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등 고가경품을 앞세운 동아·조선·중앙일보간의 1위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4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경쟁도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한겨레신문이 광고주 등을 대상으로 구독·열독률 등에서 '한겨레가 4위'라는 AC닐슨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경향·부산·한겨레·한국일보간의 4위 싸움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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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은 25일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등 광고업계를 대상으로 지난 8월 AC닐슨에 의뢰한 신문사 열독률·구독률 등 수용자 의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 언론사의 실명을 공개하며 신문업계 순위 등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했다.
한국광고주협회가 2년마다 실시하는 수용자의식조사와 한국언론재단의 수용자조사,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신문시장 관련 조사 등이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겨레가 각 언론사의 실명을 공개하며 열독률 순위 등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신문업계는 열독률과 구독률, 광고매출액, 발행부수 등에서 어느 신문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모두가 아는 비밀'로 치부해오며 공개를 꺼려왔다. 하지만 10월중 한국ABC협회가 조중동 3개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 중소신문사들도 ABC 공사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한겨레신문이 이례적으로 AC닐슨의 신문사 열독률과 구독률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한겨레가 4위를 차지해 나름대로 유리한 결과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겠으나 일단 스스로 조중동의 영향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그러나 4위 자리만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며 4위 자리를 기반으로 앞으로 광고와 판매전략을 세워나가겠다는 공개적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중앙지 중 한겨레와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은 이번 조사 결과에 별 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두 신문은 한겨레가 발표한 열독률과 구독률 등의 순위보다 신문 발행부수나 독자들의 구매력 측면에서 자신들이 한겨레에 뒤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신문들도 나름대로 광고국 확대개편과 조직강화 방안 등을 통해 4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C닐슨 조사결과 한겨레가 종합일간지 열독률·구독률 4위"**
2003년 창간 15주년을 맞아 제2창간을 준비중인 한겨레신문은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8월 여론조사 기관인 AC닐슨에 한국 신문시장 판도변화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결과를 토대로 광고주들과 광고대행사 등 관련업계를 초청해 '한국 신문시장을 말한다'는 발표회를 가졌다. 한겨레가 AC닐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자사 열독률과 구독률은 중앙일간지를 포함한 국내 종합일간지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표1 종합일간지별 열독률>
한겨레는 AC닐슨의 종합일간지별 열독률(어제 무슨 신문을 읽었는지에 대한)을 조사한 결과 조선일보 13%, 중앙일보 11.1%, 동아일보 10.5%에 이어 한겨레신문이 2.7%로 4위를 기록했으며, 한국일보 2%, 부산일보 1.6%, 경향신문 1%, 대구매일과 국제신문이 각각 0.8%를 기록했으며 국민일보 대한매일 세계일보 문화일보 등이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경제지와 스포츠지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신문시장의 '어제 열독률' 순위는 '지난 일주일 열독률'에서도 대동소이하게 나타났다. 조선일보가 21%, 중앙일보 18.8%, 동아일보 18.5%, 한겨레 5.6%, 한국일보 3.6%, 부산일보 2.3%, 경향신문 2.1% 순으로 조사된 것이다. 열독률은 신문의 매체력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로 가정, 직장, 가판 등 모든 구독행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어제 읽은 신문이 무엇인지, 지난 1주일동안 어떤 신문을 가장 많이 접했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표2 종합일간지별 구독률>
한겨레는 AC닐슨의 구독률 조사결과에서도 가정구독률에서 2.3%로 조선(14%) 중앙(12.4%) 동아일보(11.1%)에 이어 4위를 차지했으며, 가판구독률에서는 0.8%로 중앙(0.7%) 조선(0.6%) 동아(0.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구독률은 가정이나 회사에서 구독료를 내고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개념으로 신문의 안정적 매체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며 가판구독률은 가판에서 신문을 구입하는 비율이다.
AC닐슨 조사결과 신문 가정구독률은 47.1%에 그쳐 신문 구독자 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지난 해 2월 한국광고주협회가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신문구독 가구수는 전체의 51.3%를 차지했었다.
***신문 구독자 수 계속 감소 추세**
AC닐슨 조사는 지난 8월 20일부터 31일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시·군 2천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신뢰수준은 95%, 최대허용오차는 ±2.19다. AC닐슨은 또 지난 일주일 내 한겨레신문을 3번 이상 열독한 18세 이상 서울시 남녀 3백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개별면접조사를 실시해 한겨레신문 독자층의 구성요소와 구독특성 등을 조사했다.
주목할 만한 조사결과는 어제 열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열독자별 분석에 따른 최초 인지도에서 한겨레신문이 82.1%를 기록해 조선일보 78.9%, 중앙일보 69.1%. 동아일보 63.4%, 경향신문 50%, 한국일보 41.4% 등을 앞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한겨레신문의 열독자 프로파일 조사결과에서 특이한 점은 남성이 71.8%, 여성이 28.2%로 나타나 다른 신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남성 열독자 비율이 높았으며 주 독자층 연령대는 40대에서 41.0%, 20대 30.8%, 30대 20.5% 등으로 청장년층에 많이 분포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업별로는 사무/기술직이 35.9%, 경영관리직과 전문 자유직이 10.3%로 가장 높았고 대학졸업자와 대학원 졸업자 이상이 각각 53.8%와 5.1%로 나타나 다른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독자 학력이 높았다.
응답자들이 뽑은 한겨레 열독요인은 기사가 공정하고 좋아서가 69%를 차지해 가장 높았으며 종합일간지별 만족도에서도 한겨레는 3.7점을 기록해 다른 신문들을 앞섰다. 종합일간지별 만족도에서는 조선일보와 한국일보가 각각 3.4점을 기록했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 3.2점을 기록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에 대한 불만족도는 정보부족이 28%, 편향성 13%, 분량 10% 등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한겨레의 특징으로 진보적인 신문, 공정한 신문, 젊은 신문 항목에서 각각 1위로 뽑았고 정치와 사회, 교육 복지 노동관련 기사와 논단·칼럼에 높은 점수를 줬다.
***경향·한국 "한겨레 PR 전략의 일환으로 큰 의미는 없다" 평가**
언론계는 한겨레가 이례적으로 광고업계를 대상으로 신문사 PR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갖고 자사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한겨레 PR 전략의 일환 아니겠느냐"며 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경쟁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한국일보와 경향신문 또한 "한겨레의 조사결과 열독률 순위가 의미를 가질 수는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발행부수와 구매력 있는 독자수 등의 수치에 있다"며 "한겨레신문이 돈을 주고 한 조사라 한겨레에 유리하게 나온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다.
박진열 한국일보 경영전략실장은 "한국일보도 현재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내년쯤 광고업계 등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또한 최근 광고국 조직개편을 통해 마케팅개념을 강화하고 있으며 광고제작팀 신설과 광고영업팀 확대 등을 통해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
***광고업계 "열독률보다 구매력 있는 독자 확보에 주력해야"**
광고업계는 한겨레의 프리젠테이션이 나름대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열독률보다는 구매력있는 독자층 확보에 주력해야 광고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한편 동아 조선 중앙 등 메이저신문들의 고가경품·증면 등 물량공세로 사세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겨레신문은 노사공동기구인 혁신추진단을 주축으로 재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겨레 혁신추진단은 사원퇴직금 출자전환 문제를 포함한 한겨레신문사의 경영과 조직 전반에 걸친 혁신안 사원설명회를 오는 28일 연세대 강당에서 열 예정이다. 설명회 후에는 6백여명의 전 사원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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