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지막 전쟁(Korean Endgame)>의 저자이자 권위있는 북한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연구소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유에스에이투데이(USAToday)에 발표한 글을 통해, 현재 미국 정부와의 유일한 대화채널인 유엔주재 한성렬 북한대사와의 대담 내용을 소개하며 나름대로의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한성렬 북한대사가 해리슨 소장과 만났다는 것 자체가 주목할만한 뉴스다. 한대사는 평소 대화가 되는 해리슨 소장을 통해 북한정부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리슨 소장은 이 글에서 "미국은 (제네바합의가 명시한) 2기의 경수로 모두를 포기하는 대신 이를 1개로 축소하고, 그 대신 남북한에게 보고(寶庫)가 될 것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가스운송관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해야 한다"며 "현재 엑손모빌사와 일본측 파트너가 사할린의 가스 채굴을 맡고 있지만 백악관의 승인 없이 북한 관통 운송관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해리슨 소장은 "운송관의 가스와 핵발전소의 결합을 유인책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지하고 적절한 사찰과 검증조치를 수용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경제적 지렛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과 일본도 경수로 1기만 건설된다면 자신들의 기투자액이 구제될 것이기 때문에 1994년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또한 제네바 합의가 사망한 김일성과 그의 아들 김정일의 개인적 승인을 담고 있기 때문에, 원자로 하나를 얻고 가는 것이 정치적으로 최우선 순위에 있는 일인만큼 수용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네바합의 개선을 통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슨 소장은 또 "핵 개발 중단에 대해 김정일이 내세우는 조건은 납득할 만하다"며 "북미 관계정상화는 억압적인 북한체제를 완화시켜 줄 경제개혁을 가속화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전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은 이미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일이다"며 "선제공격을 감행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없다면 북한은 불가피하게 핵을 개발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4년 북한과의 핵 위기 당시 미국이 배웠던 바대로 북한을 구석으로 몰아 넣는 강압책은 오로지 북한 내 강경장성들의 입장을 강화시킬 뿐이며, 잠재적으로 북한, 한국, 그리고 휴전선에 주둔한 3만7천여명의 미군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슨 소장은 현재 워싱턴 소재 국제정책연구소(The Center for International Policy)의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을 맡고 있으며, 워싱턴포스트 동북아 지국장을 역임했고 북한을 7차례 방문했던 미국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다.
다음은 해리슨 소장의 글이 실린 USAToday 22일자 기사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주
***북한과의 협상(Bargain with North Korea)**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오찬 테이블 맞은 편으로 몸을 기울이며 내게 말했다.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으나, 당신네 사람들은 매우 고압적입니다. 그들은 이런 것을 요구하고선, 또 저런 것을 요구합니다. 그들은 일방적인 최후통첩을 우리에게 보냅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우리의 관심사에 관심을 표명할 경우, 핵무기 및 미사일과 관련된 당신들의 모든 우려 사항을 해소시켜 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북한이 왜 핵무기용 농축 우라늄의 생산 시도를 시인했는지는 지난주에 있었던 두 시간에 걸친 필자와 한성렬 대사간의 대화에서 명백해졌다. 북한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미간의 1994년 핵 동결 합의를 폐기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작업을 해나감으로써 북한의 협상 제의에 긍정적으로 응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측의 말에 따르면,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다음 사항을 제의했다.
-무기용 농축 우라늄의 생산 노력 중단
-1994년 합의하의 플루토늄 기반 핵 시설 폐쇄에 관한 기존 안전조치 사항의 계속적인 준수
-미국측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모든 종류의 사찰과 검증 방안의 수용
이에 대한 대가로 강석주 제1부상은 켈리 특사에게 미국이 다음 사항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에 대해 선제 공격을 감행하지 않겠다는 공개적 약속
-한국전을 종식시키며 1953년의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의 체결
-외교관계 정상화 및 이에 따른 미국 주도의 다자간 금융 기구로부터의 경제원조 통로의 개방
켈리 특사는 강 제1부상에게 이러한 제의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이 먼저 자신의 핵 개발계획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 이후에나 미국은 북한의 관심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바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신뢰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북한의 농축 우라늄 개발계획은 1994년 북미합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협상 거절을 정당화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기본합의의 조문은 아니라도, 그 정신을 위반했다. 1994년 합의가 '핵이 없는 한반도'라는 공동의 목표를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단지 당시에 존재하고 있던 특정한 플루토늄 기반 핵 시설만을 다루었다.
