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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왜 선거법 개정보도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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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왜 선거법 개정보도 외면하나

민실위 보고서에서 문제제기, "특정후보 줄서기 아니냐"

지난 9월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미디어선거를 중심으로 한 선거공영제 확대방안을 제시한 이후 두 달이 지났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7일 여야간, 시민단체와의 견해차로 이번에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내의석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이같이 입장을 밝힘에 따라 사실상 선거공영제 확대는 물건너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에는 그동안 이 문제를 '방임'해온 언론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7일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 비판'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일간지와 방송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5일까지 3주간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다룬 기사는 모든 언론사를 합쳐 6건에 불과했다. 한겨레신문이 2건,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가 각 1건에 그쳤고, 방송3사는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단 한 건도 관련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미디어선거에 대한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정작 미디어활용을 통해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이용한 선거를 개혁하자는 목소리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민실위는 합동토론회의 필요성에 대한 언론의 보도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합동토론회의 필요성을 다룬 언론사는 경향신문과 KBS가 각각 두 꼭지로 가장 많았고(?) 대한매일과 한겨레신문이 각 1건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조선, 중앙, 동아, 한국 등 중앙일간지와 MBC, SBS는 단 한건도 관련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민실위는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의 자발적 정치헌금에 대한 기사량을 분석했다. 언론들은 정치자금의 뇌물성ㆍ보험성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유권자들의 자발적 정치헌금이란 '사건'에 대해서도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정치적 의미는 배제한 채 얼마가 모였다는 표피적 보도만 내보냈다는 것이 민실위의 지적이다.

민실위는 총평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미디어선거를 둘러싼 선거법 개정 문제나 합동토론회에 대해서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자나깨나 ‘국민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국민들의 바라고 원하는 부분에게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보며 한국의 언론풍토를 개탄한다"고 말했다.

민실위는 보고서를 끝내며 "결국 한국언론들은 '독자를 속이며 '특정후보 줄서기'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다음은 언론노조 민실위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 비판' 보고서 전문.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 비판**

(선거법 개정, 합동토론회, 자발적 정치헌금을 중심으로 분석기간은 10월17일-11월5일까지 3주간이며 10개 중앙일간지와 3대 지상파방송의 저녁종합뉴스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1. 미디어선거를 위한 선거법 개정이 필요 없는가?**

<표1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언론의 보도량>

조선 중앙 대한매일 문화 등은 선거법 개정과 관련된 어떤 기사도 내보내지 않았다. 그나마 동아 경향 세계 국민이 한 꼭지씩 보도했고, 한겨레가 2건으로 가장 많다. 그리고 공영방송이고 사영방송이고 할 것 없이 이에 대해서는 아예 한 꼭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미디어선거를 위한 선거법 개정에 대한 한국 언론의 위와 같은 침묵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국회가 선거법을 두고 이해득실에 연연하며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다. 원래 정치권의 속성이 그렇다고 백 번 양보하자. 하지만 왜 언론에서까지 ‘미디어선거’를 외면하는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현상적으로 보기에는, 정치권을 꽁무니만 쫓으면서 유권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언론이 정치권 의제만 의제로 간주하면서 유권자의 의제는 안중에도 없었던 지난 선거보도의 재판에 다름 아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합동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지난 텔레비전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를 한 번이라도 시청한 유권자가 44.5%이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초청토론회’를 시청했다는 의미이며, 그 만큼 미디어선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이런 국민들의 바람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하다.(10월 29일자 "TV 합동토론 실시하고 불참하면 방송유세 제한해야" 본지 기사 참조)

미디어선거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월 8일 발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이 나온지도 벌써 2개월이 지났다. 이에 대해서 국회는 개정하겠다고 ‘선언’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절실하다.

***2. 법정선거전 합동토론회는 없어도 무방한가?**

<표2 합동토론회 필요성에 대한 언론의 보도량>

합동토론회와 관련해서 크게 3가지의 쟁점이 있다.

첫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의해서 합동토론회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점, 둘째 이 후보의 거부로 MBC는 개별토론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셋째 법정선거기간 중 시행될 합동토론회에 참가 자격을 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보도의 대부분은 합동토론회의 필요성에 맞춰져 있고, 다른 쟁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더구나 ‘합동토론회의 필요성’에 대한 보도건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합동토론회의 필요성과 관련된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살펴보자. 합동토론회의 필요성에 대해서 지난 3주간 보도를 보면 경향신문과 KBS가 2꼭지로 가장(?) 많고 한겨레와 대한매일이 각각 1건씩이다. 그외 모든 언론들이 철저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후보가 합동토론회를 극구 거부함으로써 우리나라 사상 최초의 텔레비전 합동토론회가 무산된 바 있다. 그래서 우리 유권자들은 저녁종합뉴스에서 간결하게 편집된 각 후보들의 짧은 발언만 방송을 통해 접하고선 투표했다. 그 결과 김영삼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집권기간 중 ‘상식’이하의 발언으로 참으로 웃지 못할 수많은 해프닝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국민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견뎌내야 했다. 또한 집권 말기에는 ‘IMF관리체제’라는 전대미문의 고통을 국민들에게 떠안겼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맡길 때조차 그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통령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서조차 알지 못한 채 ‘이미지’만 보고 투표한 것이다.

