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달여간 세계는 지름 22cm짜리 축구공의 움직임에 따라 환호와 탄식 그리고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 것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창조했던 우리 대표팀도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다음주 화요일에 토고와 첫 경기를 치를텐데요, 월드컵개막과 함께 달아오르고 있는 축구열기. 그런데 최근 일부 시민단체들은 월드컵 열풍 속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챙겨야할 것들이 잊혀지고 있다며, 월드컵을 차분히 맞이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6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월드컵 열기 속에 묻히고 있는 사회현안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문화연대 상임활동가 김완씨를 초대해 건전하고 균형있는 월드컵문화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문화운동가 김완씹니다.
김완씨는 청량고등학교를 99년에 졸업한 후 언론과 미디어 등 틀에 박힌 기존 문화를 바꿔보고자 충무로 영상기획센터 활력연구소의 정책기획팀을 맡아 시민 미디어교육을 위해 일해 왔습니다.
이후, 십만원 비디오 페스티발 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겨 저예산 독립영화제를 통해, 젊은 영화창작자 지원사업을 펼쳤고 2004년부터는 문화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최근에는 월드컵 열풍 속에 묻히고 있는 사회현안을 챙기고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최근에 월드컵을 넘어서는 게릴라문화행동이라는 캠페인을 전개하시고 있습니다. 이게 어떤 건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김완 : 월드컵이 개막되기 몇 개월 전부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만난 자리에서, 2002년도와는 근본적으로 월드컵을 둘러싼 지형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월드컵일방주의로 흐르고 있느냐 이런 문제의식들이 있었습니다. 월드컵이 가까워오면서 그런 것들이 심해지면서, 월드컵기간동안 월드컵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가.. 이런 것을 전달하고 실천적인 행동을 해보자. 이런 얘기들이 있었구요, 그 과정에서 저희가 6월 5일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것 중에서.. 2002년과는 월드컵을 둘러싼 지형이 다르다.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말씀이시죠?
김완 : 여러 가지 것들이 다를 텐데요, 우선 기본적으로 2002년도에는 우리가 개최당사국으로서 월드컵이라는 계기를 축제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공간적인 일체감 같은 게 있었는데요. 2006년 독일월드컵 같은 경우는, 일단 이걸 물리적으로 우리 앞에 있는 축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박인규 : 우리가 주인이기 보다는 참가자인데, 월드컵 일방주의..너무 월드컵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그래서 스티커를 붙이셨다고 했는데, 보니까 문구들이 재밌더라구요..월드컵 보러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
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에 반대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월드컵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없나요
지금 서울에만 붙인 거죠?
김완 : 일단 서울시내에 10000여장 정도 부착했구요, 지방이나 일반 시민들도 스티커를 좀 보내달라는 요청들이 생각보다 꽤 많이 있어서요, 2차로 스티커 제작작업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시면 옆에서 보는 시민들이 반응을 보일텐데 어떻던가요?
김완 : 저희도 스티커를 붙이러 나가기 전에 굉장히 많은 걱정을 했거든요. 나가서 괜히 시민들과 마찰이 생기면 어떡하나... 실제로 생각했던 것보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구요. 심지어 어떤 시민은, 맞다 너무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동네에 가서 붙이겠다 좀 달라는 분들도 있었고. 대학로에서 붙일 때는,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월드컵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시작하기 전부터 벌써 질리는 것 같다. 이래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반응이 좋았구요, 저희가 스티커 붙이고 나서 나중에 모여서 얘기하면서, 월드컵에 제일 흥분하는 건 실제로 시민들이 아니라 미디어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박인규 : 언론의 과잉보도가 심하다.. 혹시 마땅치 않아하는 반응은 없었습니까?
김완 : 현장에서 저희가 경험하진 않았고, 일부 시민들이, 뭐하는 거냐.. 이런 반응들이 있었는데, 이후에 몇 가지 부정적인 반응들도 있었구요, 월드컵이라는 게 워낙 하나의 흐름, 하나의 방향만 존재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수준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미디어가 문제다.. 그런 말씀을 하셨던데, 최근에 어떤 언론전문지를 보니까, 방송사 주요뉴스의 제작꼭지수를 보니까 월드컵이 48%고 한미FTA도 굉장히 중요한 건데 6%밖에 안된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만나보신 시민들은 언론이 너무 월드컵보도에 올인하고 있다고 본다는 거죠?
