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기자 스카우트와 채용을 둘러싸고 언론계가 뚜렷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메이저 언론사가 공격적인 수시 기자 채용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빅3'에 기자를 뺏긴 다른 중앙일간지들은 중소신문사나 지방지를 대상으로 기자채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8일자 기자협회보는 '경력기자 영입-충원 '도미노 현상'-"물량 앞세운 조폭적 행태" 반발도'란 기사를 통해 최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경력기자들의 이직현상을 보도했다.
최근의 이직현상은 IMF 이후 경기가 다소 좋아졌던 2000년 상반기의 기자 이직 이후 다시 나타나는 것이지만 당시와는 달리 메이저신문과 마이너신문들간의 뚜렷한 양극화가 두드러진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 지방지 기자들은 서울의 중소신문들에 영입되는 도미노현상이 나타나는 등 기존 공채중심의 언론계 인력시장이 본격적인 스카우트 시장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으로도 분석된다.
***조선.동아의 경력기자 스카웃 경쟁**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부서별로 필요인력을 산정해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조선일보는 지난 7일까지 연합뉴스 3명, 경향신문 2명, 매일경제, 문화일보, 한국일보, 스포츠투데이에서 각 1명 등 모두 9명의 기자를 충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계일보 3명, 문화일보 2명, 경향신문 매일경제 한겨레 스포츠서울 각 1명 등 총 13명의 경력기자를 뽑았는데 이중 8명은 스카우트, 5명은 공채를 통해 영입됐다.
지난해 5명 정도의 경력기자를 뽑았던 중앙일보의 경우 올해는 지난 3월 미디어전문기자로 한국언론재단 수석연구위원을 지낸 김택환 박사를 영입한 것 외에는 경력기자를 뽑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측은 "편집국 해당부서에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 뽑겠지만 몇 명이라는 정원을 목표에 두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문시장의 '빅3'인 조중동의 기자스카우트에 비상이 걸린 곳은 안그래도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 중앙일간지들이다. 기자협회보는 "타 신문사로 5명의 기자가 옮겨간 세계일보는 지난달 27일 경력기자 채용공고를 냈으며 국민일보는 20명의 경력기자 채용을 목표로 조만간 사고를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미 지난 3월 수습기자 공채시 서울지역 일간지, 경제지, 지역신문 등에서 편집 취재 경력기자 5명을 함께 뽑았다. 문화일보 또한 곧 경력기자 채용공고를 낼 계획이다.
***마이너 신문들, "최소한의 양식마저 저버린 조폭적 행태" 반발**
조선일보 등의 경력기자 스카우트는 경향신문 등 다른 신문들로부터 "언론사로서 최소한의 양식마저 저버린 졸렬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 지부(위원장 이재국)는 지난 2일 이례적으로 '조폭 행태 좌시안해'라는 특보를 발행하고 "(조선일보가) 이미 한달 전부터 타사에서 빼올만한 기자들의 리스트를 작성한 뒤 영입대상으로 지목된 기자들 집앞까지 찾아가 회유하는 등 실적올리기에 혈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지부는 특보에서 "참언론으로서 정도를 걷고자 하는 경향신문의 싹을 짓밟기 위한 조폭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경력기자를 뽑고 싶거든 정정당당하게 공채사고를 내고 타사기자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인력충원을 하라"며 "(경영진과 편집국장은)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비전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구성원들에게 분명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도 지난 3일자 노보에서 "지난 3-4월 편집국과 비편집국을 합쳐 7명의 사우가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며 "경영진들은 이제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회사발전방향을 모색해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행량 교수, "한국의 기자들은 스타가 아니라 사병이라는 게 문제다"**
언론사간의 기자스카우트와 관련해 미국에서'스타의 경제학'을 전공한 허행량 세종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언론사간의 인력이동은 자기개발의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한국의 기자들은 스타가 아니라 용병이자 사병화돼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의 언론시장 자체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 기자들이 돈과 지위라는 보상을 좇다보면 갈 곳이 '조중동'밖에 없다. 전반적인 사회수준이 향상돼서 언론인으로서의 명예와 기자정신을 소중히 하는 사회가 된다면 몰라도 보상을 좇다보면 언론사주의 사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대안으로 "마이너신문들이 메이저와 똑같은 수준의 종합일간지를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먼저 경영구조를 합리화하고 각각의 성격에 맞는 매체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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