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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상업주의=월드컵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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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상업주의=월드컵 열풍"

한국스포츠사회학회, 월드컵 특별세미나 열어

"2002년을 기점으로 월드컵은 우리에게 괴물이 됐다. 돈벌이의 도구, 애국을 증명하는 도구가 됐고, 다툼과 분열의 원인이 됐다."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둔 2006 독일 월드컵의 열기가 터질 듯 뜨거운 가운데, 월드컵에 열광하는 한국의 과도한 민족주의적 열정을 비판적으로 돌아본 사회학포럼이 열렸다.
  
  한국스포츠사회학회는 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한국사회와 월드컵 : 미래지향의 성찰과 대안'을 주제로 월드컵 특별 세미나를 개최하고, 열광적인 월드컵 축제의 분위기 뒤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을 살폈다.
  
  발표자와 토론자 대부분은 특히 상업주의와 결탁한 대중매체의 선정적 보도 행태를 지적하고, 과도한 민족주의적 열정이 배타적 애국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열광적인 월드컵 분위기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표팀ㆍ외국 활약 선수 보도할 때만 선정적 보도"
  
  정준영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와 월드컵 : 스포츠와 민족, 그리고 월드컵'에서 과도한 민족주의가 지닌 위험성을 지적하고, 상업주의와 결탁한 민족주의의 모습을 비판했다.
  
  그는 "민족주의가 민족의 동질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민족 구성원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성이 억압될 수 있고, 외부세계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싹틀 수 있다"면서 "민족주의의 이런 속성은 대립과 경쟁을 내재적 속성으로 지닌 스포츠에서 더욱 강렬히 발현된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민족주의가 불러일으키는 열광을 선정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은 바로 상업주의다. 그는 "대중매체의 보도는 상업적 목적에서 다양한 라이벌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이들 사이의 대립을 과장되게 홍보한다"면서 상업주의와 결탁한 대중매체의 보도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엘리트 체육'에 대한 과도한 편향도 민족주의와 상업주의의 합작에 기인하며, 여기에는 한국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일등주의도 한몫 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언론을 향한 그의 질타는 계속 이어졌다. 정 교수는 "대중매체의 이중적인 스포츠 취급방식이 문제"라며 "서구 많은 언론이 일반기사와 스포츠기사를 엄격히 분리, 스포츠를 매우 선정적으로 다루는 것과 달리 평소 우리 대중매체는 스포츠에 대해 상당히 냉정한 태도를 취하는 편"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우리 대중매체가 서구 언론과 비슷한 선정성을 보이는 부분은 대표팀의 경기나 서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출신 선수들의 경기결과를 보도할 때뿐이라는 것.
  
  이러한 보도 태도는 곧 "대표팀에 대한 정서적 통합이 일시적이게 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정 교수는 "월드컵 외에 일상적 국내 경기에 대한 우리 언론의 냉정한 보도는 선수들에 대한 동일시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드컵 때만 '반짝' 하고 마는 축구 열풍이 축구 인프라 확충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사회 무한경쟁 상업주의의 새로운 동력, 애국주의"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의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그는 '월드컵과 자본의 애국'이라는 발표에서 "2002년을 기점으로 월드컵은 우리에게 괴물이 됐다. 돈벌이의 도구가 됐음은 물론 애국을 증명하는 도구가 됐고, 다툼과 분열의 원인이 됐다"며 상업주의와 밀접히 관계된 월드컵 자체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정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이번 월드컵에 마케팅 비용으로만 1조 원 이상을 쓸 것"으로 예상한 업계의 통계를 제시하면서 "기업이 대중의 도박심리와 공짜심리를 활용해 유혹하는 현실은 2006 독일 월드컵 응원이 국민의 응원이 아닌, 자본의 응원으로 보게 한다"고 상업주의를 비판했다.
  
  또한 월드컵 열풍에서 위험한 것으로 배타적 애국주의(쇼비니즘)를 거론했다. 정 교수는 "스포츠 경기 관람이 아니라 일본 또는 세계와 싸워 이긴다는 '사악한' 쾌감과 카타르시스에 사로잡혔다"고 진단하고 "붉은 악마 현상에서 드러나는 맹목적 애국심, 승리에의 열광, 체제순응과 정치적 무관심, 개인의 주체성을 억누르는 군중심리 등은 파시즘의 병리적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월드컵이 쇼비니즘을 사회에 뿌리내리게 했고, 이 쇼비니즘은 정치집단이 아닌 상업적 자본주의에 의해 고속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드컵, 민족주의적 정치투쟁에 힘 보태"
  
  조성식 한양대 체육학부 교수는 '월드컵 축구와 민족주의 열광 : 축구의 사회학과 한국적 특수성'에서 "축구를 통해 지역-민족주의가 강화되는 반면, 계급 내의 연대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지역 내 연대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반면, 노동자들의 계급의식과 계급적 투쟁은 명분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로서 축구는 강대국ㆍ약소국 모두에게 자신들의 국가와 민족을 표현하는 도구가 됐다"면서 월드컵이 민족주의적 정치 투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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