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부시 미 행정부에 의해 테러 혐의자로 지목될 경우 그는 미국 시민권 소지여부와 관계없이 범죄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용의자에게 인정된 모든 법적 권리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테러와의 전쟁, 용의자에 대한 2번째 트랙(In Terror War, 2nd Track for Suspects)’이란 기사에서 “부시 행정부는 테러리즘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에게 법적 권리를 박탈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WP는 이 법이 허용하는 바에 따르면 테러관련 혐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국가의 적’이란 혐의에 대한 별도 설명 없이 도청당할 수 있고, 간단히 체포될 수 있으며, 군대수용소에 무기한 감금될 수 있다며 일반 법원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가 추진중인 법안은 기존 법안을 보충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법과 똑같은 효력을 갖는 전혀 새로운 별도의 이중 법체계를 의미한다. 법안을 추진중인 부시 행정부 논리는 “미국이 9.11 이후 대면하고 있는 테러리즘의 새로운 형태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 ‘전쟁’으로 평가돼야만 한다는 것”이며 “이에 따른 적절한 군사적 조치가 가능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법이 노리는 것은 하나는 일반 시민, 다른 하나는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하는 이중 법체계를 통해 일반 미국 시민들의 경우 기존에 보장된 합법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이를 통해 더 안전한 테러감시 체제 속에 살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직으로 두개의 법체계가 상충될 경우, 예를 들어 일반적인 피의자 가택수사를 통해 경찰이 테러와 관련된 증거나 단서를 발견하게 되면 이 피의자는 비밀리에 ‘국가의 적’으로 선포되며 그에 대한 법 체계는 자동적으로 두 번째 트랙으로 넘어간다. 이제 이 피의자는 더 이상 아무런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더러운 폭탄(dirty bomb)’의 공모자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추정된 호세 파딜라는 지난 5월 이 새로운 법 체계의 적용을 받아 변호사나 다른 누구와의 면회도 허가되지 않는 상태에서 현재 미 해군 영창에 수감돼 있다. 행정부 관리들은 부시 지도부가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할 때까지 그를 구류하고 심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법안은 이미 9.11 이후 의회가 승인한 ‘미국 애국법(USA Patriot Act)’에 따라 일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과 미 연방경찰(FBI)은 이 법안을 근거로 외국 테러리스트들과 연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전화통화를 도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들은 또 비밀리에 가택수사와 컴퓨터조사도 할 수 있다. 애쉬크로프트는 이에 대해 “미국인을 위한 자유와 안전의 승리”라며 “이 결정은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고 테러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혁명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부시 행정부의 결정이 테러리스트들이 파괴하려고 시도하는 인권과 자유를 좀먹게 하는 조치라며 이는 베트남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악용됐던 인권에 대한 침해를 더 강화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국가안전연구센터의 케이트 마틴 국장은 “부시 행정부는 국가안전보장이란 이름으로 사법적인 감시가 없는 국가 권력의 엄청난 팽창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 법은 온갖 종류의 악용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또 이 법안이 전화도청과 이메일열람, 개인공간수색 등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와 소송권에 상당한 침해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제 부시 행정부의 대 테러전쟁은 전 세계뿐만 아니라 미국내 자국민에게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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