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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어천가', '노무현 인맥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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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어천가', '노무현 인맥찾기'

<미디어비평> 요즘 일부 언론들의 '위험한 보도'

일부 언론들의 '노비어천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24일 아침 한 TV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시골 고향을 찾아 노 당선자의 고생스러웠던 어린 시절을 소개하며 '노무현 위인만들기'에 열심이었다. 이런 현상은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19일 밤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노비어천가'**

특히 방송매체들은 장엄한 배경음악까지 곁들여 학창시절 자신의 하숙비를 친구 여동생 등록금으로 대신 내주고 친구집을 전전하던 비화 등을 소개하며 노후보가 얼마나 '위인적 삶'을 살아왔는가를 알리기에 열심이다.

지난 주말 노 당선자가 가족과 함께 휴식차 제주를 찾았을 때에는 방송사들이 노 당선자가 들렀던 음식점 주인에게까지 마이크를 들이대 "일반 손님들과 함께 식사하는 이런 소탈한 대통령은 처음이다"는 원하던(?) 멘트를 따내 보도하기까지 했다.

노 당선자의 삶은 분명 입지전적이다. 또한 그동안 제도언론에 의해 무수히 왜곡되었던 만큼 뒤늦게라도 노 당선자의 삶에 대한 올바른 보도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일부 언론들이 보이는 행태는 눈쌀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마치 그동안의 잘못을 사죄라도 하려는 듯인양 비칠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 역대정권 출범 초기에 예외없이 목격했던 각종 용비어천가의 리바이벌이다.

이같은 노비어천가는 이번 선거때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나머지 절반 국민들의 거부감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을 노 당선자측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 인맥찾기'도 열심**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에서 '노비어천가'에 이은 또하나의 유감은 '노무현 인맥찾기' 기사의 양산이다.

며칠 전 한 TV는 노당선자의 출신고교인 부산상고 인맥을 소개했다. 삼성그룹의 모 구조조정본부장, SK그룹의 모 계열사 사장 등의 이름과 함께 이들의 얼굴까지 공개했다. 다른 언론들도 금융권의 C모 한은 전 부총재 등을 거론하며 학연 등 노무현 인맥찾기에 열심이다.

이같은 '학연'에 기초한 인맥찾기 보도는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노 당선자의 부산상고 2년 선배인 금융계의 모 고위인사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 당선자와는 학교 다닐 때 전혀 모르던 사이였다"며 "나중에 노 당선자가 스타가 된 청문회때야 비로소 그가 학교 후배인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 당선자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냐"며 "손해나 안보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언론의 보도행태와 관련, "그렇게 반(反)노무현적이던 언론들이 요즘 와서 '밥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을 하는 분위기나 실제로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여유있게 살기위해 그랬던 게 아니냐" 고 반문하며 "당선후 달라진 보도태도를 보면 허망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냉소했다.

금융계의 또다른 노 당선자 고교 선배는 "학연에 익숙한 언론들이야 앞으로도 학연이 작동할 것이라는 전제아래 이런 보도를 한다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황당스럽기 그지 없다"며 "이런 보도가 계속 나가다 보면 도리어 역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될 지경"이라고 최근의 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노무현 인맥찾기' 보도는 우리 언론이 얼마나 학연,지연,혈연에 길들여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역설적 증거이기도 하다.

***노 당선자 가족 일거수일투족도 상세보도**

언론들은 당연히 노무현 당선자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에도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모 대그룹에 다니던 아들 건호씨(29) 인터뷰를 대문짝만하게 싣는가 하면, 노 당선자의 아들과 딸이 대통령 취임식 전 몇월몇일에 결혼한다는 사실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 가족의 동향은 물론 세간의 관심사이고, 따라서 언론의 취재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노 당선자나 그의 가족에게 '독'이 될 위험성이 크다. 노 당선자 가족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특권층화'될지도 모를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과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노 당선자를 국민에게서 멀리 떼어놓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친구'들의 결혼식 불참 결정**

노무현 당선자의 사법연수원 시절 친목 소모임 멤버들은 오는 25일 예정된 노 당선자의 장남 건호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다.

모두 8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의 한 멤버인 강보현 변호사는 23일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 신문을 통해 건호씨의 결혼소식을 듣고는 당시 노 후보가 낙선하면 결혼식에 참석하고, 당선되면 축하해 줄 사람이 많을 테니 가지 말자고 일부 멤버끼리 의견을 모았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75~77년 연수원 시절 연수생 58명 중 나이가 중간그룹이었던 이들은 서로 숙제를 함께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연수원 수료 이후에도 매년 한두 차례씩 부부동반 모임을 갖고 우애를 이어왔던 순수한 친구그룹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친구'들의 결혼 불참 소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권력'을 추종해왔다. '백'을 찾고 '동아줄'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표출된 새 시대의 요구는 '탈(脫)권력'이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런 모습이 존경받는 사회의 건설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며칠간 보여준 일부 언론의 모습은 여전히 권력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시대의 요구와 궤를 달리 하고 있어 유감, 또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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