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북한이 12일 전격적으로 핵동결 조치를 해제하고 전력생산에 필요한 핵시설의 가동과 건선을 즉각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13일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해 동결핵시설에서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를 요청하는 등 강경 입장으로 대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반도는 물론, 전세계가 평양발 폭탄 선언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동결 조치 해제 선언이 나온 배경과 저의는 무엇일까요?
A) 우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2일 조선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국이 중유 납입을 중단했기 때문에 (조선의) 핵 동결 해제 및 핵 시설 재가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대변인은 “미국이 중유 제공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발표한데 이어 12월부터 중유납입을 중단함으로써 기본합의문에 따르는 미국의 중유제공 의무는 말로써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완전히 포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은 그 무슨 원조도 협조도 아니며 오직 북한이 가동 및 건설중에 있던 원자력발전소들을 동결하는데 따르는 전력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미국이 지닌 의무사항’이었다면서 “미국이 이러한 의무를 실제적으로 포기하는 바람에 북한의 전력생산에 당장 공백이 생기게 됐다”고 핵 동결 조치 해제의 이유를 댔습니다.
아울러 이 대변인은 “미국은 중유 제공 의무를 포기한 것이 마치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시인함으로써 먼저 합의문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오도하고 있으나 미국이 주장하는 '북 개발 계획 시인' 주장은 제임스 켈리 특사가 평양을 다녀간 이후 자의대로 쓴 표현이며 우리는 구태여 그에 대해 논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Q) 북한 측의 주장은 제네바 합의를 미국이 먼저 깼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의 골자는 어떤 건가요?
A) 북ㆍ미 양측은 지난 94년 10월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합중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북한의 흑연감속 원자로와 관련 시설을 경수로 원자로 발전소로 대체하기 위해 미국이 ▷2003년까지 총 발전용량 약 2백만kw의 경수로를 북한에 제공하기 위한 조치를 주선하고 ▷연간 50만t 규모의 중유를 공급하는 대신 북한은 경수로 및 대체에너지 제공에 대한 보장서한 접수 즉시 흑연감속 원자로와 관련 시설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해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양측은 ▷정치적, 경제적 관계의 완전 정상화 추구 ▷국제적 핵 비확산 체제 강화 노력 등에도 합의했습니다.<지구촌Q&A 10회 ‘이라크 대신에 북한에 槍을?’ 참조>
이중 핵심은 미국의 경수로 제공 주선과 중유 공급, 북한의 흑연감속 원자로 동결인데요. 지난 10월17일 한ㆍ미 양국이 10월 방북했던 제임스 켈리 미 대통령 특사의 말을 빌어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 추진 시인’을 공동 발표했고 그후 지난달 15일 열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에서 미국의 강력한 주문으로 '12월분 이후 중유 공급 중단과 경수로 건설 사업 재검토' 결정이 났습니다.
물론 이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만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도 엄연한 제네바 합의 위반이라는 점이 애초부터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국 스스로 제네바 기본합의를 가볍게 보았다고 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런데 북한의 전격 선언이 나온 시점이 상당히 미묘하지 않습니까?
A) 북한이 '핵 동결 해제'와 '핵시설 가동ㆍ건설 즉시 재개'를 12월12일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날짜입니다.
우선 매달 초 공급되는 중유가 더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진 시점을 '핵 동결 해제' 선언 시점으로 잡은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11월15일 12월분 이후 중유 공급 중단 결정이 나긴 났지만, 실제로 그같은 결정이 구체적으로 이행(공급 불이행)이 확실시되는 시점이 12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경우 이 때쯤이면 중유를 실은 선박이 북한을 향해 출항했을 시점이거든요.
Q) 그보다 더욱 극적인 계기를 꼽을 수도 있겠죠?
A) 맞습니다. 바로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적재한 북한 화물선이 인도양 해역에서 스페인 해군 함정에게 나포되어 미 해군의 조사를 받은 후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인 예멘으로 향하게 된 하루 뒤에 나왔다는 점입니다.
서산호(또는 소산호)로 알려진 미사일 적재 북한 선박이 스페인 해군에 의해 나포된 것은 지난 10일 오전 북동아프리카로부터 동쪽으로 6백마일(9백60km) 떨어진 아라비아 근해에서였습니다.
당시 스페인해군의 프리깃함 두 척이 해역에서 북한 화물선을 발견하고 정선(停船)을 명령했으나 문제의 화물선이 이를 무시하고 도주하자 스페인 함정은 즉각 경고사격을 보내는 한편, 헬리콥터로 특수부대를 투입해 제압, 나포한 후 미 해군에 나포한 북한 화물선에 대해 수색을 해 문제의 미사일 부품을 적발해 냈으나 예멘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11일 풀어줬으며 이 화물선은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실은 채 예멘으로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이 선박을 정지시키고 수색할 권한은 갖고 있지만 화물을 압류할 권리는 없다고 변명했습니다.