김완 : 그럴 수밖에 없는게, 말씀하신 것처럼 물리적으로 월드컵 관련된 보도나 프로그램, 광고가 압도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이런 상황에서 일례를 들자면, 메인뉴스에서 한미FTA본협상이 시작했던 날, 한미FTA의 찬반입장을 떠나서 향후 우리가 어떤 경제적 틀 속에서 살아갈 것이냐 하는 매우 중요한 일일텐데, 그 날 한미FTA협상에 대해서 두 세 꼭지정도 배치가 되고.. 그 날이 가나와의 평가전 다음날이었는데요, 월드컵 관련 꼭지가 15개씩.. 전체 뉴스의 반 정도로 배치됐는데, 이런 것만 보더라도 지금 언론의 과잉된 고조와 조장 이런 것들이 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월드컵에 대해서 미디어의 과잉보도가 문제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월드컵을 보지 말자는 겁니까? 아니면, 보긴 보되 조용하게 보자는 겁니까?
김완 : 축구를 좋아하고 월드컵을 즐기고 기다리신 분들 개개인들은 자신의 취향과 선택, 판단이 있는 거라고 보구요, 그걸 누가 나서서 자제하자고 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구요. 저희가 전하려고 했던 문제의식은, 축제가 왔고 실제로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고 즐긴다고 해도 일정정도 공적영역에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기관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예를 들면 방송이라든지, 정부라든지.. 이런 데는 그런 역할을 해야 되는데, 지나치게 그들이 시민들의 열정을 핑계삼아서 자신들의 책임을 망각하고 지나치게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월드컵 이외의 이슈들, 현안들이 묻히거나 외면당하고 있지 않나.. 이런 문제의식을 좀 전달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박인규 : 주로 언론이 너무 지나치게 월드컵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지적에 대해서 언론이 반응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완 :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반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요, 그 반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일텐데, 여전히 저희가 전하려고 했던 주요한 문제의식. 예를 들면 다른 사회적 이슈나 현안들을 월드컵을 이유로 외면하지 마라. 이런 문제의식들을 단순 리포트 하거나. 실제 내용은 바꾸지 않고. 아니면 월드컵 관련된 내용을 이만큼 얘기하고 중간이나 마지막쯤에 하나 껴넣는 정도로 하고 있고. 아직 방송이나 미디어의 근본적인 반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소속해 계신 단체가 문화연대인데, 월드컵을 차분하게 보내자.. 그런 캠페인은 문화연대 혼자 하는 겁니까?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 겁니까?
김완 : 단체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라기보다는 각종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셔서, 최근에 월드컵을 둘러싼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있는 시민활동가 분들이 개인적인 차원으로 모여서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몇 분이나 되십니까?
김완 : 여러 가지 참여방법들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한 100여 분 정도 참여한다고 보면 됩니다.
박인규 : 월드컵과 관련해서 주로 미디어가 과잉보도를 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특정사를 거론하진 그렇지만 이른바 대기업들.. 서울시청 광장을 사서 하고.. 이런 데 대해서 상당히 비판을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완 : 예. 지금 월드컵을 둘러싼 상업주의 현상을 제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바로 시청앞 광장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광장이라는 공간이 그 사회에서..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시청앞은 광장히 상징적있고 가장 사회적 의미가 깊은 열린공간이라고 해야 할텐데요. 그 공간을 특정기업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그곳에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일 거라고 예측되는 시점에 그 광장을 서울시가 특정 기업한테 팔아버리고. 이런 과정이 지금 우리가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는가. 또 얼마나 비상식적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런 반론도 있는 것 같아요. 과연 그러면 상업주의가 나쁜 거냐.. 기업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기회를 이용해서 이득을 추구할 수 있는 건데 과연 상업주의라는 이유로 비판할 수 있겠느냐. 또 심지어, 경기가 안 좋은데 작은 식당이나 호프집 같은 곳에서는 이 기회에 큰 TV 갖다놓고 사람들을 모이게 하려고 하는데 그것까지 상업주의로 매도할 수 있는 거냐.. 그런 얘기도 있는 것 같아요.
김완 : 상업주의 자체를 비판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현재 자본주의에선 무의미한 비판이고 우리가 비판하는 것도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도 정도가 있고 최소한 지켜져야 될 공공성은 있다고 얘기하는 거거든요. 말하자면 광장이 그런 공간이라는 거죠. 상업주의가 불가피하다고 해도 광장이라는 공공적 장소까지도 상업주의에게 우리가 내어줘서야 되겠는가.. 이런 문제의식이구요.
