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대북지원자금 의혹을 폭로한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햇볕정책을 되살리려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를 계승하려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 현대그룹 출신의 유력 대선후보인 정몽준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FT는 1일(현지시간) '남한, 남북관계 개선위해 북한에 뇌물줬다(S. Korea bribed North to improve relations')'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폭로한 대북지원자금 의혹을 소개하며, 이는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햇볕정책을 되살리려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에 반대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FT는 "분석가들은 한나라당의 주장이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분위기가 12월 대선에서 북한에 보다 적대적인 이회창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만약 이같은 폭로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나라당의 주장은 최근 밝혀지기 시작한 재벌.은행.정부간 유착관계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함으로써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음은 FT 1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
***"남한, 남북관계 개선위해 북한에 뇌물줬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현대그룹을 통해 북한에 비밀리에 4억달러의 공적자금을 뇌물로 주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은 국영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계기가 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6월을 전후로 현대에 이 금액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서청원 대표는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은 돈을 주고 성사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현대와 정부는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남북간 긴장완화를 조건으로 가난에 찌든 북한에 후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의 화해정책인 ‘햇볕정책’의 원칙하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비자금이 지불됐다는 설은 한국 신문들의 분노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폭로는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에 타격을 주고 내년 2월 청와대를 떠나기에 앞서 햇볕정책을 되살리려는 김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반대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딱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보다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한나라당이 남북한 철도 연결공사 착공 등을 포함한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분위기가 12월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랫 동안 평양에 가장 우호적인 정책을 표방하는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투표전 자신들의 행위를 조절함으로써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반면 한나라당은 선거상의 이익을 위해 남북관계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여당인 민주당은 “4억달러 지원설은 한나라당이 선거때마다 애용하는 북풍음모중 하나”라고 주장했는데,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에 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번 주장은 또한 무소속 국회의원이면서 지지도 2위로 이회창 후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정몽준 후보의 인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한국 월드컵 조직위원장이었던 정몽준씨는 현대 창업주 정주영씨의 아들이며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이다.
한나라당 주장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재정문제로 자금상환 가능성이 현대에 거의 없었음에도 대북투자를 위해 현대에 4억달러를 빌려주도록 정부로부터 지시받았다. 현대는 문제의 대출금은 자신들의 대북투자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현대는 지난 98년 북한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했으나 이 사업은 상업적으로 큰 실패였고 사업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했다. 만약 이같은 폭로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나라당의 주장은 최근 밝혀지기 시작한 재벌과 은행, 그리고 정부의 유착관계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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