더욱이 미국 자신이 북미합의상의 2가지 조항을 이행하지 못했다. 관계정상화 조치와 북한에 대해 '미국의 핵무기 위협이나 사용'을 배제하는 '공식적 확인'이 그것들이다. 지난 9월 20일 발표된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원칙은 미국은 잠재적으로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든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핵무기를 사용하여) 선제공격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기에 사실상 두 번째 조항을 거부한 것이다.
북한은 강력한 협상의 위치에 서있다. 북한은 1994년 합의하에 봉인 저장된 폐연료봉으로부터 4개의 플루토늄 폭탄을 만들 수도 있다. 강 제1부상은 북한은 더 이상 94년 합의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켈리 특사에게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폐연료의 재처리 금지 조항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핵문제를 단호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1994년 합의의 여타 조항에 대해 재협상하는 한편, 동 합의의 핵심조항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과 강 제1부상과 같은 좀더 실용주의적인 그의 조언자들은 핵무기 개발을 원하는 군부내의 강력한 강경주의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북한내 실용주의자들에게 실탄을 주기 위해 미국은 북한이 심각한 에너지 부족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네바합의를 개정해야 한다.
1994년 합의에 의하면 2기의 경수로가 2003년까지 건설되도록 돼있으나, 건축공사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이 프로젝트의 포기를 언급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납득할만한 반대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원자로 건설비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었고, 동 프로젝트에 각각 8억달러와 4억달러를 이미 지출했다.
미국은 이들 2기의 경수로 모두를 포기하는 대신 이를 1개로 축소하고, 남북한에게 보고가 될 것으로 현재 논의중인 가스운송관을 지원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 이들 원자로보다 조기에 완공될 수도 있는 가스운송관은 러시아의 사할린 지역 가스 유전지대에서 시작, 북한을 관통해 한국에 연결되는 것으로 제안됐다. 현재 엑손모빌사와 일본측 파트너가 사할린의 가스 채굴을 맡고 있지만, 백악관의 승인 없이 북한 관통 운송관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중동지역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할린으로부터의 가스를 원하고 있다. 북한은 운송관의 영토 통과에 대한 대가로 사용료를 받게 되는 한편, 북한의 발전소와 비료공장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동 운송관에 연결관을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송관의 가스와 핵발전소의 결합을 유인책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부시행정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지하고 적절한 사찰과 검증조치를 수용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경제적 지렛대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도 경수로 1기만 건설된다면 자신들의 기투자액이 구제될 것이기 때문에 1994년 합의에 대한 이 같은 재협상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동 합의가 사망한 김일성과 그의 아들 김정일의 개인적 승인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로 하나라도 확보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최우선순위에 있는 일이다. 북한은 사할린 운송관의 가스를 매우 갈망하고 있어서, 이미 네덜란드의 무역회사 컨소시엄에 운송관 일부에 대한 건설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27억달러가 소요되는 사할린 가스운송관 건설비용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과 러시아 정부를 비롯한 관계 석유회사들이 지불할 것이며, 국제 금융기구의 도움이 가능할 수도 있다. 운송관과 1기의 원자로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은 2기의 원자로를 건설하는데 드는 예상비용 49억달러와 대충 맞먹게 될 것이다.
핵 개발 중단에 대해 김정일이 내세우는 조건은 납득할 만하다. 관계정상화는 억압적인 북한체제를 완화시켜 줄 경제개혁을 가속화시켜줄 것이다. 한국전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은 이미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일이다. 선제공격을 감행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없다면, 북한은 불가피하게 핵 억지책을 개발하려 할 것이다.
1994년 북한과의 핵 위기 당시 미국이 배웠던 바대로 북한을 구석으로 몰아 넣는 강압책은 오로지 북한 내 강경 장성들의 입장을 강화시킬 뿐이며, 잠재적으로 북한, 한국, 그리고 38도선에 주둔한 3만7천명의 미군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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