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행정부가 9.11 이후 추진중인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이 전세계적으로 인권 침해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인종간 편견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세르지오 비에이라 드 멜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UNHCHR)이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드 멜로 고등판무관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여러 위험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나는 세계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인권의 표준을 제안한다"며 "지난 해 9.11 이후 부시 미 대통령이 선언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인간의 권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 멜로 판무관은 "3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9.11로 인해 안전에 대한 필요가 증가했음은 이해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이미 존재하던 지구상의 편견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난 달 전임자인 매리 로빈슨 전 고등판무관이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증가했다고 지적한 발언을 상기시키며 "상당수 아랍인과 회교도들은 증가하는 인종편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조롱하거나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9.11 사건의 배후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카에다라고 비난했다. 또 비행기납치범으로 지목된 여러 명이 사우디아라비아인이었다. 드 멜로 판무관은 또 "반 유대정책은 정면으로 부딪힐 필요가 있었던 이슈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라크 전쟁이 일어날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거부했으나 "유엔은 과거의 갈등상황들을 통해 경험을 축적했으며 인도주의적인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무책임한 일부 사람들이 부수적인 위험이라며 무고한 민간인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막아야 한다"면서 "이라크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03년에 이슬람과 비이슬람간의 관계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중이라고 밝히며 편견이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그는 "나는 2003년에 이슬람과 비이슬람 세계 사이에 이해를 증진시킬 방안을 찾아 이를 실천할 계획이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서 "우리가 이 좁은 길을 계속 갈 경우 우리는 재앙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드 멜로 판무관은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각국 정부들과의 접촉을 계속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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