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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중동' 물량 총공세, 중소신문 비명

<기자의 눈> 경제섹션 증면, 자전거 경품 공세 등

경제섹션 증면, 불법 경품 등 '조중동'의 파상공세로 신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9월 발표예정인 한국ABC협회의 신문발행부수 공사결과를 앞두고 신문시장 3대지가 '자리굳히기' 혹은 '경쟁지 따라잡기'에 나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규모 신문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피폐하게 하고 있다.

***조선ㆍ중앙은 경제섹션 증면, 동아는 경품으로 독자확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난 19일 일제히 사고를 내고 각각 '종합일간지속의 경제신문' '종합지에 경제지까지'를 표방하며 24면에서 32면까지 경제섹션 증면에 나섰다. 한편 독자확충에 적극 나선 동아일보는 지난 6월말 신문협회 신문공정경쟁위원회로부터 7백32차례에 걸쳐 자전거 등 불법경품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건당 1백만원씩 총 7억3천2백만원의 위약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타사보다 유리한 윤전시설과 편집국 인력 등을 동원한 증면경쟁으로 신문시장의 양강구도 고착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동아일보는 경쟁지에 비해 떨어지는 발행부수ㆍ유가부수 만회를 위해 일단 판매 배달망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종합지속의 경제신문'을 지향하는 조선과 중앙의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IMF 이후 매일경제신문 등 경제지의 약진을 통해 경제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관심도는 이미 입증됐다. 각 신문사는 경제섹션 증면이 필요하다는 데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천에 필요한 재원부족으로 차일피일 미뤄온 문제인 것이다.

그동안 증면기회를 엿보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지난 19일부터 각 경제섹션의 증면을 공개 천명한 배경은 양사의 윤전시설 증설과 경제관련 부서 기자들을 스카우트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양사는 올해 각각 48면당 24면의 칼라인쇄가 가능한 윤전기를 도입하거나 증설해 경제섹션 증면에 대비해왔으며, 타사로부터 특히 경제분야 기자들을 스카우트하는데 힘을 써왔다.

이같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물량공세에 속수무책인 신문사들은 "양이 아닌 질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인력유출 등을 막기 위해 조직정비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ㆍ한국ㆍ경제지 "증면 또는 지면개편 고려중"**

조선과 중앙을 제외한 언론사중 현재 경제섹션 증면을 고려중이라고 밝힌 언론사는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그리고 일부 경제지다. 동아의 경우 신규독자 확보에 판매전략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존 독자가 경쟁지로 넘어가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 경영전략실은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으나 경제섹션 증면을 고려중이다"며 "하지만 경제섹션 증면이 독자확보 등에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현재 연구중에 있다"고 밝혔다.

역시 경제섹션 증면을 고려중이라고 밝힌 한국일보측은 "확실한 신문시장의 우위를 점하려는 조선ㆍ중앙의 출혈경쟁을 같이 좇아갈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서둘러 4면 정도 증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제지 "조ㆍ중 경제섹션 증면, 독자시장보다 광고시장에 타격줄 것"**

조선ㆍ중앙의 경제섹션 증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은 경제지들도 마찬가지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경제지들은 "전문지인 경제지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위하면서도 조선ㆍ중앙의 경제섹션 증면이 자신들의 독자시장과 광고시장을 뺏지는 않을까 우려하며 지면개편과 증면을 서두르고 있다.

한 경제지 편집국장은 "증면이나 지면개편 등 대응전략을 모색중"이라며 "경제지는 종합지보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경제기사를 지향하기 때문에 종합지의 경제섹션 증면으로 독자를 뺏기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파이가 제한돼 있는 광고시장의 경우 새 모양을 갖춘 종합지 경제섹션이 광고주들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신문들은 현재 인력이나 윤전시설, 판매망 부족 등으로 증면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겨레신문의 한 간부는 "조선 중앙이 증면한다고 무작정 좇아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현재 지면을 이용해 차별화된 양질의 신문을 만들어 독자에게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증면공세가 곧바로 신규독자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차라리 현 독자들을 유지, 고착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아일보의 한 간부는 "1년에 많게는 30-40% 정도의 독자들이 이사 등의 이유로 신문을 끊거나 바꾼다. 조선ㆍ중앙의 경제섹션 증면이 주요 독자층의 시선을 고착화하고 유지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부수이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조선ㆍ중앙 경제부 기자들 "지면은 늘고 마감시간은 앞당겨져" 불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증면과 관련해 가장 불만이 많은 곳은 편집국 경제부서. 현재 편집국 인력이 가장 많은 신문사는 중앙일보로 편집국내 경제관련 부서에만 40여명, 자회사 조인스닷컴의 부동산팀 등을 포함하면 60여명 정도의 기자들이 경제섹션을 만들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40여명 정도가 경제관련 부서에 근무중이다.

기존 경제섹션보다 많게는 8면 정도까지 늘어난 지면을 만들어야 하는데 인원보강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마감시간은 앞당겨졌다. 중앙일보 경제부의 한 기자는 "경제섹션은 본판과 달리 8시 이후면 거의 수정이 불가능하다. 지면은 늘어났는데 마감은 빨라져 노동강도가 훨씬 세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선 중앙의 '종합지속의 경제지' 전략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00명 내외의 기자들이 근무중인 경제지가 32면에서 48면 정도의 지면을 제작하면서도 힘이 드는데 40명 남짓한 기자로 얼마나 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양강구도 고착 전략이나 불법경품까지 동원한 동아일보의 판매전략은 신문시장의 출혈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미 고착화된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현 상황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조중동' 3대지가 내는 목소리가 너무 편향됐다는 점이다. 이들이 나름대로 한국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지역,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면 독자들 입장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조중동'의 경쟁 자체를 도외시할 필요는 없다.

***주류 대변하는 '조중동'의 과점심화는 한국 여론의 다양성 위축**

그러나 조중동은 한국사회의 메인스트림(주류)을 반영하는 주류세력임을 자처하며 일반 서민이나 소외계층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력. 대기업과의 유착 등을 통해 편향된 논조를 갖고 한국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70%를 넘은 조중동의 신문시장 과점이 심화되고, 어렵게나마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신문들이 고사할 경우 한국의 언론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18일 헌법재판소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신문고시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조선일보가 아예 보도를 하지 않거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단신으로 축소보도를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의 자유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언론에 그만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명제 또한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신문고시 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신문협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있으나마나 한 신문고시는 존재할 가치도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신문사들도 신문공동배달제 등 경영합리화 방안을 도입해 자구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에는 신문이 너무 많다"는 말이 자주 회자되는 지금, 신문사 경영과 생존을 책임질 사람은 다름 아닌 해당 신문사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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