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어천가' 비판에 찬사를 보냅니다.
노무현당선자가 광해군처럼 보수의 발목잡기에
넘어지지 않기를 비는 마음에서 이 글을 보냅니다.
노풍,
우리 사회에 큰 바람을
일으켰던 바보 노무현이 드디어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엎치락 뒤치락하던,
물론 개표시작 1시간여의
짧은 순간동안만 그랬지만,
어쨋든 노무현은 권좌에 올랐습니다.
아직 청와대에 입성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방탄차가
제공되고 그물망 경호가 따릅니다.
며칠전부터 제주에서 휴가를 보내던
그의 동정이 TV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다른 역대 대통령당선자들과는 달리
서민형콘도에 머무르고
특별기를 타지않고 하는
그의 투박한 서민형 이미지를 부각하기에
혈안이 돼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당선자입니다.
그에게는 권력이라는 외투가 씌여졌습니다.
이제까지의 노무현에게 없던 것들이
그를 뒤덮고 있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인재풀이 매우 부족한 그에게
인의 장막까지 그에게 덧씌워질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한 뒤
빠르게 변해가는 역대 대통령들을
보았다는 사람의 말입니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청와대에 입성한
첫 행사에 풀기자로 나갔던 한 기자의 얘기인즉슨
그때 그의 눈빛은 부드러웠고
예전부터 알던 자신을 보는 눈빛도
변함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권위와 무게가 그의 눈빛을 변하게 하더라고...
권력이라는 것은 권위라는 포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답니다.
그러나, 권력의 마약같은 속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갖지 못하면
노무현당선자는
또다시 역대 집권자들이 저지른 과오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비우면서 자신의 본 모습을 잃지 않는
지도자를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권력의 논리에,
권력의 생리에 충실한 지도자들은 많았지만
그들은
약간의 성공과 많은 실패로 우리를 슬프게 했습니다.
인간 노무현이 그런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는,
그래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정도를 넘어
짜증나게 하는 지도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인데,
지금 들려오기 시작하는 얘기들은
실망스러운 대목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노무현 당선자와는 무관한 얘기들입니다.
그를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하기까지
많은 노고와 투신을 한 사람들이
벌써부터 헤게모니 쟁투를 보이지 않게 시작했다는
다소 우울한 얘기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랍니다.
자연인이 결코 될 수 없는 당선자는
지금부터 어쩌면 무한책임의 사슬에
묶여 있답니다.
사람을 선택해 쓰고 부리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없음에도
그 책임은 오솟이 져야하는 상황에
그가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몹시 다양합니다.
핵심그룹들은 다소 운동권 지향의 젊고 나이든 인사들부터
개혁적인 성향의 원내그룹들,
또 동교동과 연이 닿아 있는
소장 중견 당내그룹 등등.
특히, 이들 동교동계와 연이 닿은 사람들이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이 나돕니다.
이들은 과거 DJ가 집권했을 때
권노갑 김옥두 한화갑 최재성 등등
이른바 동교동 1, 2진급들에 비해
경력이나 고난의 경험 등이 한참 적은 3, 4진급들로
주린 배를 채우려는 욕심은
그들보다 한참 더 강할 것같은 느낌을
벌써부터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정치개혁의 목소리와
사회개혁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권력의 단맛에
서서히 빠져들면서 시작될 겁니다.
자신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때로는 유혹의 손길을 내밀 때
이들 하나하나가
도덕군자처럼, 때로는 청교도같은 도덕률로
무장해 있기를 기대하기는
그야말로 '나무위에서 고기를 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은 모순된 명제라는 겁니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이제 과거와 같이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같이 토론하고
할 수 없습니다.
관료체제라는 또 다른 이질적인 보좌그룹이
그를 접촉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고
솔깃한 말을 던지는 어느 한 쪽에
쏠릴 수도 있습니다.
노 당선자가 이런 것들을 챙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가능할지
지금으로선 저도 묘책이 떠오르지 않지만...
노 당선자의 앞길에는 굉장히
어려운 가시밭길이 가로 놓여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한 친구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는 미국에서 몇년간 산 일이 있는 변호사입니다.
"노무현을 찍는 것이 대의다.
역사적 어프로치를 굳이 하자면
조선시대 광해군이라는 영민한 개혁적인 군주가
수구보수 세력에 뒷다리를 잡혀
결국 개혁에도 실패하고
자신도 군으로 격하되는 쓰라린 역사를
우리는 경험했다.
노무현이 집권에 성공해
보수 기득권층의 발목잡기에도 굴하지 않고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강하게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밀고 나가
우리사회를 한단계 엎그레이드시키는 것을
나ㅡ는 보고 싶다."
노무현은 집권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역사에 우리나라를 반석에 올린 지도자로,
훌륭하게 자리매김될 지는
불투명합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적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그것은 안팎의 엄혹한 상황과 노무현 당선자의
주체적인 역량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렵습니다.
좁은 우리 나라의 경제뿐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몇년간 전세계의 경제 지표는 매우 어둡다고 하는
예측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 역시 노무현을 못 미더워하는
기업들의 사보타지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수 경제의 심각한 위축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습니다.
주역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노무현의 집권기간 중
우리나라의 국운 자체가 그렇게 밝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들을 염두에 둘 때
저 역시 우리의 상황, 노무현 당선자가 두 발로 딛고
선 현실이 암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딛고 일어서기를
나는 빕니다.
어쨌든 그는 YS가 군정한풀이를,
DJ가 지역한풀이를 해낸 데 이어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를 점하는 사람들인
서민의 한풀이를 해냈습니다.
그런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의 성공은 우리 나라의 엎그레이드를 한단계
앞당길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개인적인 성공과는
관계없이 이뤄져야 할 절대명제입니다.
노무현이 노풍을 일으켰던 것은
그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세가 불리할 때나 유리할 때나 일관됨을
지켜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일 때
그는 균형감각을 지켜야 합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그를 경원하는 그룹들에 대해서도
따뜻하고 설득력을 지닌 대화를 통해
그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부터 움직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얼핏 불가능해보이는 명제를 실천하려는
그의 마음, 정성, 신념이 뭉칠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는 자신의 개혁프로그램도
성공리에 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당선자의 나라 다스리기가,
아니 기득권층 마음 다스리기가
성공할 수 있기를 빕니다.
정성이 깊으면 돌에도 꽃이 피는 법입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입니다.
프레시안이 오늘같은 글을 계속 쓰기를 빕니다.
노무현이 광해군처럼
개혁에 실패해 몰락해 버리는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따끔한 충고를 계속 해달라는 부탁입니다.
노무현의 실패는 이 사회에 보수대연합의 결집과
역사의 퇴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풍,
이제 노무현 당선자는 바람이 아니라
저울처럼 살아있는 균형감각으로
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의 성공과 프레시안의 건승을 다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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