또한 다양한 합동토론회를 거쳐 ‘준비된 대통령’을 뽑았던 김대중 후보도 국민들을 실망시키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스캔들’과 난무하는 각종 ‘비리의혹’으로 5년을 보내는 대통령을 그저 국민들은 바라만 보며 참고 견뎌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당선 때와 비교되지 안될 만큼 많은 토론회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보고 듣고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후보들의 됨됨이부터 정책까지 철저하게 드러내는 합동토론회는 전형적인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한데 특정 후보가 합동토론회를 거부한다고 이에 대해서 침묵한다는 것은 김영삼 김대중 전ㆍ현직 대통령의 허상만 보고 뽑았다가 당한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조선 동아 중앙 한국 그리고 SBS의 침묵에 주목한다. 합동토론회가 특정후보에게 불리하거나 손해본다는 정치적 판단을 하지 있지는 않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의미이다. 그 동안의 보도태도에서 드러났던 특정후보 밀어주기 또는 특정후보 죽이기에 능란했던 이들 신문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합동토론회를 정치인이나 정당들의 잣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언론이기를 포기한 보도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언론들과는 달리 MBC의 상황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특정후보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언론이 언론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고 보도에서 정치적 가치를 개입시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태이기 때문이다.

침묵하고 있는 언론들은, 언론 3단체가 조사한 결과 국민들의 65.5%가 개별토론회보다 합동토론회가 후보결정에 더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특정방송사에만 출연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들이 70.9%에 달하고, ‘불참후보를 제외하고서라도 합동토론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73.2%에 이르고 있다. 유권자들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정치권 특히 이후보뿐만 아니라 언론들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3. 유권자들의 자발적 정치헌금이 과연 기사로서 가치가 없는가?**

<표3 자발적 정치헌금에 관한 언론의 보도량>

한국언론들의 이중성 또는 비일관성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사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서슬 퍼런 비판의 칼질을 서슴치 않았던 것이 우리 언론이다. 한데 언론이 비판만 할 줄 알지 대안을 제시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관련해서 그 동안 ‘부패방지법’에 대해서도 많은 언론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아예 반대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들이 시시콜콜 밝혀지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심은 유권자들은 대충 눈치채고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치자금의 문제는 ‘뇌물’이나 ‘보험’의 성격을 갖고 있고, 그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반드시 ‘반대급부’가 있어왔다는 것쯤은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그래서 정치자금을 “‘당원의 당비’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언론들이 한결같이 불렀던 노래제목이다. 그리고 유일한 대안으로 자부해왔다. 한데 김민석 전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후, 그리고 10월25일 일반봉급쟁이들이 월급 받던 날 노무현 후보에게 이제까지 우리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성금세례’가 쏟아졌다.

소위 말하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작은 규모의 많은 사람들에 의한 ‘자발적 정치헌금’이었다. 이는 분명히 우리 정치에 있어서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모범’이었다. 부정부패의 사슬에게 얽혀 있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부정한 돈’을 받아 ‘부정한 대가’를 지불해 왔던 것과 비교했을 때 ‘획기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한데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 언론들이 또다시 침묵했다. 특히 보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정치적인 의미를 배제하고, 얼마 모였다는 속물적 보도만 내보냈다.

과연 자발적 정치헌금, 그것도 소액다수에 의한 정치헌금이 우리 정치사에서 단신 처리되거나 무시될 정도로 그렇게 의미가 없었는지에 대해서 전국언론노조는 ‘한국언론’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분명히 밝히지만, 이 문제가 기계적인 중립이나 어줍잖은 공정성 운운으로 비켜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4. 총평**

언론보도, 특정 선거보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사안에 대한 선별과 부각, 또는 배제의 과정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3주간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를 살펴보면, 과연 한국언론이 이런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서 이해라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수준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미디어선거를 둘러싼 선거법 개정 문제나 합동토론회에 대해서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마저 외면하고 있다. 자나깨나 ‘국민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국민들의 바라고 원하는 부분에게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보며, ‘거지말쟁이’가 거짓말쟁이가 아닌 체 하는 한국의 언론풍토를 개탄한다.

정작 필요한 것은 보도하지 않고, 맨날 ‘진흙탕의 개싸움’만 뉴스인양 착각하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호도하는 언론의 태도야말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주인’처럼 보일 뿐이다. 오로지 ‘흥행’만 생각하며 자신의 개를 진흙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작 한국언론이 그토록 주장하던 새로운 정치실험이나 새로운 정치현상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도 문제다. 말로만 도덕군자인양 ‘맑아져라, 투명해져라, 깨끗이 하라’고 주장하고, 실제 정치가 투명해지고 맑아질 수 있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서는 침묵해버리는 태도를 어찌 설명해야 할까.

결국 한국언론들이 ‘독자를 속이며’ ‘특정후보 줄서기’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스스로 국민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면, 침묵할 때 침묵하고, 말할 때 말하는 언론으로 거듭날 때만 가능함을 한국 언론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2. 11. 7.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정책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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