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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IA, 한국대선에 초비상

<분석> 자체여론조사도 실시, 월가는 盧 후보 선호

지난 17일자 중앙일보에 정운경 화백이 그린 '왈순아지매'가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만화중에 "美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하길 R후보가 된다"는 대목 때문이었다. 여기서 R후보는 노무현 후보를 지칭하는 이니셜이었다.

이 만화가 나간 뒤 한나라당은 펄쩍 뛰었고, 민주당은 '노무현 대세론'의 결정적 근거로 풀이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CIA, 독자적 여론조사하기까지"**

세간의 관심은 그러나 정말 미 대사관이 본국에 노 후보가 된다는 보고를 했느냐는 것이었다. 정운경 화백이 세간에 흘러다니는 얘기를 듣고 만화를 그린 것인지, 아니면 '팩트(fact)'에 근거해 만화를 그린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와 관련, 한 신문사의 정치부장은 17일 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황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금 한국대선의 판도를 읽기 위해 CIA(중앙정보국) 한국지부와 주한 미 대사관 등을 통해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등 사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가 알기론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12월 10일~11일)하기 직전에는 독자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각 후보 지지율과 반미감정의 정도를 조사하기도 했다. 조사결과는 노무현 후보 우세로 나타났고, 이런 제반 자료를 미국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정운경 화백의 만화는 이같은 팩트에 근거해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예민한 사안을 중앙일보가 단지 세간의 낭설만 듣고서 만화로 그릴 수가 있겠나."

***긴장하는 워싱턴**

미국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중인 대선에 역대선거 그 어느 때보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선거결과에 따라 미국이 취하고 있는 강경일변도의 동북아 외교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지난 10일 미 해군이 공해상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실은 북한화물선을 나포하자, 세간에는 '미국이 한국선거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실제로 미국이 북한선박 나포 하루 뒤 예멘정부의 강한 항의에 밀려 억류를 풀기는 했으나 그 결과로 북한이 '핵동결 해제' 선언을 하고 나옴으로써 일정 부분 대선에 영향을 미친 점도 객관적 사실이다.

일부 외교전문가들은 부시정권의 물질적 토대가 군수자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시정부가 한반도의 냉전적 상황을 선호하며 그 결과 노무현 후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월가는 노 후보 선호**

하지만 이같은 부시정부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미국의 경제중심인 월가에서는 노 후보를 공개지지하는 뉘앙스의 리포트가 잇따라 나와, 그 배경에 국내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기도 하다.

15일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와 16일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 및 칼럼이 그런 대표적 예이다. 이들 미국계 언론들은 "노 후보가 김대중대통령의 DJ노믹스의 충실한 계승자로 한국경제의 고질병중 하나인 재벌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을 높게 평가하는 노골적인 노무현 지지 기사를 생산해냈다.

'노무현 후보는 친노동적, 이회창 후보는 친기업적'이라는 국내의 통념을 깨는 상당히 쇼킹한 기사들로, 민주당에게는 더없는 낭보, 한나라당에게는 더없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의 FEER은 다우존스가 소유한 매체로 홍콩에서 발행되고 있다. 다우존스는 월가는 물론 현 부시행정부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FEER은 평소 경제문제에 대해선 시장자유주의, 대북한 등 정치외교문제에 대해선 보수적 관점을 고수해온 잡지다.

이같은 보수 성향의 FEER이 대선을 눈앞에 둔 예민한 시점에 노무현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호의적 기사를 내보낸 대목은 더없이 의미심장한 '월가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가의 메시지가 보다 적나라하게 전해진 것은 월가의 최대통신사인 블룸버그의 지난 8일자와 16일자 칼럼 두 편이었다.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두 칼럼니스트가 쓴 두 편의 기명칼럼은 이번 선거를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하며, 공개리에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뉴욕 월가'와 '워싱턴 정가'의 대립**

왜 월가가 노골적으로 노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인가.

이와 관련,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점은 부시정권 출범후 '워싱턴 정가'와 '뉴욕 월가'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관계가 계속돼왔다는 점이다.

월가의 불만은 하나다. 부시가 '군수자본ㆍ석유자본 위주의 정책', 구체적으로는 호전적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펼침으로써 월가의 이해관계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그런 대표적 예가 이라크전을 비롯한 일련의 확전주의 정책으로 증시를 비롯한 미 금융시장이 계속 혼미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부시가 군수자본ㆍ석유자본의 이익만 대변하는 바람에 금융자본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가는 현재 혼미한 미국경제, 그중에서도 특히 금융자본이 활로를 찾기 위해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뚜렷한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중국 등 동북아지역으로 지속적 자금이동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DJ의 남북대화 및 시장주의 노선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은 노 후보를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워싱턴 정가와 뉴욕 월가의 대립양상이 국내 대선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이처럼 첨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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