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마리 비초렉-초일 독일 대외개발원조장관이 27일 독일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아주 뻔뻔한 일"이라고 비판해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ㆍ독관계가 더 악화될 전망이다.
비초렉-초일(Wieczorek-Zeul) 장관(사민당, SPD)은 독일 24시간 뉴스전문채널인 n-tv의 '마이쉬베르거(Maischberger)란 시사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의 도상(圖上) 작전훈련은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하려는 것이며, 다른 나라들에게 이라크 복구 비용을 떠넘기려는 '아주 뻔뻔한 일'"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비초렉-초일 장관은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은 "세계의 안정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이라크 전쟁 비용은 전 세계가 국제적인 개발협력에 지출하는 연간비용의 4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잠재적 위험이 표출된 나라에 대해 미리 군사적 공격을 가한다는 선제 공격 정책'을 구사함으로써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비초렉-초일 장관은 "예컨대 인도가 파키스탄에 선제공격권을 행사할 경우 어떻게 되겠느냐"며 부시 행정부가 추진중인 이라크 전쟁계획의 무모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이라크전 발발시 미군에 독일 영공 사용권을 승인할 것이라는 독일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동맹국에게 영공사용권을 부여하는 것과 독일이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27일 같은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안겔리카 베르 전 녹색당 국방담당 대변인 또한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유엔결의가 전제되지 않은 이라크 공격은 매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베르 전 대변인은 현재 "녹생당내에는 독일 정부의 정책변화로 인해 심각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독일 정부의 최근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대한 언급들은 슈뢰더 총리의 이라크전 불참이라는 선거공약에서 '분명히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에 근거할 경우 독일은 (선제공격을 하는) 전쟁과 관련해 다른 나라에 독일 영공 사용권을 허용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럼스펠드 미 국방 "독일이 이라크전 도와도 미독관계 원상회복은 힘들 것"**
독일내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미국 역시 강경한 대독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독일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기여한다 할지라도 이미 생성된 양국관계의 손상을 회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26일 워싱턴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미독관계는 아직 독일 총선 이전의 신뢰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독일이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양국 관계 회복에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럼스펠드는 "미국이 이라크 전에 대비해 50개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미국 정책의 진지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어떤 나라들은 많이 돕겠다고 했고 어떤 나라들은 '단지 조금만' 말했다"고 밝혔다.
리차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이라크전과 관련해 어떤 형태의 도움을 독일에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며 "미군은 어떤 상황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