박인규 : 광장을 사고 파는 그것이 문제다..
김완 : 예. 그것이 문제라고 보구요. 월드컵이 워낙 상업적인 마케팅의 장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유별나게도 월드컵을 둘러싼 모든 환경들까지 상업주의가 개입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고. 얼마 전에 보도가 돼서 진위여부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식당에서도 중계를 하는데 중계권료를 앞으로 받을 예정이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 2002년 이후에 월드컵을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들까지도 상업주의가 개입하는 문제는 좀 한국적인 상황이고,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 아닌가. 그리고 과도한 상업주의의 개입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긴 하지만 월드컵을 여럿이 모여서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은 굉장히 많거든요. 그게 서울광장일 수도 있고 길거리응원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기업이 주도해서 광장을 사고 파는 식의 응원문화가 아니라면, 어쨌든 응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조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김완 : 2002년도 말씀을 안 드릴 수가 없는데요. 2002년도에 기업이 판을 깔고 대형전광판을 설치하고 가수들을 부르고 쇼를 준비해서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도 충분히 자발적으로 모이는 게 가능하다고 보구요. 광장판매 문제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시정부, 지역정부에서 해야 되는 최소한의 역할이 무엇인가.. 시민들이 어느 장소에 모여서 무엇을 하고자 하고 그러면 그것을 지원하고 잘 할 수 있게 지지해 주는 게 지역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구요, 축제는 기본적으로 자발적으로 즐기고 싶어서 모이는 사람들이 있어야 축제가 가능한 거지 기업이 돈을 들여서 무대를 세우고 가수를 부르고 판을 깐다고 해서 축제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박인규 : 그렇다면 문화연대를 비롯한 김완씨 같은 활동가들께서는, 특별히 누군가가 주도적인 조직과 역할을 안해도 자생적으로 응원문화가 될 수 있을 거다?
김완 : 예. 그건 저희가 예측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니라 2002년도에 많은 지역에서 실제로 그런 일들이 있었구요. 그 모습을 보고 자본들이 개입을 하고 있는 게 현재상황이 아닌가..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대부분 축구를 좋아하지만 별로 축구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축구얘기만 하니까 지겹다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독일 같은 데서는 '풋볼프리존'이라고 해서 축구 없는 세상, TV안보기 그런 것도 한다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어떻습니까?
월드컵에는 관심이 없지만 나름대로 즐겨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김완 : 몇 군데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홍대앞의 '아게하'라는 카페에서 프리존과 비슷한 개념이죠. 축구얘기를 하지 않고 월드컴경기 하는 날 다른 것으로 즐겁게 놀아보고자하는 기획 같은 걸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그리고 이것이 조직화된 흐름으로 나타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사회에도 월드컴 기간중에 축구 좀 떠나서 살고 싶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6월에는 월드컵밖에 안 하니까 TV 안 보겠다는 분도 계시고.. 굉장히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축구가 가장 보편적으로 인기가 높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장르고 종목이긴 하지만 그걸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걸 볼 권리 만큼이나 안 볼 권리도 있는 거잖아요. 이런 차원에서 개인적인 실천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김완씨 같은 분들의 입장은, 월드컵 자체를 반대한다기 보다는 월드컵이 굉장히 큰 잔치지만 다양성이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걸로 이해해도될까요?
김완 : 예.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만큼 안 볼 수 있는 권리도 있는 거고. 그것 때문에 다른 것들이 침탈되거나 다른 권리들이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6월 5일에 스티커를 붙인 것이, 말하자면 월드컵을 넘어서는 게릴라문화행동의 첫번째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앞으로도.. 예를 들면 6월 13일 토고전 같은 날에도 행동계획 같은 게 있으시겠네요?
김완 : 6월 13일 토고전 같은 경우.. MBC에서 24시간 전일동안 월드컵중계방송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요, 그 앞에서 방송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12시간 동안 진행할 예정이구요.
박인규 : 24시간 전일방송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하신다는 말씀이시죠?
김완 : 예. 항의하는 12시간 1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구요, 월드컵이 오늘 개막이 되는데.. 개막 이전에도 이랬는데 개막하면 훨씬 더 심해질 거라고 보거든요. 그러면 이제 그 상황들에 맞춰서 다양한 게릴라행동들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구요, 다양한 시각이미지 생산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지금 얘기하면 안 되나요?
