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정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실태 보고서 제출시한인 12월 8일이 임박한 가운데 이라크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제출 시한을 하루 앞당겨 7일까지 유엔이 요구한 대량살상무기 실태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미국과 영국은 5일(현지시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대 이라크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유엔사찰단이 사찰활동에서 의심스러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잭 스트로우 영국 외무장관 또한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은 이미 유엔 안보리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겨냥한 행동을 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등 사실상 이라크 공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했으며, 이라크 침공을 위한 명분쌓기와는 별도로 약 1만명 규모의 주방위군과 예비군을 추가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라크는 미국 영국의 전쟁준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일단 유엔 무기사찰단의 사찰활동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이다. 특히 지난 5일에는 유엔 무기사찰 개시 이후 처음으로 후세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무기사찰단 단원들을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아지즈 부총리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실태보고서를 제출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전쟁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로우 영국 외무장관은 "사담 후세인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만과 사기행각을 고려할 때 이라크가 완전하고 정확한 대량살상무기 실태보고서를 제출한다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그럴 경우 후세인은 군사공격에 직면하게 되는 심각한 실수를 자행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또한 부시 대통령과 미국 고위 관리들이 "만약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리고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그렇게 분명하게 단언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또 "미국은 유엔 무기사찰단에 이라크가 여전히 금지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엔 무기사찰단은 이라크가 과거 군사장비 제조공장에서 겨자가스를 생산한 흔적을 발견했다. 데메트리우스 페리코스 무기사찰팀장은 5시간이 걸린 사찰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90년대 말 무기사찰단에 의해 파괴된 바그다드 북쪽의 엘 무타나에서 겨자가스외에 사린가스와 VX같은 확학무기를 제조한 바 있다. 유엔 무기사찰단의 사찰 재개 이후 이라크의 화학무기 제조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지난 4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어떠한 화생방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고위관게자들은 이라크 전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다. 이 시나리오는 지난 4일 폴 월포비츠 미 국방부장관의 부뤼셀 방문에서 처음 공개됐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향후 이라크 전쟁은 지난 91년 제1차 걸프전과 지난 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의해 주도되며 동맹국들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치러진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이와는 별도로 이라크의 생필품 수입을 위한 석유수출을 6개월 연장해주기로 결정했다. 수입품목들은 물론 철저한 검사를 통해 이라크에 반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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