되돌리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북한이 핵무기 재고를 늘리거나 적극적인 생산라인을 갖추게 되면 핵무기를 다른 국가나 단체들에 판매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대두됩니다.

⑵ 제한적 협상의 경우, 핵위협에만 초점을 맞추고 북한이 추가적인 핵무기나 물질을 획득하는 사태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이 방법이 진전을 보이면 화학 및 생물무기, 미사일, 재래식 군사력 등 다른 북한의 위협에도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열릴 수 있고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나 체제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북한지도부에 전달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진정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반면에 미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와 비교해 이중 기준을 적용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미 행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이 구체적인 방법으로 핵프로그램을 폐기해야 대화를 한다는 전제조건을 버려야 한다는 것도 난감한 점입니다.

⑶ 포괄적 협상의 경우, 북한이 추가 핵무기 능력을 얻는 사태를 막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프로그램의 제거도 추구하는 것이므로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추구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밝히면서 북한이 정치적 경제적 개혁의 길,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길을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북한 정권의 기본적인 불안을 고려할 때 북미관계의 변화로 이어질 종합적인 협상은 북한의 전략체제를 제거할 현실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선호할 접근법이며 범세계적 핵비확산을 강화하고 남북대화를 용이하게 하며 북한과 국제사회의 접촉을 확대하게 되지만 미국이 핵위협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것이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⑷보복의 경우, 미국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강요하는 순전한 억압 정책을 동맹국과 공동으로, 필요하다면 혼자서라도 단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군사적 수단을 아낀 상태에서 경제제재, 국제고립 같은 비군사적 도구를 들이미는 것으로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보복이라는 점에서 현재 형성된 한․일․중․러 등 4자 협력 전선이 균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더욱이 억압이 원하는 결과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뒤로 물러서던지 아니면 공격을 하던지 하는 양자간에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된다는 점도 미국에게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Q) 결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 역할이 긴요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A)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을 준수할 경우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을 미국과 중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제안은 북한이 지난 10월 제안한 북미 선 불가침조약 요구의 대안으로 북한을 벼랑끝 전술로부터 끌어내기 위한 것입니다.

한편으로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도 자중할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북한핵과 관련된 현안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자청하고 이 기회에 한반도에서의 지분 확보를 확실히 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더군요.

러시아 외무부는 23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의무준수를 확실히 하기 위해 설계된 감시장비를 제거한 북한의 일방적 행동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북한이 IAEA의 NPT의 의무를 엄격히 준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도 북한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탕 부장은 이날 북한의 봉인 및 감시카메라 제거에 대한 가와구치 외상의 우려에 대해 입장을 같이 하고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지지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해 북한의 핵위협 고조를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