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대학신입생이 됐다. 3박4일간의 고국 폴란드 방문을 마치고 20일 로마로 돌아온 바오로 교황은 지난 주말 폴란드 크라코프 소재 11개 대학 총장들로부터 신입생으로 등록된 학생증을 선물로 받았다.
<사진 82세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고국 폴란드 크라코프의 대학 총장들로부터 대학 학생증을 선물로 받아 새로운 대학생활을 누릴 자격을 갖추게 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19일 '모든 대학에서 1번 학생이 된 교황'이란 기사를 통해 크라코프 대학 총장들이 고국을 방문한 고령의 교황에게 1번(학생증 번호)이 새겨진 학생증을 수여하며 "교황은 일반 사람들보다 무엇인가 위대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제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학생증을 이용해 폴란드 옛 수도 크라코프에 위치한 어느 대학에서나 수업을 받는 등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누릴 자격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파킨슨병으로 몸이 불편하고 이미 다년간의 교수경력까지 갖춘 교황에게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보장하는 학생증이 많은 것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82세의 고령인 교황은 이미 1938년 크라코프에서 캐롤 보이틸라(Karol Wojtyla)란 속세의 이름으로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당시 교황의 학생증 번호는 2646.
교황은 이후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수년간 루블린 대학에서 도덕신학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생활을 했다. 교황은 로마에서 신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크라코프 대학 총장들 역시 이같은 사실을 감안한 듯 60여년만에 다시 대학 신입생이 된 교황에게 수업 출석이나 시험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발행되는 타게스차이퉁은 대학 신입생이 된 교황의 대학생활을 다음과 같이 그렸다. "밤샘파티, 마약체험, 대낮까지 늦잠자기. 대학생 교황은 친구들이 도로 표지판을 훔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 교황도 12학기가 지나 부모인 신으로부터 더 이상 용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할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생이 된 교황이 대학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학생들과 파티에 참석해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은 보기 어렵겠지만 한국 대학들이 외국 유명인사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남발하는 모습보다는 젊고 새로운 인생을 기원하는 의미의 대학 학생증 수여가 왠지 상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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