아무튼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안하무인격인 횡포(?)가 자행된(?) 직후 북한이 이같은 선언을 했다는 점도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보기엔 너무나 절묘하고 딱 떨어지는 상황 변화라는데 관심이 쏠리는 것입니다.
미국에 대한 일종의 강력한 항의 성격도 띠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미사일 적재 선박 나포 및 수색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거 어느 정도 ‘기획’의 냄새가 나던데요. ‘기획 추적’ ‘기획 나포’ 뭐 이런 거 말입니다.
A) 충분히 그런 추정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이 다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이 선박의 이동 사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고 공공연한 비밀로 공지된 사항이었기 때문이죠.
지난 2일 통일교 계열의 미국 언론사인 워싱턴 타임스는 “미국 당국이 지난 11월 중순 남포항을 출항해 예멘으로 향하고 있는 북한선박을 미 정보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물론 당시 미 정보당국은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았지만요.
그후 미군 정보당국은 이 선박의 항로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왔고 드디어 이달 10일 스페인 해군의 협조하에 나포와 수색 작전을 진행하게 됩니다. 뭔가 나름대로의 타임 스케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미군당국의 행보입니다.
Q) 그렇다면 미국측으로서도 저의가 있을 텐데요.
A)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 선박 서산호를 나포한 것은 지금까지의 외교전을 벗어나 실력행사를 통한 북한 압박에 돌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즉 부시 행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북한에 채찍을 들면서, 동시에 실질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확산을 차단하는 두 가지 목적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북한에서 멀리 떨어진 공해상에서 이 선박을 나포한 것은 양측간의 군사적 긴장을 최소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경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부시 행정부의 판단입니다.
미사일 수출로 연간 1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북한의 돈줄을 끊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개연성과 관련해 실제로 지난 2000년 8월 남한 언론사 사장단 방북시 김정일이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설파한 지론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는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 로켓을 개발 중에 있는데 미국은 자꾸 자기들과 전쟁한다고 우리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로켓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로켓 한 발에 2~3억달러가 들어가는데 미국이 우리 위성을 대신 쏴 주면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가 개발을 안 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클린턴 정부가 얼마 있으면 끝나는데 미국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할지.
과학 기술과 첨단 기술을 위해서 이런 얘기를 서로 웃으면서 그냥 웃는 얘기로 푸틴 대통령한테 한 것인데 푸틴 대통령이 아무 소리도 안 하더니 내 얘기를 꽉 잡아 쥐고 그랬습니다. 농사 지어야 쌀을 먹는 것 아닙니까? 로켓 연구해서 몇 억 달러씩 나오는데 그거 안 할 수 있습니까? 위성 발사는 과학 목적으로 하는데 1년에 두세번 하면 한 9억달러 들어갑니다. 우리처럼 작은 나라에서 1년에 2발씩 쏘면 이건 비경제적입니다. 수리남과 이란에 로켓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로켓을 개발해서 대륙간 탄도탄을 만들어 두세발로 미국을 공격하면 우리가 미국을 이깁니까? 그런데도 미국은 이것으로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 클린턴이 오키나와 회의에 왔을 때 푸틴이 그 뜻을 전달했는데 클린턴 대통령이 이 문제를 흥미있게 들었고 관심을 갖고 있다더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미국이 골머리 아프겠지. 우리한테 돈 주기는 싫고, 과학자 연구는 막아야 하겠고, 골치 되게 아플 겁니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10일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은 분명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미국이 예견했던 일”이라며, 미국의 거듭된 경고를 북한이 무시했다는 점을 강조한 점에서도 미국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부시 행정부는 선박 나포에 이은 추가적 조치를 취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 전개는 아니다”고 애써 문제를 축소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습니다.
현재 이라크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북한과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북한이 폭탄선언을 한 겁니다.
Q) 서산호 나포 수색 해프닝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의 의미와 전망을 진단한다면요?
A)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동결 해제'와 '핵시설 가동ㆍ건설 즉시 재개' 선언으로 ‘실 끝에 매달려 있던(hanging by a thread)' 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의 '실'이 끊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더군요.
북한이 실제로 핵동결을 해제하고 핵시설 재가동에 들어갈 경우 이는 지난 94년 채택된 기본 합의문이 '파기'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압력'을 계속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누차 강조해 왔는데요.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중유제공이 중단과 연이어 ‘기획성’ 냄새가 다분한 화물선 나포 수색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기점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확실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미 기본합의문이 '파기'됐다”는 사실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공개적으로 선언할 경우 떠 안게될 부담을 의식한 조치인 셈이죠. 이것은 미국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유공급 중단을 결정하고서도 기본합의 파기를 말하지 않았거든요.