김완 :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얘기하면 실제로 행동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요.. 저희가 스티커부착이나 시각이미지생산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계속 진행해나갈 예정입니다.
박인규 : 오늘이 개막일인데, 문화연대에서 이와 관련한 성명이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주장인가요?
김완 : 문화연대도 오늘 월드컵개막에 관한 논평을 냈구요, 문화연대는 월드컵이나 축구협회의 개혁과 같은 문제들에 계속 활동을 해왔었는데요, 오늘 자과 미디어의 축제를 거부하자는 제목의 논평을 냈구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이 국민에게 애국심을 강요하고 축제를 즐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내용은 자본의 애국이고 자본의 응원이다. 이것이 우리가 축제에 참여하는 자발적 축제가 아니라, 쇼프로에 동원되는 관람객으로 조직되고 동원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비판하고, 자본과 미디어의 축제가 아닌 우리의 축제를 열여가자. 이런 내용으로 자본과 미디어가 축제의 장에서 퇴장하라..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을 오늘 발표했습니다.
박인규 : 글쎄요.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시는 건 좋겠지만 이번 월드컵 자체를 자본의 축제라고 하면 많은 월드컵 팬들이 반발하실 것 같은데요.. 우리들의 자발성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고 하지 않을까요?
김완 : 예. 그런 측면을 얘기하고자 하는 건 아니구요, 물론 시청앞 광장에 나오시는 분들이나 응원하시는 분들은 자발적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 응원하러 가시는 건데, 저희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발성들이 거기 가서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 공간들이 그렇지 못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 그점을 비판하려고 하구요. 그런 점들이 없으면 훨씬 더 개인의 자발성들이 자유롭게 그 공간에서 몸짓을 펼 수 있지 않을까..
박인규 : 개인적으로, 토고전이나 프랑스전이나 스위스전 같은 우리나라 축구팀 중계방송을 보실 계획입니까 안 보실 계획입니까?
김완 : 지금 볼 계획이다 안 볼 계획이다 이런 건 없구요, 저도 축구 좋아하구요, 축구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축구 자체를 즐긴다기 보다는 축구에 투영돼 있는 국가주의나.. 개인적인 차원의 애국을 넘어서 집단주의적인 방식으로 한국팀이 어느 팀을 이기는 것이 마치 국운을 건 경기인 것처럼... 그런 것보다는 단순한 경기로서 그것을 즐기면 되지 않을까. 저도 마찬가지고.
박인규 : 월드컵을 즐기되 그냥 축구로서, 개인의 자발적이고 주도된 형태로 즐기는 게 좋겠다. 거기에 대기업 등이 끼어드는 건 좋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김완 : 그렇습니다.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월드컵을 좀 차분하고 균형있게 지내자고 주장하고 있는
문화연대 상임활동가 김완씨와 함께하고 있습니다.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려볼까 합니다.
소속돼있는 단체가 문화연대인데요, 문화연대가 어떤 단체입니까?
김완 : 문화연대는 99년도에 만들어졌구요, 문화사회로의 이행을 주장하고 있는 단체구요. 문화사회라고 함은 개인의 자발성이나 창의성, 창조성이 최대한 구현되고, 그것이 국가권력이나 다른 무엇에 침해받거나 제약받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위해서 문화교육 운동이나 미디어의 개혁운동, 표현의 자유 운동이라든지.. 이런 운동들을 펼쳐나가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박인규 : 문화운동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새로운 형태의 운동인 것 같은데, 문화라는 게 사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고 살아가는 방식인데 그걸 운동을 통해서 바꾼다.. 너무 야심적인 계획이 아닌가 생각도 들어요.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완 : 잘 되는 부분도 있고 뜻과는 달리 안 되는 부분도 있는데요, 문화라는 게 특정영역이나
소수예술장르가 아닌 우리 일상 전반의 문제고, 이 문제를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주 높은 수준에 있는 것까지 스스로 바꿔나가는 게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하구요. 열다섯, 열여섯 분들이 상근하시면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굉장히 열성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김완씨 같은 경우, 말하자면 사회에 좀 빨리 뛰어드신 것 같아요. 보통 요즘은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대학을 다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고등하교를 졸업하고 바로 미디어교육운동, 젊은영화창작자지원사업..이런 문화운동을 시작하셨어요. 어떻게 대학을 안 가시고 바로 문화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조숙했다고 볼 수도 있고..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김완 : 조숙했던 건 아니구요, 대학을 많이 떨어졌구요, 나이가 먹어서 대학을 갔는데 다니는 게 별로 재미가 없어서 아주 짧게 잠깐 다녔구요. 제가 대학갈 때는 한참 영상문화, 영화가 붐이었을 땐데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런 과정에서 교육을 오래 받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구요, 지금도 그 결정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그 이후에 여러가지 영화제 기획일이라든지.. 이런 일들을 진행했고, 그러다가 연이 닿아서 문화연대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문화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건 언제부터입니까?
