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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회의 전체 틀을 바꿔야 국민이 산다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15>

복지는 부차적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의 사회와 경제의 틀에 대해서는 별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점 살기 어렵게 되어 갔지만 수출이 잘되어 막대한 무역흑자를 냈고 2008년 국제금융위기에서도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회복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가 안 좋아지는 데도 처방전은 별것이 없었다. 그냥 성장 일변도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서민들의 불만의 커지니까 안 되겠다 해서 하나 더 붙은 것이 복지 처방이다. 복지를 늘려 가난한 사람들의 입막음을 하자는 것이다.

작년부터 모든 정당이 이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물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쓸데없는 문제를 가지고 시끄러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서울시 주민투표는 그런 무익한 논쟁의 표본일 뿐이다.

물론 복지는 좋은 일이고 그것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복지수준은 국제적 수준에서 본다면 매우 미흡하다. 2011년의 경우 GDP의 7.0% 수준으로 서유럽과 북유럽국가들의 20∼30%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OECD국가들 가운데서 멕시코 다음의 꼴찌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당장 서, 북유럽 복지국가 수준에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정치문화가 다르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미 19세기 말부터 사회주의가 받아들여졌고 또 사회보험제도가 18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20세기 후반에 복지국가가 완성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것은 단기간 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미국이나 일본같은 나라 수준까지는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두 나라는 선진국 중에는 복지가 가장 시원치 않은 나라이나 그래도 2007년의 경우 일본은 18.7%, 미국은 16.2%이다. 우리보다는 두 배를 훨씬 넘는다.

그렇다고 복지를 이 정도로 확대하는 문제조차 간단하지 않다. 그 재원을 만들기 위해 대폭으로 증세를 하려면 국민들의 동의가 따라야 한다. 한국같이 조세부담률이 낮고 국민들이 세금 내기를 싫어하는 나라에서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처럼 정치구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장벽을 넘어섰다고 해보자. 그래서 복지규모를 GDP 15% 정도 수준으로 올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은 만들어지므로 생활이 아주 어려운 빈민가계, 노년층, 실업자 등 사회 취약계층은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우리 사회에 많은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은 그대로 남는다. 그것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임금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주거사정이 나아질 리도 없다. 교육문제도 개선되지 않는다.

빈부 차나 계급적인 격차는 약간 줄어들겠으나 그것도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다. 복지는 중요하나 그것은 한국인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주된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단지 부차적인 역할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뒤틀린 사회와 경제 틀을 바로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는 완전히 잘못 뒤틀려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에서 40대까지가 몽땅 반(反) 한나라당 몰표를 찍은 것은 이들이 이러한 한국사회의 구조에서 절망 밖에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와 경제의 이 잘못된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도 확실히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것은 복지 수혜를 조금 늘리는 것 갖고는 전연 치유할 수 없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용, 임금, 주거, 교육의 네 가지이다. 일자리 문제, 일하고 받는 보수의 문제, 살 집의 문제, 아이들 가르치는 문제이다. 이 문제들만 잘 해결되면 누구나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이것들이 제대로 안 풀리니 온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고용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며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만성적인 고실업, 반(半)실업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인구의 약 55% 정도(노동계 주장, 통계청 발표는 2011년에 34.2%) 로 많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임금 사이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 비정규직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임금을 거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정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이 임금 격차를 가능한 한 줄여 사람들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 2010년 10월, 동희오토 하청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레프트21

현재 한국에서 주택보급률은 2010년의 경우 100%가 넘으나 집 있는 사람이 61.3%, 집 없는 사람이 38.7%이다. 거의 40%의 사람들이 전세나 월세 등으로 산다. 최근에 물가가 오르며 전·월세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오른 집세를 감당할 수 없으면 도시 변두리나 지방, 또 지하 월세방으로 옮겨가야 한다. 집 없는 서민들로서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교육이 너무 과열되어 있다. 그래서 입시경쟁이 치열하고 이에 따라 사교육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했다. 학생들이 있는 모든 집이 과다한 사교육비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거의 모든 고졸자가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에서도 소위 스펙을 쌓느라고 엄청난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 가계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중등학교에서 공교육은 무너졌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학원에 가서 밤늦도록 공부한다. 대학교육도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학생들이 취업준비에만 골몰하느라 학력수준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이 세계에서도 가장 악화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대로는 한국사회가 거의 유지되지 못할 수준이다. 그러니 지금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시바삐 이 문제들을 해결하여 국민들의 삶은 안정시켜야 한다.

총체적인 접근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하나하나 다 어려운 문제로 그 어느 하나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교육 같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분야조차 지지부진하다. 이 문제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별적인 접근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같이 검토하고 같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고용 문제를 보자. 고용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자리의 부족이다.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며 늘어나 봤자 나쁜 일자리들이다. 그래서 실업자, 반실업자, 비정규직, 자영업자가 과도하게 많다.