공을 일단 미국으로 넘긴 거죠.
Q)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 동결 해제'와 '핵시설 가동, 건설 즉시 재개' 선언이 그들의 상투적 대외전술의 하나인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라고 하기도 하던데요.
A) 외형상, 또한 상황논리상 그런 분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기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전세계가 우려할 만한 폭탄선언을 하면서도 ‘전력생산에 필요한 핵시설들의 가동과 건설'을 재개키로 하였다고 밝혀 핵 개발과 무관함을 애써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핵동결 해제 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여지를 남겨놓고 싶어한다는 것과 북ㆍ미관계의 파국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정부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며 "우리가 핵시설들을 다시 동결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해 미국이 대북정책을 바꿀 경우 언제든지 다시 핵을 동결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벼랑끝 전술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벼랑끝 전술로 위장한 돌파구 마련 의도라고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Q) 미국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제스처치곤 너무 고약한 것 아닙니까?
A) 실제로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차라리 아무런 반응 없이 묵묵부답인 경우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답변의 성격을 띠었던 적이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강경입장이 중유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한편으론 미국을 압박하는 협상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이번에 택한 벼랑끝 전술은 미국에 대해 협상을 위한 몸짓이라는 것이죠.
Q) 이렇게 되면 공을 넘겨받은 미국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A)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숙제를 받은 학생의 입장이 된 셈입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끈질기게 ‘선 핵포기'를 요구해 온 입장에서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은 어떤 의미에선 명백한 도전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서산호 나포-수색-나포해제 사건 직후 북한이 핵동결 해제 선언을 하고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난관에 봉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 여지를 남겨 놓았고 미국 역시 강경대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외교적 방법을 통한 문제해결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때때로 보이는 억지스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국정부가 여러 차례 협상 의지를 피력했고 지난달 16일에는 부시가 ‘북한과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력한 우호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요소입니다.
Q) 요며칠 북미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놓고 16대 대통령선거에 미칠 영향을 점치는 관측들이 무성합니다.
A) 양측은 선박 나포 사건과 연이어 터진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에 대해 정부에 대해 대책을 촉구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자체를 촉구하는 등 원론적 수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련의 사태가 자당 후보의 득표에 얼마나 득실을 줄지 계산기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거때만 되면 여지없이 불어오던 북풍이 이번에서 불어왔는데요. 이번 북풍은 각 후보진영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국과 북한이라는 양 존재의 자의적 의도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조금 양상이 다르다 하겠습니다.
Q) 한국 대선과 관련해서 최근 미국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강경책이 각기 당선을 바라는 후보자에 대한 지원적 성격을 지닌 의도적 행보라는 시각도 있던데요.
A) 음모론적 시각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충분히 추론이 가능한 시각입니다. 특히 세계 경영을 지속해 온 미국으로서 큰 고민 없이 단행할 수 있는 행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은 중남미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 자국의 입맛에 맞는 권력자를 세우기 위해 갖가지 공작을 해 온 사례가 즐비합니다. 건국초기 이후 우리나라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러한 시도를 해 온 적이 있구요.
다만 최근들어 우리의 민도(民度)가 높아져 공작으로 입에 맞는 권력자를 세우기가 어려워자 예전보다 더 주도면밀하고 외곽을 때리는 교묘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톡 까놓고 말해서 부시 현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이회창쪽이 구미에 맞을 겁니다. 비록 촛불 시위에 참가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자들에게 핀잔을 받기도 했지만, 평소 그의 정서상 친미적 성향이 강한 보수 우익인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호사가들은 지난 9일 발생했던 서산호 나포-수색 사건의 기획성격에 하나를 더 추가하기도 합니다.
즉,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 선호하는 후보가 계속 밀리고 있으니 적절한 시기에 그에게 표가 몰릴 ‘건수’ 하나를 마련해 주자. 또 궤도차 여학생 사망 재판 무죄 판결로 연일 거세지고 있는 반미 감정을 진화하는 효과도 보자. 그래서 11월 중순 북한을 출발한 미사일 적재 화물선을 대선 열흘 전, 가장 예민한 시점에서 나포-수색하자. 뭐 이런 시나리오인데요.
한편으로 북한의 최근 행보 역시 그런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개연성이 없지 않습니다. 북한이 역시 거세지고 있는 반미 감정에 불을 당겨 보다 북한에 우호적인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도록 하기 위한 공작적 성격이라는 시각 같은 것 말입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