김완 : 2002년도부터인데요, 영화제 기획일에서 10만원미디어페스티벌이라고 하는 홍대지역의 저예산영화제의 영화들의 영화제를 기획하는 일들을 했구요. 그러다가 충무로역에 있는 공공영상연구센터인 충무로활력연구소에서 기획팀으로 활동하다가., 그 팀이 서울시에서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없어졌습니다. 그게 없어진 이후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요즘, 문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대중문화를 많이 떠올리게 되고 대중문화는 기본적으로 TV같은 대중매체를 통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런데 지금 김완씨가 하시는 건 대중문화, 대중매체와 상당히 거리가 있든가, 아니면 약간 각을 세우기도 하고, 마이너리티라고 할 수도 있고. 그런 활동을 하시면서, 본인이 하는 역할이 사회문화를 고급스럽게 한다고 할까요.. 그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김완 : 제가 하고 있는 활동 뿐 아니라 문화연대에서 전반적으로 하고있는 활동들이 그런 거라고 대중적이고 다수의 문화 외에 소외되는 소수적인 문화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굉장히 많이 있고, 그것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부족한 게 사실이구요. 그런 것들이 없다고 했을 때 문화적 토양이라는 것이 얼마나 황폐해질 것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면 대중문화를 억압하고 있는 문화들, 대중문화에서 잘 보이지 않는 소수적 문화들을 발견하고 가치를 지켜내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구요, 문화연대도 그런 활동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획일적인 문화가 지배하기 보다는 개성적이고 다양한 문화들을 계속 키워나가야겠다는 말씀이시죠? 문화운동을 하시면서 재정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인 어려움 같은 건 없습니까?
김완 : 예. 아직도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있구요,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권력화 됐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실제로 운영되는 걸 보면, 어려운데도 나름대로 하고 계시는 단체들이 대부분이구요, 문화연대도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라고 보구요. 후원회비를 내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재정상황이나 여러 가지 개개인 활동가들의 상황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박인규 : 같이 일하시는 활동가가 몇 분 되신다구요?
김완 : 문화연대는 한 16명 정도 상근하고 계십니다.
박인규 : 대중스포츠.. 프로야구, 프로축구.. 이런 것도 굉장히 중요한 문화의 한 부분일텐데. 그런 대중스포츠, 특히 프로스포츠에 대한 생각들은 어떤 겁니까?
김완 : 프로스포츠가 상업화됐다는 비판은 내용적으로는 의미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지를 얻기 힘들 만큼 고도화 되고 그것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높다고 생각이 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비판해야 되는 이유는 진행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프로스포츠에서 지켜지지 않는 노동의 권리문제나, 과정 자체가 매끄럽지 않은 여러가지 것들이 있고. 그것을 좋아하는 마음은 좋아하는 마음이고 잰행과정에서 보여지는 모순들은 비판하는 것이 적절한 태도가 아닐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마지막으로. 어쨌든 월드컵이 오늘 시작됩니다. 한달간 많은 분들이 월드컵에 울고 웃고 할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월드컵 이렇게 즐기자' 그런 말씀을 좀 해주시죠.
김완 : 저는 월드컵이 국가주의의 축제를 넘어서, 실제로 최고의 기량을 가진 개개인의 선수들이 펼치는 몸짓을 즐기고 거기서 재미와 흥미를 발견하는 차원의 이벤트였으면 좋겠구요. 한국팀에 대한 응원도 중요하지만 한국팀을 넘어서는 세계최고 수준의 경기를 즐기려는 태도.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월드컵 기간동안 잊혀지거나 은폐되는 문제들이 없도록, 좀 골고루 관심을 나눠갖고 더 중요한 문제들을 고민해보는 계기로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다양하고 개성적이고 주체적으로 월드컵을 즐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완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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