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국들의 '월드컵 올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과 토고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13일 공중파 방송국들은 전체 방송시간 중 대부분을 월드컵에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하루에 20시간…월드컵만 보라고?
SBS는 아침 6시부터 '독일 월드컵 특집 생방송 모닝와이드'를 시작으로 총 18개 프로그램, 20시간 50분을 월드컵 관련 내용으로 채워넣었다.
WBC, 하인즈 워드 모시기, 미쉘 위 열풍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 있는 MBC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MBC는 12개의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19시간 40분 동안 월드컵 경기와 관련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뉴스나 기존의 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현지 상황이나 선수들의 신변잡기를 방영하는 비율까지 생각해 보면 MBC와 SBS의 13일 편성은 사실상 하루종일 월드컵에 관련된 내용만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도 토고전을 앞두고 정규 프로그램을 빼고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시청률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전파는 국민의 것" 운운하더니…국민의 재산을 왜 낭비하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한 관계자는 "독일 월드컵으로 인한 방송 3사의 광고수입은 대략 6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이는 16강에 들지 못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대표팀의 성적이 좋으면 그 총액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파 방송국들이 보이고 있는 월드컵 편중 현상에 대해 동의대 신태섭 교수(신문방송학)는 "한마디로 돈독이 오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태섭 교수는 "공중파 방송국들이 완전히 공공 서비스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면서 같은 경기를 모든 채널에서 방영하는 공중파 방송국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신 교수는 "자기들이 필요할 때만 '전파는 공공재' 운운 하다가 정작 중요한 사회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공공재의 낭비"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방송국들은 이제라도 평택 사태나 한미 FTA 문제 등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을 시청자들에게 제기하고 여론형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하의 주몽이라도…" VS "뻔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방송국들의 홈페이지에는 월드컵 때문에 즐겨보던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게 된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MBC는 최근 3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월화 드라마 '주몽'을 3회 결방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밤 10시의 같은 시간에 치러질 호주와 일본의 경기(12일), 한국과 토고의 경기(13일), 그리고 19일로 예정된 토고와 스위스의 경기를 그 시간대에 방영하겠다는 것이다.
결방을 알리는 MBC의 공지 글에는 "천하의 주몽도 월드컵을 피해갈 수는 없는 법"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주몽'의 애청자들은 "시청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뻔뻔한 MBC, 정말 해도 너무한다", "도대체 축구로 돈을 얼마나 벌기에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게시물을 수천 개씩 쏟아내고 있다.
'101번 째 프로포즈'가 결방된 SBS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축구가 밥 먹여주냐", "짜증난다"는 등의 불만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시민단체도 방송국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나친 월드컵 광풍을 경계하자"며 게릴라 문화행동, 티셔츠 제작,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문화연대는 12일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사회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기만하고 있는 언론을 규탄"한다며 이와 관련해 "앞으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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