이것이 교육부문까지 왜곡시켰다. 모두가 얼마 안 되는 고소득의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교육의 본래적 기능이 사라지며 다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하거나 취업을 위한 준비 장소로만 남았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늘리면 되겠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정부에서 대기업들을 보고 계속 고용을 늘리라고 닦달해도 별 효과가 없다. 대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도 고용을 계속 130만 명 정도로 고정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고용을 늘리려 해도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다.

이 문제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균형을 바꿔주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대기업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는 힘의 균형을 중소기업 쪽으로 옮겨 주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이익을 내서 덩치를 키우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 결국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산업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임금문제는 어떨까? 현재 한국사회에서 고임금과 저임금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너무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균 월급 차이도 100만 원정도 난다. 다른 OECD 국가들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나 저임금자의 삶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임금을 낮추고 저임금을 올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 평준화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고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임금을 낮추는데 동의하라고 하면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비, 주거비가 비싸므로 임금을 낮추면 안 된다고 버틴다.

어떤 의미에서는 타당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교육비, 주거비가 너무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교육비와 주거비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교육비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우에 따라 가계지출의 근 30∼40%까지도 차지하는 사교육비를 크게 낮추어야 한다. 또 고졸자가 거의 모두 대학에 가는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 그래야 특히 중산층 이하 많은 가계가 숨을 쉴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쟁사회에서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경쟁에서 바로 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기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취직할 수 없는 사회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누구도 그렇게 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고용구조를 바꿔서 그렇게 심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고졸자들도 차별 없이 취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도 크게 줄여야 한다. 그래야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렇게 하려면 정부의 고용정책은 물론이고 기업의 인사관리정책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주거비는 과연 내릴 수 있을까? 그래서 서민 가계의 주름을 펼 수 있을까? 지금의 높은 주거비는 높은 부동산가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GDP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편으로 우리 국민에게 매우 큰 부담을 준다.

부동산 값은 왜 이렇게 급등했을까?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계속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악용해 왔고,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투기 붐이 일었으며 한국의 중산층이 그것을 재산증식의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결국 주거비를 낮추는 문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있어 중산층의 이익, 정부의 정책, 국제경제의 흐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서울시 서초구 우면지구의 비닐하우스 집들. 이 지역에는 전체 가구의 39%가 비닐하우스와 지하방에서 살고 있다. 이들에게 안정된 주거는 바로 생존권의 문제이다. ⓒ인권운동사랑방

이렇게 여러 문제들이 서로 물리고 물려 무엇이 원인인지 무엇이 결과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결국 고용, 임금, 주거, 교육의 네 문제를 해결하려면 네 가지 정책을 한데 묶어 총체적으로 정밀하게 계획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정부가 강력한 지도력을 가지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가야 한다.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사회와 경제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나 그것이 그것이다.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총체적인 해결책은 신자유주의의 타파에서만 가능하다

이 문제들이 크게 악화된 것은 한국사회에서의 신자유주의적 전환과정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지나친 구조조정과 대기업의 독식을 통해 고용과 임금사정이 전반적으로 나빠졌고 이것이 다시 교육부문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사정도 금융개방으로 인해 과다하게 유입된 외국자본이 만들어낸 거품 때문에 더 악화되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이 문제들이 더 악성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신자유주의에 의해 더 많이 휘둘렸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일본경제를 잃어버린 10년이니 20년이니 하며 비웃는 사람도 많으나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이다.

일본인들은 국가부채를 크게 확대시키면서도 고용은 최대한 유지하려고 애썼다. 우리처럼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직장에서 쫓아내지 않았다. 일본사회가 장기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보다 훨씬 안정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전체 틀을 바꾸는 문제는 그동안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모든 해악들을 하나하나 뿌리 뽑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어떤 개선을 바란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국제경제가 타격을 받고 비틀거리는 것은 우리에게는 유리한 상황전개라고 하겠다. 월가 점령운동에서 보듯 미국인들조차 미국금융자본주의가 가져온 신자유주의의 패악에 분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지금 상태로 가면 한국사회의 파국은 멀지 않았다. 빨리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좋은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낡아빠진 정당체제가 무너질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이 흐름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 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제경제위기와 맞물려 잘못되면 장기적인 정치적 혼란과 경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시급히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여 안정된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사회·경제적 틀로는 안 된다는 사실에 우리 국민들이 공감을 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그 해결책이 임시방편으로는 안 되고 사회와 경제를 총체적으로 손보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에도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런 인식 위에서만 지금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여러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고용, 임금, 주거, 교육, 복지 같은 현안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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